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필레'는 차원이 달라?…'미국 1위' 버거, 아시아 첫 매장 가보니

경제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4일, AM 01:27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시작은 뜻밖의 구글 지도 검색 한 줄이었다.

최근 국내에서 미국 멕시칸 푸드 브랜드 ‘치폴레(Chipotle Mexican Grill)’가 엄청난 대기 열풍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혹시 싱가포르 출장지 근처에도 치폴레 매장이 있는지 무심코 구글 지도를 켜 검색창에 입력을 시도했다.

시그니처 '칙필레 소스'에 빠진 와플 포테이토 프라이. (사진=한광범 기자)
시그니처 '칙필레 소스'에 빠진 와플 포테이토 프라이. (사진=한광범 기자)
그런데 화면에 느닷없이 떠오른 것은 치폴레가 아닌 ‘칙필레(Chick-fil-A)’ 매장 두 곳이었다. 그렇게 아시아 최초로 싱가포르에 들어선 칙필레 1호점과의 뜻밖의 만남이 시작됐다.

과거 미국 방문 시절 지인의 소개로 접했던 칙필레는 당시 한국식 햄버거와 비교해 속이 빈약하고 지나치게 담백하다는 인상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실망스러운 버거’로 기억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미국 현지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끌며 맥도날드나 파파이스 등 경쟁사들까지 유사한 치킨 샌드위치를 연이어 출시하게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기억의 정확성을 확인하고 싶던 터였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칙필레(Chick-fil-A) 매장.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칙필레(Chick-fil-A) 매장.
혹시나 싱가포르에 생긴 짝퉁 브랜드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거두고 정품 매장임을 확인한 뒤, 마침 행사가 열린 도심 호텔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칙필레 아시아 1호 매장인 ‘칙필레 부기스+’ 지점을 찾기로 결심했다.

출장 중 목요일 오전 11시 40분쯤 찾은 매장은 현지 블로그 등에서 접한 ‘한두 시간 대기’ 소문과 달리 예상외로 한산했다. 매장 내 식사 줄에는 4~5명 정도만 있을 뿐 테이크아웃 고객은 아예 없어 곧바로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이 가능했다.

칙필레(Chick-fil-A) 아시아 1호 매장인 '칙필레 부기스+' 지점. (사진=한광범 기자)
칙필레(Chick-fil-A) 아시아 1호 매장인 '칙필레 부기스+' 지점. (사진=한광범 기자)
미국 거주 경험이 있는 일행의 추천으로 ‘칙필레 스파이시 치킨 샌드위치’ 세트를 8개 주문해 호텔 회의장으로 포장해 돌아왔다. 네모난 상자에 담겨 제공된 스파이시 치킨 샌드위치는 바삭한 치킨 패티와 매콤한 소스, 피클이 들어간 극도로 단순한 구성이었다.

그러나 맛을 보는 순간 과거의 실망감을 완전히 지워내기에 충분할 정도로 훌륭한 풍미를 자랑했으며, 일행 모두가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스파이시 버전은 한국인 입맛에 ‘매운맛이 살짝 스친다’ 정도일 뿐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하게 담백했다.

칙필레 스파이시 치킨 샌드위치. (사진=한광범 기자)
칙필레 스파이시 치킨 샌드위치. (사진=한광범 기자)
◇“과거의 실망은 잊어라”…땅콩유와 소스가 만든 반전

이러한 깊은 맛의 비결에는 칙필레 고유의 조리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칙필레는 창업 이래 모든 치킨과 사이드 메뉴를 100% 정제 땅콩유로 조리하는 것을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으로 내세운다.발연점이 약 230도로 높고 향이 거의 없는 정제 땅콩유 덕분에 닭고기 본연의 맛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기름을 오래 머금지 않아 눅눅함 없이 깔끔하고 바삭한 식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함께 제공된 세 가지 소스 중 달콤하면서도 오묘한 풍미를 내는 시그니처 ‘칙필레 소스’ 역시 일행 모두가 극찬을 아끼지 않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미국 현지에서도 버거와 프라이 모두에 잘 어우러져 마니아층이 두터운 이 소스는, 높은 인기에 힘입어 아예 별도의 병 제품으로 시판될 정도다.

