구광모·젠슨황 '삼겹살 회동'이…LG·엔비디아 피지컬AI 동맹으로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15일, 오후 02:01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삼겹살 회동’ 이후 양사의 전략적 협업 관계가 한층 공고해지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에서 만난 두 사람은 두 달 만에 미국 엔비디아 본사에서 다시 만나 구체적인 ‘피지컬 AI 동맹’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보틱스부터 AI 데이터센터, 모빌리티까지 협력 분야를 넓히며 양사의 동맹을 사업으로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 LG와 엔비디아 ‘피지컬AI’ 동맹 강화

15일 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엔비디아 본사에서 황 CEO를 만나 전략적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전략적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LG가 선물한 미니어처 휴머노이드 로봇에 구광모 회장과 젠슨 황 CEO의 사인이 담겨있다. (사진=LG)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전략적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LG가 선물한 미니어처 휴머노이드 로봇에 구광모 회장과 젠슨 황 CEO의 사인이 담겨있다. (사진=LG)
앞서 구 회장은 지난 6월 방한한 황 CEO와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삼겹살집 ‘형님 저요’에서 만찬을 가졌다. 평소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많지 않은 구 회장이 편안한 차림으로 황 CEO와의 만찬을 위해 홍대를 찾았다.

두 사람은 소맥(소주+맥주)을 곁들여 삼겹살 쌈을 즐겼다. 재계 총수가 고급 식당 대신 삼겹살집을 택해 소탈한 모습을 보인 것은 당시 재계에서도 파격적인 행보로 평가됐다.

이 만남은 단순한 ‘삼겹살 회동’에 그치지 않았다. 두 회사는 이후 피지컬 AI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구체화했다. LG그룹의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협업의 외연을 넓힌 것이다.

지난 6월 8일 두 사람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만나 미래 협력 분야를 구체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약 두 달 만에 구체적인 전략 과제를 내놓은 셈이다. 당시 황 CEO는 “우리가 함께 협력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는 로보틱스”라며 “AI 분야와 미래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서도 LG와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전략적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한 후 미니어처 휴머노이드 로봇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로봇은 LG가 선물한 것으로, 구 회장과 황 CEO의 사인이 담겨있다. (사진=LG)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전략적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한 후 미니어처 휴머노이드 로봇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로봇은 LG가 선물한 것으로, 구 회장과 황 CEO의 사인이 담겨있다. (사진=LG)
황 CEO는 또 “오늘날의 데이터센터는 수백 메가와트(MW)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지만, 미래의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면 냉각과 전력 공급, 데이터센터 전체의 설계·건설 등 극도로 발전된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엔비디아가 하고 있는 로보틱스 시스템과 AI 팩토리까지 LG와 거대한 팀처럼 함께 일하고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 공유할 수 있는 발표가 많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도 “엔비디아와 미래 방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황 CEO가) 캘리포니아에 초대해 준다고 했다. 가서 앞으로도 많은 협력에 대해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당시 발언이 이번 MOU를 통해 현실화된 것이다.

◇ 한국·미국 오가며 협력 논의…사업화 속도

두 회사는 이번 전략적 협업을 위해 지난 4월부터 논의를 이어왔다. 지난 4월 23일 류재철 LG전자 사장과 황 CEO의 딸인 메디슨 황 엔비디아 수석이사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협력 논의를 시작했다. 이후 양사 기술진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워크숍을 진행했고, LG 주요 계열사 CEO들도 참여해 피지컬 AI 협력 과제를 구체화했다.

이번 MOU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LG그룹은 이족보행 휴머노이드와 바퀴형 로봇 ‘LG 클로이드’ 투 트랙으로 로봇 사업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구광모·젠슨황 '삼겹살 회동'이…LG·엔비디아 피지컬AI 동맹으로
내년 1분기에는 엔비디아 ‘아이작 그루트(Isaac GR00T)’를 기반으로 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할 예정이다. 엔비디아와 이족보행 휴머노이드를 공동 개발하는 것은 국내 기업 가운데 LG가 처음이다.

로봇에는 온보드 컴퓨팅과 추론·제어를 담당하는 엔비디아 ‘젯슨 토르(Jetson Thor)’가 탑재된다. 개방형 휴머노이드 파운데이션 모델인 아이작 그루트와 로보틱스용 안전 시스템 ‘헤일로스 포 로보틱스(Halos for Robotics)’도 적용한다.

LG 주요 계열사의 기술도 총집결한다. LG전자의 액추에이터, LG이노텍의 센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기술을 결합해 ‘원 LG’ 차원의 피지컬 AI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바퀴형 휴머노이드 로봇 ‘LG 클로이드’는 연내 미국 테네시 공장 세탁기 생산라인에 투입한다. 이후 글로벌 생산시설을 넘어 가정과 상업 공간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 LG 그룹, 피지컬AI 기반 B2B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AI 팩토리도 LG그룹의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이끌 핵심 축이다. AI 팩토리(AI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의 표준 설계 플랫폼인 ‘DSX’를 기반으로 LG 계열사의 역량을 결집한다.

LG전자의 냉각 기술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LG CNS·LG유플러스의 설계·운영 역량, LS의 전력 솔루션 등을 활용한다. LG 계열사를 넘어 LS까지 참여하는 ‘패키지’ 전략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지난 6월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갖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지난 6월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갖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내년 상반기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을 기반으로 AI 팩토리 레퍼런스 사이트를 구축한다. 이후 2028년 상반기에는 충남 천안에 80MW 규모의 AI 팩토리를 구축할 예정이다. 천안 AI 팩토리는 피지컬 AI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고도화 등에 활용된다.

LG는 이를 통해 설계부터 구축·운영까지 AI 팩토리 전 과정에 대한 통합 역량을 확보하고, 향후 글로벌 빅테크를 대상으로 AI 팩토리 솔루션을 패키지화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구축한 AI 팩토리 인프라를 글로벌 빅테크가 검증하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데이터센터 구축에 AI 팩토리 솔루션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AI 팩토리를 새로운 기업간거래(B2B)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셈이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자율주행까지 LG의 사업 영역을 넓힌다.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하이페리온’ 플랫폼에 LG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와 차량용 소프트웨어 역량을 결합해 차세대 AI 기반 차량용 고성능 컴퓨팅(HPC) 플랫폼을 개발한다.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기술과 차량용 컴퓨팅 플랫폼을 활용해 기존 IVI 중심의 전장 사업을 자율주행 영역까지 확장하기 위한 포석이다. 차세대 차량용 솔루션을 글로벌 완성차업체(OEM)에 공급하며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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