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상 지역화·분절화…다자체제 보완 '선택적 파트너십' 부상

경제

뉴스1,

2026년 8월 31일, 오후 01:30


신통상 질서의 미래: 한국의 기회와 도전' 국제 세미나.
(한경협제공)

한국과 같은 중견 통상국은 새로운 기구를 만들기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나 미래 투자·무역 파트너십(FIT-P)처럼 이미 작동하고 있는 협력의 구조를 활용하는 '선택적 파트너십'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는 제언이 나왔다.

데보라 엘름스(Deborah Elms) 힌리히재단(Hinrich Foundation) 무역정책총괄은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31일 서울 여의도 소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대외연)과 개최한 '신통상 질서의 미래: 한국의 기회와 도전' 국제 세미나에서 △관망·현상유지(Muddle Through) △특정 강대국 편승(Pick a Side) △선택적 파트너십(Selective Partnerships) 세 가지를 제시하며 이 같이 밝혔다.

CPTPP는 2018년 출범한 아·태 지역 무역협정으로 영국을 포함해 현재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개방형 복수국 협력은 유사입장국들이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과 통상규범에 먼저 합의하되 이후 다른 국가의 신규 참여는 열어두는 통상협력 방식이다.

FIT-P은 싱가포르·뉴질랜드·스위스·UAE 등 통상의존도가 높은 중소 규모 국가가 2025년 9월 출범시킨 복수국 간 통상 협의체다. 한국은 지난 7월 오클랜드 제2차 각료회의에서 가입했다. 현재 19개국이 참여 중이다.

이번 세미나는 다자무역체제 약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보호주의 확산 속에서 한국의 통상 전략 선택지를 점검하는 자리다. 글로벌 통상 환경의 구조적 전환을 앞두고 경제계와 학계가 함께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자리에서 포괄적·점진적 CPTPP와 같이 유사입장국(like-minded countries) 간 '개방형 복수국 협력'(Open Plurilateralism)의 역할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엘름스 "중견 통상국은 사안별 '선택적 파트너십' 활용해야"

첫 번째 세션은 '개방형 복수국 협력은 세계 무역의 미래를 형성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진행됐다. 기조연설에 나선 엘름스 총괄은 최근 경제통합의 흐름이 근본적 균열에 직면했다고 지적하면서도 "세계화의 종말이라기보다는 지역화되고 분절된 형태(more regional, higher fragmentation)로의 전환기"라고 진단했다.

CPTPP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 어느 쪽도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점 △2018년 발효 이후 영국 가입 등 확장의 경험을 축적해 왔다는 점 △EU·ASEAN 등 역외 파트너와의 접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았다.

다만 CPTPP의 불투명한 가입 절차와 개별 심사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며 사무국 설치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은 남영숙 이화여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시로 암스트롱(Shiro Armstrong) 호주국립대 교수, 이그나시오 가르시아 베르세로(Ignacio García Bercero) 브뤼겔(Brugel) 선임연구위원, 채드 바운(Chad P. Bown)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 박인원 한국경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고려대 명예교수), 가즈히사 시부야(Kazuhisa Shibuya) 간세이가쿠인대 교수가 참여해 복수국 협력이 다자무역체제의 보완재가 될지, 분절을 고착화할 지에 대해 토론했다.

제프리 쇼트 "한국-CPTPP 교역은 이미 최대 규모…제도적 틀 구축이 핵심"

두 번째 세션에서 제프리 쇼트(Jeffrey J. Schott)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새롭게 부상하는 통상 질서 속 한국의 전략적 선택'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며 한국의 교역 현황을 먼저 분석했다.

2025년 기준 한국과 CPTPP 회원국 간 교역은 약 3410억 달러로 전체 상품교역의 25% 수준이다. 이는 중국(약 2730억 달러·20%)이나 미국(약 1960억 달러·15%)과의 교역을 웃도는 규모다.

쇼트 연구위원은 "한국은 CPTPP 12개국 중 10개국과 개별 협정을 맺고 있으나 규율 범위가 제각각이고 일본·멕시코와는 협정이 없다"며 "실질적 교역 관계는 이미 존재하는 만큼 이를 포괄적으로 규율할 제도적 틀(Framework)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CPTPP 참여의 의의로 핵심 광물과 기계류 등의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데이터·노동·환경 등 글로벌 신규범 제정에 주도적으로 동참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패널토론에서는 정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좌장을 맡고 제시카 볼턴(Jessica Bolton) 주한영국대사관 통상정책참사관, 강문성 고려대 교수, 서정민 숭실대 교수, 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이 참여해 산업별 파급효과, 농어업 영향, 그리고 사안별 협상 전략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정철 원장은 "새로운 통상 질서가 안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속단하기보다 우리 경제의 전략적 선택지를 면밀하게 따져보는 것이 우선"이라며 "국내외 파트너들과 협력해 기업 현장이 필요로 하는 예측 가능한 통상 여건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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