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등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2026.9.14 © 뉴스1 이종수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 수장들이 잇따라 최첨단 AI 모델의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관련주의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AI 속도조절론'을 곧바로 데이터센터 투자 축소나 반도체 수요 둔화로 연결해 해석하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오히려 AI 투자 속도가 둔화한다면 금리와 유가, 급증하는 추론 비용 등 비용 부담이 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12일(현지시간) 블로그를 통해 "AI 모델의 성능 향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모데이는 AI가 인간 개입 없이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재귀적 자기 개선'과 AI 에이전트의 통제 가능성을 위험 요인으로 거론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 xAI CEO도 단계적인 속도 조절과 외부 안전 평가 강화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I 분야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개발 속도 조절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속도조절론은 이날 국내 증시에서 AI 관련주의 투자심리를 압박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코스피는 오전 장중 3% 넘게 밀렸고 외국인은 장 초반 2조 원 넘게 순매도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AI 산업의 성장 중심 내러티브에서 안전·속도 조절 중심 내러티브로의 전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향후 시장의 쟁점은 AI 수요 둔화 자체보다 기대치 재조정 여부"라고 진단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AI의 펀더멘털보다 투자 심리(센티먼트) 측면에서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논의를 곧바로 AI 투자 사이클 둔화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속도조절론은 이번에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고 실제 경쟁 구도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선언적인 공감대 정도로 해석한다"며 "이것이 실제 개발 속도 조절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현재 논의는 AI 개발 중단보다 개발 속도와 안전성 검증을 조절하자는 성격이 강하다"며 "이를 AI 투자 사이클 둔화로 해석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은 이 같은 논의가 하이퍼스케일러 업체의 CAPEX(케팩스·설비투자) 가이던스 하향과 메모리 수요 부진으로 연결될지 여부"라며 "10월 말 3분기 실적 시즌에서 확인할 수 있는 만큼 현시점부터 AI주 비중 축소에 나서는 전략의 실효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시장이 주목해야 할 것은 '안전'보다 AI 투자에 드는 '비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센터장은 "당장 데이터센터 투자가 위축된다면 도덕적·도의적인 이유에 따른 속도 조절보다는 비용 문제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금리와 유가가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그에 따른 비용 증가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시장이 반응하는 것도 AI 속도조절론보다 유가와 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본질적인 이유가 아닌가 싶다"며 "시장이 걱정하는 것은 선언적인 속도 조절보다 비용 증가로 인한 투자 속도 조절"이라고 말했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속도조절론의 본질을 비용 문제에서 찾았다. 양 연구원은 "이번 속도 조절론은 안전의 언어로 나왔지만 시장이 봐야 할 핵심은 비용"이라며 "AI를 멈추자는 주장이 아니라 능력 향상 속도를 안전 검증이 따라갈 수 있게 늦추자는 주장"이라고 진단했다.
최첨단 AI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 대규모 에이전트 운용과 장시간 추론, 반복 검증 중심으로 바뀌면서 추론 비용 자체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양 연구원은 "지금 AI 산업의 허들은 지능을 실제 작업으로 바꾸는 추론 비용과 통제 비용"이라며 "속도 조절론은 안전 담론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비용 통제의 어려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sae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