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주 1주택 종부세 공제, 12억? 14억?…세제개편안 '딜레마'

경제

뉴스1,

2026년 8월 24일, 오후 04:42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 뉴스1 김민지 기자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높이려던 정부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여당이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14억 원으로 통일하자고 요구하면서, 정부가 비거주자 공제액을 현행 12억 원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14억 원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14억 원으로 높이는 대신 비거주자의 공제액은 9억 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비거주자의 공제를 12억 원으로 유지하면 당초 증세안은 사실상 철회되고, 14억 원으로 높이면 기본공제만 놓고 볼 때 오히려 현행보다 과세표준이 낮아진다.

여기에 직장·돌봄 등 불가피한 사유로 비거주하는 1주택자를 거주자로 인정하는 방안까지 검토되면서, 비거주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실거주자 중심으로 세 부담을 조정하려던 정부의 당초 구상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 기준을 조정하는 수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1주택자의 종부세를 산정할 때 거주자와 비거주자를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기본공제 기준을 다시 살펴보는 것이다.

현행 종부세 기본공제는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1세대 1주택자에게 12억 원을 적용한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는 실거주 1주택자의 공제액을 14억 원으로 높이는 대신 비거주 1주택자는 9억 원으로 낮추도록 했다.

재경부는 실거주자의 기본공제를 14억 원으로 높이면서 비거주자는 현행 12억 원을 유지하거나,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14억 원을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거주 공제 12억 유지·14억 확대 검토…'9억' 정부안 수정 불가피
공시가격 20억 원, 시가 약 30억 원인 비거주 1주택자를 예로 들면 정부 원안의 기본공제 9억 원과 2027년 공정시장가액비율 70%를 적용한 과세표준은 7억 7000만 원이다.

과세표준은 공시가격에서 기본공제를 뺀 금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산출한다. 이 경우 공시가격 20억 원에서 기본공제 9억 원을 뺀 11억 원에 공정시장가액비율 70%를 적용해 '(20억 원-9억 원)×70%=7억 7000만 원'이 된다. 종부세는 이렇게 산출한 과세표준에 구간별 세율을 적용하고, 세액공제 등을 반영해 최종 세액을 계산한다.

반면 비거주자의 기본공제를 14억 원으로 높이면 과세표준은 4억 2000만 원으로 3억 5000만 원 줄어든다. '(20억 원-14억 원)×70%=4억 2000만 원'으로, 정부 원안보다 과세표준이 3억 5000만 원 감소하는 것이다.

이는 현행 기본공제 12억 원과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적용한 과세표준 4억 8000만 원보다도 6000만 원 낮은 수준이다.

결국 기본공제와 공정시장가액비율만 비교하면 비거주자의 공제액을 정부 원안인 9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높일 경우 과세표준은 3억 5000만 원 줄어들고, 현행 제도와 비교해도 6000만 원 낮아진다. 당초 정부가 비거주자에 대한 증세를 추진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다만 최종 종부세액은 기본공제뿐 아니라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 세액공제 등에 따라 달라진다.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에 게시된 매물정보.© 뉴스1 김도우 기자

비거주자 공제 14억 되면 과세표준 현행보다도 낮아져
정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공시가격 20억 원, 시가 약 30억 원인 주택을 60세 비거주자가 10년간 보유한 경우 종부세는 정부 개편안이 최종 적용되는 2028년 현행 91만 원에서 424만 7000원으로 333만 7000원 늘어난다. 반면 같은 조건의 실거주자는 종부세가 91만 원에서 76만 원으로 15만 원 줄어드는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비거주자의 경우 기본공제가 9억 원으로 줄어드는 데다 거주기간을 기준으로 한 세액공제 개편까지 적용되면서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구조다. 정부안에서는 60세가 10년간 보유했더라도 실제 거주하지 않았다면 관련 공제율이 현행 60%에서 20%로 낮아진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거주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제 기준을 높였는데 비거주자에게도 14억 원을 적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서울의 투기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비거주자 혜택까지 늘리면 과세 강화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종부세에서 비거주 여부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불가피하게 거주하지 못하는 사람까지 포함되고 반발이 커져 초고가 주택 과세라는 목적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거주·비거주를 구분하지 않고 보유 주택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비거주 1주택자 가운데는 직장 이동이나 질병, 자녀 교육·돌봄 등 불가피한 사유로 자신의 집에 거주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일률적으로 실거주 여부에 따라 기본공제와 세액공제를 차등 적용하는 데 대한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이들 사이에서는 실거주자와 마찬가지로 14억 원의 기본공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예외 기준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비거주하는 것이 합리적인 부분은 과감하게 거주로 전환(인정)해 문제를 해결해 드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비거주 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인 배경에 대해서는 비거주자가 주택을 보유하면서 주택시장을 왜곡할 수 있는 부분을 정상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전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도 불가피한 사유로 비거주하는 1주택자의 거주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세 부담 상한도 조정…수정안 내달 3일 제출
최종 종부세액은 기본공제뿐 아니라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 세액공제 등에 따라 달라진다. 정부안은 1주택자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60%에서 2027년 70%로 높이고, 세 부담 상한도 전년도 세액의 150%에서 200%로 상향한다.

세율도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단계적으로 조정된다. 특히 과세표준 6억~12억 원 구간의 세율은 1·2주택자와 다주택자 모두 현행 1%에서 1.3%로 오르고, 12억~25억 원 구간의 1·2주택자 세율은 2027년 1.5%, 2028년 2%로 인상된다.

장기보유에 따른 세액공제도 거주기간 중심으로 바뀐다. 2028년부터 거주기간 공제율은 최대 60%까지 확대되는 반면 보유기간 공제율은 최대 20%로 낮아지고, 2029년부터는 보유기간 공제가 폐지되고 거주기간 공제만 인정된다.

민주당은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 부담 상한도 재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당정은 육아·가족 돌봄 등 불가피한 사유로 자기 집에 살지 못한 1주택자의 거주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 교수는 "불가피한 사정에 따른 비거주 요건을 일부 넓히는 것은 가능하지만 예외를 지나치게 확대해서는 안 된다"며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자금이 다시 서울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비거주 주택에 대한 과세까지 완화하면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일까지 세제개편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통해 국민 의견을 접수했으며, 기본공제와 세 부담 상한 등 당정에서 제기된 쟁점을 포함해 정부안의 수정 범위를 검토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현재 다음 달 3일 국회에 제출할 정부안의 수정 범위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정부안이 제출된 이후에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다시 한번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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