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선유도 인근 한강공원 편의점을 찾았다. 선선한 날씨 덕에 연인과 친구 무리로 매장 안팎이 북적였고 라면조리기는 쉴 틈 없이 돌아갔다. 차례가 오기까지 20~30분을 기다렸다. 비교 대상으로 오뚜기의 간판 제품 진라면 매운맛도 함께 샀다. 한강라면이 일반 라면과 구체적으로 어디가 다른지 나란히 놓고 보기 위해서다. 가격은 진라면 매운맛은 한 봉지에 1000원인 반면 한강라면은 18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봉지부터 한강 감성이 묻어났다. 파란 바탕에 남산타워와 한강 다리가 그려져 있고 제품명은 한국어와 영어·중국어·일본어로 함께 적혀 있다. 다만 파란색을 보니 하한가인 주식(?)들이 떠올라 개인적으로 썩 구미가 당기는 디자인은 아니었다. 파리 사람이 센강을 그려 넣은 라면을 보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반대로 외국인이라면 한 번쯤 집어 들 만한 관광상품 같은 인상이었다.
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은 면발이었다. 진라면보다 눈에 띄게 얇은 면은 젓가락으로 들어 올릴 때 국물을 넉넉히 머금고 따라 올라왔다. 씹는 맛도 살아 있어 꼬들한 느낌이 끝까지 유지됐다. 조리기에서 갓 건져 먹는 라면 특유의 면 식감을 봉지면으로 옮겨놓은 듯했다. 한강라면이라는 이름값을 하는 지점이 있다면 이 면발이다.
국물은 예상과 달랐다. 맵기는 진라면 매운맛보다 살짝 낮았고 청양고추 특유의 칼칼함까지는 오지 않았다. 대신 계란블럭에서 나오는 단맛이 꽤 강하게 치고 올라왔다. 컵 계란국을 떠먹는 듯한 단맛과 매운 국물이 섞이는데 감칠맛이 이를 받쳐주진 못했다. 진라면 매운맛과 참깨라면을 반씩 섞어놓은 맛에 가까웠고, 이 조합은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 같았다.
물론 시선을 외국인 관광객으로 돌리면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방한 외국인은 1893만명으로 역대 최다였고, 올해는 7월까지 1280만명이 들어와 연간 2000만명 돌파가 예상된다. 한강에서 라면을 직접 끓여 먹는 경험도 하나의 관광 콘텐츠가 됐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 7월 외국인 대상 관광 프로그램에 한강 야경과 편의점 라면 체험을 묶은 코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런 외국인 타깃 상품들의 관건은 귀국 후에도 이어지는 구매다. 한강라면도 한국에서의 경험을 캐리어에 담아갈 수 있는 ‘먹는 기념품’을 노린 셈이다. 한강에서 한 번 먹은 뒤 몇 봉지 챙겨 간다면 진라면이나 참깨라면 같은 다른 오뚜기 라면으로 넘어오는 입구가 될 수도 있다. 내국인에겐 한 번이면 족한 라면이었지만, 이 제품의 승부처는 애초에 우리 입맛이 아닐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