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2023.3.6 © 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정부가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를 비축해 미래 성장과 재정안정에 활용하는 162조 3000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내년 신설한다. 초과세수 일부를 기금에 쌓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분야에 투자하고, 국채 신규발행 물량을 줄이는 데도 활용한다.
다만 연중 국회의 별도 심의 없이 기금운용계획을 조정할 수 있는 정부 재량이 커지면서 '쌈짓돈' 논란도 예상된다.
정부는 단년도 예산의 한계를 보완하고 세수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안정화 장치라는 입장이다. 기존 기금에 적용되는 국회 심사와 기금 평가 체계는 유지하면서,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할 경우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하는 등 사후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30% 자체 변경에 '쌈짓돈' 우려…정부 "국회 통제 유지"
1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미래대응기금은 내년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 사업에 45조 4000억 원을 투입한다.
국채 신규발행을 12조 5000억 원 줄이는 데도 활용하고, 나머지 104조 4000억 원은 여유자금으로 운용한다.
재원은 최근 10년간 내국세 증가 추세를 웃도는 추가세수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분, 세계잉여금 잔여재원, 기금 운용수익 등이다.
조용범 기획처 차관은 예산안 브리핑에서 "단년도 예산주의의 한계를 극복해 보자는 취지"라며 "기금에 어느 정도 여유자금을 넣어놔서 급변하는 여건 변화에 충당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국회가 승인한 주요항목별 지출금액을 원칙적으로 금융성 기금은 30%, 그 외 기금은 20% 이내에서 국회에 변경안을 제출하지 않고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정부는 여유자금 운용을 통한 재정안정화 기능이 크다는 이유로 미래대응기금에도 30% 기준을 적용하는 개정을 추진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금은 운용계획과 결산을 국회가 매년 심사하지만, 연중 운용계획을 변경할 때는 일정 범위에서 일반회계 예산보다 정부 재량이 크게 반영된다"며 "국회 심사를 거치는 추경을 대신해 우회하는 통로가 되면서 쌈짓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다만 30%는 기금 총액이 아닌 국회가 승인한 주요항목별 지출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일반회계의 세입 부족을 보전하기 위한 전출금은 이 제한을 받지 않고, 국회에 기금운용계획 변경안을 제출하지 않은 채 자체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기획처는 "일반회계 전출금도 재정안전성·건전성 제고 목적의 내부거래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기금의 여유자금 운용·채무상환 등에 적용되는 예외와 마찬가지로 보되, 해당 전출의 변경 내역은 지체 없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아무 때나 어떤 사업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아니다"며 "기금의 이름으로 하더라도 일반회계 성격의 사업은 국회 심의를 원칙으로 하거나 자체 변경 범위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조 차관은 "기존의 평가 체계를 그대로 따르고 국회 심의나 통제도 따를 것"이라며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하면 지체 없이 국회에 통보하도록 해 국회 사후통제가 더 강화된다"고 말했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초과세수 적립·인출도 쟁점…정부 "재정·국채시장 고려"
재원을 기금에 넣고 꺼내 쓰는 기준도 쟁점이다.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연중 예상되는 초과세수를 세입·세출 예산과 별개로 기금에 전출하고, 내역은 지체 없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지방교부세 정산과 공적자금·국가채무 상환 등 법정 절차를 거친 뒤 남은 세계잉여금을 적립하는 것과는 별도의 경로다.
김 교수는 "세입·세출 외로 하더라도 부채를 갚고 공적자금을 상환하는 룰은 정례화해야 한다"며 "공적자금 상환이나 국채 상환을 일부 요건화하고 나머지를 보내는 식으로 공식화하든지, 아니면 세입·세출 외로 처리하는 방식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 교수는 "반도체 경기 호황이 끝난 뒤 재원을 어떻게 할지 설계하고, 돈을 빼 쓰는 한도는 5년 단위 중기 재정준칙과 연동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세수 변동에 대응할 재정 수단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 호황기에 들어온 돈을 다 쓰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산업정책을 주도하고 양극화를 해소하겠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 재정 수단도 있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추가세수의 활용처를 정할 때 중장기 재정 운용과 국채시장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박창환 기획처 예산총괄심의관은 "추가세수를 다 국채를 줄이는 데 쓸 경우 채권시장의 문제점도 고려해야 하고, 반대로 다 지출로 가져갔을 때는 중기적 관리의 문제점도 있다"며 "그 균형을 찾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설명했다.
phlox@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