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달러 안전판' 순대외금융자산 급감…한은 "주가 급등 영향"

경제

뉴스1,

2026년 8월 20일, 오후 12:04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 달러·원 환율 개장 후 시황이 나오고 있다. 2026.8.20 © 뉴스1 안은나 기자

한때 1조 달러를 넘겨 우리 경제의 '대외 안전판'으로 꼽혔던 순대외금융자산이 불과 640억 달러로 급감했지만, 한국은행은 이를 대외건전성 악화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이 줄어든 것은 해외에 보유한 자산을 소진하거나 외국에서 빚을 늘린 결과가 아니라 반도체 수출 호조와 기업 실적 개선으로 국내 주가가 급등하며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 평가액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은은 순대외금융자산의 절대 규모보다 감소 원인과 확정적인 상환 의무가 있는 대외채무 등을 함께 살펴야 우리나라의 대외 지급 능력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조 달러 넘겼던 순자산 640억 달러로…역대 최대 감소
20일 한은 블로그 글 '순대외금융자산 감소는 우리 경제에 어떤 의미일까?'에 따르면 우리나라 순대외금융자산은 2014년 3분기 플러스(+)로 전환한 뒤 꾸준히 늘어 2024년 말 처음 1조 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지난해 2분기 이후 국내 주가 급등에 감소세로 돌아서, 올해 2분기 말에는 640억 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감소 폭이 1994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에 달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은 거주자가 해외에 보유한 대외금융자산에서 외국인이 국내에 보유한 대외금융부채를 뺀 값을 의미한다.

수출, 순자산 1910억달러 늘려…'코스피 2배 급등'이 상쇄
한은이 주목한 것은 순대외금융자산의 감소 규모가 아닌 감소 '원인'이다.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거래 효과만 보면 순대외금융자산은 오히려 1910억 달러 늘어났다. 반면 반도체 수출 호조가 기업 실적 개선 기대와 주가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 평가액이 훨씬 큰 폭으로 증가했다.

상반기 코스피 상승률은 101%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상승률 10%를 크게 웃돌았다. 거주자의 해외주식 가치도 올랐지만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 평가액이 더 가파르게 뛰면서 순대외금융자산을 끌어내린 것이다.

신상호 한은 국제국 자본이동분석팀 과장은 "순대외금융자산이 얼마나 줄었는가보다 왜 줄었는가가 더 중요하다"며 "최근 감소는 과거 외환위기 때 문제가 됐던 대외 차입 증가보다는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에 따른 변화가 주된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부채 늘어도 '갚을 빚'과는 달라…노키아·ASML·TSMC도 겪어
한은은 특히 '대외금융부채'와 실제 갚아야 할 '대외채무'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외금융부채에는 채권·차입금·예금뿐 아니라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과 직접투자 지분까지 포함된다. 반면 대외채무는 계약에 따라 원금이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채권·차입금 등 확정적인 채무를 가리킨다.

주식은 만기가 없고 기업이 투자자에게 원금을 갚아야 할 의무도 없다. 국내 기업 실적이 개선돼 주가가 오르면 외국인이 가진 주식 가치가 커지면서 통계상 대외금융부채가 늘지만, 그만큼 우리나라가 외국에서 돈을 더 빌리거나 향후 갚아야 할 돈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해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핀란드 노키아, 네덜란드 ASML, 대만 TSMC처럼 특정 수출 대기업이 자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외국인 보유 비율이 높은 국가에서 해당 기업 주가가 급등할 때 순대외금융자산이 단기간 크게 감소한 사례가 나타났다. 모두 특정 기업 주가가 이례적으로 치솟은 국면에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한은은 상반기와 같은 주가 급등이 되풀이되지 않는다면 순대외금융자산이 다시 비슷한 규모로 급감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국내 주가가 완만히 상승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질 경우 순대외금융자산도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향후 순대외금융자산이 어느 수준으로 수렴할지는 환율, 주가, 해외 투자 흐름 등에 좌우되는 만큼 단정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순대외채권은 증가…한은 "외화 유동성 부족 가능성↓"
실제 상환 의무와 더 밀접한 지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것이 한은의 평가다.

2분기 말 순대외채권은 3678억 달러로 전분기보다 23억 달러 늘어 3분기 만에 증가했다. 수출 호조에 따라 무역신용과 수출대금 수령 이후 해외 예치금이 증가한 것이 주된 배경이었다.

순대외채권은 2022년 이후 평균 3773억 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순대외금융자산이 크게 감소하는 동안에도 확정적인 금융 자산-부채 격차는 안정된 수준을 이어간 셈이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2분기 말 46.5%로 전분기보다 3.1%포인트(p) 상승했지만, 단기외채 증가는 과거 위기 때와 같은 외화 차입 확대보다는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도한 뒤 매도 대금을 예수금 등 형태로 국내에 남겨둔 영향이 컸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년 말 기준 한국 외환보유액이 단기외채의 약 2.4배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도 광범위한 대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외화유동성 완충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CDS 프리미엄 역시 낮은 수준이다.

신 과장은 "순대외금융자산 감소를 우리가 갚아야 할 빚 전체가 늘었거나 대외 지급 능력이 약해진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주가에 따라 순대외금융자산 규모가 크게 출렁이는 현상 자체는 외환시장 측면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순대외금융자산이라는 하나의 숫자보다는 그 안의 구성과 변동 원인을 함께 살펴봐야 우리 경제의 대외건전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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