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 미국 멕시칸 푸드 브랜드 ‘치폴레(Chipotle Mexican Grill)’가 엄청난 대기 열풍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혹시 싱가포르 출장지 근처에도 치폴레 매장이 있는지 무심코 구글 지도를 켜 검색창에 입력을 시도했다.
시그니처 '칙필레 소스'에 빠진 와플 포테이토 프라이. (사진=한광범 기자)
과거 미국 방문 시절 지인의 소개로 접했던 칙필레는 당시 한국식 햄버거와 비교해 속이 빈약하고 지나치게 담백하다는 인상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실망스러운 버거’로 기억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미국 현지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끌며 맥도날드나 파파이스 등 경쟁사들까지 유사한 치킨 샌드위치를 연이어 출시하게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기억의 정확성을 확인하고 싶던 터였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칙필레(Chick-fil-A) 매장.
출장 중 목요일 오전 11시 40분쯤 찾은 매장은 현지 블로그 등에서 접한 ‘한두 시간 대기’ 소문과 달리 예상외로 한산했다. 매장 내 식사 줄에는 4~5명 정도만 있을 뿐 테이크아웃 고객은 아예 없어 곧바로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이 가능했다.
칙필레(Chick-fil-A) 아시아 1호 매장인 '칙필레 부기스+' 지점. (사진=한광범 기자)
그러나 맛을 보는 순간 과거의 실망감을 완전히 지워내기에 충분할 정도로 훌륭한 풍미를 자랑했으며, 일행 모두가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스파이시 버전은 한국인 입맛에 ‘매운맛이 살짝 스친다’ 정도일 뿐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하게 담백했다.
칙필레 스파이시 치킨 샌드위치. (사진=한광범 기자)
이러한 깊은 맛의 비결에는 칙필레 고유의 조리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칙필레는 창업 이래 모든 치킨과 사이드 메뉴를 100% 정제 땅콩유로 조리하는 것을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으로 내세운다.발연점이 약 230도로 높고 향이 거의 없는 정제 땅콩유 덕분에 닭고기 본연의 맛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기름을 오래 머금지 않아 눅눅함 없이 깔끔하고 바삭한 식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함께 제공된 세 가지 소스 중 달콤하면서도 오묘한 풍미를 내는 시그니처 ‘칙필레 소스’ 역시 일행 모두가 극찬을 아끼지 않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미국 현지에서도 버거와 프라이 모두에 잘 어우러져 마니아층이 두터운 이 소스는, 높은 인기에 힘입어 아예 별도의 병 제품으로 시판될 정도다.
포장해 온 칙필레 스파이시 치킨 샌드위치 세트(meal). (사진=한광범 기자)
오후 미팅을 앞둔 현지 기업 고위 관계자가 회의장 문을 우연히 열었다가 일행이 칙필레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문을 닫았다. 오후 회의 중에 그는 “아까 칙필레를 먹던데 어디서 샀냐”고 물었고, 호텔 근처 1호점에서 샀다고 답하자 “거기 내 가족이 운영하는 곳인데 최고로 잘하는 집을 잘 골랐다”는 유쾌한 농담을 건네며 회의장 분위기를 한층 화기애애하게 만들기도 했다.
◇오픈 9개월 지나도 식지 않는 열기…퇴근길 40분 대기 ‘진풍경’
칙필레(Chick-fil-A) 아시아 1호 매장인 '칙필레 부기스+' 매장 앞 기둥의 칙필레 로고. (사진=한광범 기자)
대기 중 바로 앞에 서 있던 싱가포르 대학생 커플에게 “여기 자주 오냐”고 묻자, “맛있어서 좋아하는 곳이다. 아시아 첫 매장이기에 싱가포르 사람들도 관심이 크다”며 “평일 저녁은 물론 주말에도 늘 사람이 많다”는 답이 돌아왔다.
칙필레(Chick-fil-A) 아시아 1호 매장인 '칙필레 부기스+' 매장에서 주문 전 점원이 자리를 맡아줬다. (사진=한광범 기자)
기본 치킨 샌드위치는 스파이시 버전과 큰 틀은 같지만 덜 맵고 한층 더 담백함과 고소함이 돋보였다. 개인적으로는 스파이시보다 기본 치킨 샌드위치의 순수한 담백함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칙필레 매장에선 포장과 달리 매장에서는 보온 포장지에 햄버거를 제공했다. (사진=한광범 기자)
특유의 부담 없는 담백함으로 국내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쉐이크쉑처럼, 칙필레 역시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법한 담백함을 갖추고 있어 향후 국내에 상륙한다면 독자적이고 견고한 포지션을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됐다.
카드 결제 내역을 살펴보니 스파이시 세트는 원화로 약 1만 4328원, 일반 치킨 샌드위치 세트는 약 1만 2930원이었다. 단순함 속에 담긴 깊은 담백함과 현지의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체감한 뜻깊은 미식 여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