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네고(달러 매도)와 법인세 납부를 위한 환전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달러 매도가 지속될 경우 환율이 1325원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주주환원 기대에 환율 1370원대까지 하락
24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주간 거래에서 환율은 전 거래일(오전 6시 기준)보다 4.1원 내린 1382.4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376.5원까지 하락하며, 지난해 9월 17일 장중 저점(1375.7원) 이후 약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3% 넘게 하락하고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원 가까이 순매도하는 위험회피 장세에서도 월말 네고와 법인세 중간예납에 따른 기업 환전 등이 환율을 끌어내렸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주주환원이 추가적인 달러 공급 요인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올해 최대 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고, SK하이닉스도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서면서 양사의 주주환원 규모는 최대 150조원에 달한다.
주주환원에 필요한 돈을 모두 달러를 팔아 마련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이미 보유한 원화나 국내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먼저 쓸 수 있다. 하지만 규모가 워낙 큰 만큼 해외에 쌓아둔 달러나 아직 원화로 바꾸지 않은 수출대금 가운데 일부만 환전해도 외환시장에는 적지 않은 달러가 풀릴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자금 환전이 비슷한 모습을 보여줬다. 증권가에서는 265억달러 규모의 ADR 자금이 원화로 바뀌는 과정에서 환율을 약 129원 끌어내리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단순 환산하면 10억달러가 원화로 환전될 때 환율이 약 4.9원 낮아진 셈이다.
주주환원에 따른 환전은 한꺼번에 이뤄지기보다 수개월에 걸쳐 나눠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달러를 한꺼번에 팔면 원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면서 수출기업 스스로 환전 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주주환원에 필요한 현금의 50~60%를 달러 환전으로 마련해 6~12개월에 걸쳐 나눠 집행하는 경우를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주주환원 외에도 기업들이 달러를 팔아야 할 이유가 겹치고 있다. 8월 말 법인세 중간예납을 앞두고 기업들의 원화 수요가 커진 데다, 국내 반도체 공장 투자에도 원화가 필요하다.
◇달러 매도 이어지면 1325원까지…단기 속도조절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최근 환율 급락에도 기업들의 달러 매도가 이어지는 만큼 추가 하락 여력이 남아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위재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 재원을 전부 환전하지 않고 30%만 활용해도 외환시장에는 유의미한 환율 하락 재료”라고 말했다. 이어 “주주환원과 법인세, 국내 투자 등으로 반도체 수출대금이 원화로 환전되는 것은 뒤늦은 정상화 과정”이라며 환율이 1350원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환율 하단을 1300원대 초반까지 열어둔 전망도 나온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향후 12개월 환율 범위를 1325~1400원으로 제시했다. 주주환원 재원의 50~60%를 6~12개월에 걸쳐 환전할 경우 외국인 배당금 역송금 등을 제외하고도 15조~45조원의 달러가 순공급돼 환율을 18~77원가량 끌어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 연구원은 “주주환원에 따른 환율 영향은 누적 효과보다 시차가 중요하다”며 “환전 기대와 실제 환전에 따른 원화 수요가 먼저 나타나 단기적으로는 환율 하락 압력이 우세하고, 이후 배당 역송금 등이 이어지면서 되돌림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간 환율이 빠르게 떨어진 만큼 속도 조절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장기적으로 환율의 방향은 아래쪽”이라면서도 “최근 기술적 과매도 구간에 진입한 데다, 이번 주 외국인 배당 지급에 따른 달러 수요가 예정돼 있어 단기적으로는 1380원을 하단으로 숨 고르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