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챗GPT 등 생성형 AI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직업에서 최근 3년간 취업자가 25만명 가까이 늘었다. 다만, 증가분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됐고, 20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에서 취업자가 줄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이 가운데 수도권 증가분이 19만9000명으로 전체의 80.8%를 차지했다. 비수도권 증가분은 4만8000명에 그쳤다.
생성형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은 문서 작성과 정보 처리 등 AI를 활용하거나 일부 업무를 자동화할 가능성이 큰 직업을 뜻한다. 회계·경리, 기획·마케팅 등 사무직과 통신 판매직, 데이터·소프트웨어 전문가 등이 대표적이다.
한은은 이번 연구에서 AI를 생성형, 에이전틱, 피지컬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직업별·지역별 AI 노출도를 산출했다. AI 노출도는 해당 직업을 구성하는 업무 가운데 AI를 활용하거나 AI가 대신할 수 있는 업무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스스로 여러 단계를 계획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에이전틱 AI 노출도가 높은 관리직 등에서는 지난해 취업자가 10만5000명 늘었는데, 증가분의 88.3%인 9만3000명이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연구진은 “서비스 기업 등이 AI를 인력 감축 수단보다는 정보 처리 능력을 높이고 시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또 AI가 아직은 직무의 일부만 자동화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나머지 직무에 집중하면서 고용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렇게 생겨나는 고용 기회가 지역·세대별로 고르게 분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20대에서는 전체 연령대와 다른 흐름이 나타나기도 했다. 생성형·에이전틱 AI 고노출 직업의 20대 취업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모두 감소했다.
연구진은 노동시장에 막 진입한 청년층은 전문성과 경험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해 AI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와 직접 경쟁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봤다.
한은은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AI가 장기적으로 지역 노동시장 격차를 더 벌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식 서비스업과 반도체 제조업 등 AI 노출도가 높은 산업이 이미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데다, AI가 숙련 노동과 결합할수록 생산성이 높아지는 특성 때문에 AI 투자와 관련 인재가 수도권으로 더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로봇 등이 현실 공간에서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피지컬 AI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면 비수도권이 상대적으로 더 큰 고용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제조·운수·숙박·음식업 등 기계와 로봇이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피지컬 AI 노출도가 높은 산업이 비수도권에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한 탓이다.
다만 AI가 지역 격차를 줄일 가능성 역시 제시됐다. 경험과 숙련도가 낮은 근로자가 AI를 활용할 때 생산성이 더 크게 향상되는 ‘균등화 효과’가 나타난다면 인적자본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비수도권의 생산성이 더 빠르게 개선될 수 있어서다.
피지컬 AI 확산 과정에서 현장 지식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도 지역 제조업에는 기회다. 지방 제조공장이 단순 생산기지에 머무르지 않고 축적된 현장 노하우를 활용해 제품 개발과 공정 개선 등 연구개발(R&D) 기능까지 맡는다면 지역 제조업을 지식집약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팀장은 “지역 서비스업의 전문화를 위해 AI 교육 시스템을 강화하는 한편, 지역 주력 제조업과 연계한 지식서비스와 스타트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지역 거점 대학이 AI 인력과 혁신 역량을 모으는 ‘AI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