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첨단산업과 청년 등에 투자하는 ‘전략투자’와 경기가 좋을 때 세수를 쌓아 불황기에 꺼내 쓰는 ‘재정안정화’를 하나의 기금에서 수행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나의 기금으로 전략투자와 재정안정화를 동시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늘어난 세수를 국가채무 상환보다 기금 적립과 투자에 우선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대규모 재원을 일반회계보다 국회 통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기금으로 관리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쟁점으로 꼽힌다.
23일 기획예산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3일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미래대응기금 관련 패키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기금 재원은 추가세수와 초과세수 세계잉여금 잔여재원, 여유자금 운용수익 등이다. 추가세수는 내년에 평소 증가 추세보다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세금을 의미하고, 초과세수는 올해 예산보다 더 많이 걷힐 것으로 전망되는 세금이다. 내년도 추가세수 규모는 이달 말 예산안 발표 때, 올해 초과세수 규모는 다음 달 세입 재추계 때 각각 구체화할 예정이다.
현재는 정확한 기금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년에만 최소 100조원에서 최대 20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는 막대한 재원의 미래대응기금을 ‘전략적 투자 플랫폼’과 ‘재정안정화 플랫폼’이란 두 축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개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한편, 반도체 업황에 따라 3~5년 주기로 요동치는 세수변동성을 완화할 ‘재정 저수지’로 쓰겠다는 얘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구상과 달리 두 기금이 양립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래대응기금 설립을 위한 근거 법률 제·개정안부터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재정학회장)는 “풍년에 쌓아두고 흉년에 꺼내써야 재정안정화 기능을 충족하는데, 전략투자로 매년 공격적인 투자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면 모순”이라며 “적립·인출준칙을 통한 통제 방식도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필요하면 국채 상환에도 재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기금 적립과 전략투자, 국가채무 상환의 우선순위와 배분 규모 등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국가채무 상환이 뒷전으로 밀려 재정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회의 예산심의권 무력화 논란도 거세지는 양상이다. 일반회계와 달리 기금은 일정 범위에서 정부가 국회 의결 없이 운용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 미래대응기금 규모가 커질수록 정부 재량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재원도 커질 수 있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미래대응기금은 ‘편법 저수지’의 성격을 띤 제2의 일반회계”라고 비판하고 있다.
향후 국회 심의의 핵심은 기금 신설 여부 자체를 넘어 ‘돈을 언제 어디에 쓸 것인가’를 결정하는 준칙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략투자와 재정안정에 각각 얼마를 배분할지, 국가채무 상환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지,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 변경할 수 있는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등이 명확하지 않으면 대규모 기금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