포장해 온 칙필레 스파이시 치킨 샌드위치 세트(meal). (사진=한광범 기자)
포장해 온 칙필레 스파이시 치킨 샌드위치 세트(meal). (사진=한광범 기자)
여기에 격자무늬 형태로 조리돼 일반 스틱형 감자튀김보다 튀김 면적을 넓혀 바삭함을 극대화한 ‘와플 포테이토 프라이’ 역시 같은 정제 땅콩유로 튀겨져 소스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오후 미팅을 앞둔 현지 기업 고위 관계자가 회의장 문을 우연히 열었다가 일행이 칙필레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문을 닫았다. 오후 회의 중에 그는 “아까 칙필레를 먹던데 어디서 샀냐”고 물었고, 호텔 근처 1호점에서 샀다고 답하자 “거기 내 가족이 운영하는 곳인데 최고로 잘하는 집을 잘 골랐다”는 유쾌한 농담을 건네며 회의장 분위기를 한층 화기애애하게 만들기도 했다.

◇오픈 9개월 지나도 식지 않는 열기…퇴근길 40분 대기 ‘진풍경’



칙필레(Chick-fil-A) 아시아 1호 매장인 '칙필레 부기스+' 매장 앞 기둥의 칙필레 로고. (사진=한광범 기자)
칙필레(Chick-fil-A) 아시아 1호 매장인 '칙필레 부기스+' 매장 앞 기둥의 칙필레 로고. (사진=한광범 기자)
다음날인 금요일 저녁, 첫날의 강렬하고 만족스러웠던 기억을 안고 이번에는 혼자 다시 매장을 찾았다. 지난해 12월 아시아 1호점으로 첫선을 보인 지 9개월 넘게 지났지만, 오픈 초기 반짝 특수를 넘어선 현지의 열기는 여전했다. 전날 점심과 달리 금요일 오후 7시 무렵의 매장은 약 40분가량의 대기를 안내받을 정도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테이크아웃 대기 역시 10~20분 가량이 소요됐다.

대기 중 바로 앞에 서 있던 싱가포르 대학생 커플에게 “여기 자주 오냐”고 묻자, “맛있어서 좋아하는 곳이다. 아시아 첫 매장이기에 싱가포르 사람들도 관심이 크다”며 “평일 저녁은 물론 주말에도 늘 사람이 많다”는 답이 돌아왔다.

칙필레(Chick-fil-A) 아시아 1호 매장인 '칙필레 부기스+' 매장에서 주문 전 점원이 자리를 맡아줬다. (사진=한광범 기자)
칙필레(Chick-fil-A) 아시아 1호 매장인 '칙필레 부기스+' 매장에서 주문 전 점원이 자리를 맡아줬다. (사진=한광범 기자)
입장 순서가 직원이 다가와 인원수와 테이블에 적을 이름을 물었고 ‘HAN’이라고 답했다. 이번에는 점원 계산대로 향해 기본 ‘칙필레 치킨’ 세트를 주문했다. 매장 안을 둘러보니 주변 손님들 모두 조그만 소스통에 와플 프라이뿐만 아니라 치킨 샌드위치까지 열심히 찍어 먹는 독특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기본 치킨 샌드위치는 스파이시 버전과 큰 틀은 같지만 덜 맵고 한층 더 담백함과 고소함이 돋보였다. 개인적으로는 스파이시보다 기본 치킨 샌드위치의 순수한 담백함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칙필레 매장에선 포장과 달리 매장에서는 보온 포장지에 햄버거를 제공했다. (사진=한광범 기자)
칙필레 매장에선 포장과 달리 매장에서는 보온 포장지에 햄버거를 제공했다. (사진=한광범 기자)
소들이 “EAT MOR CHIKIN(닭고기를 더 먹자)”이라는 철자 틀린 피켓을 들고 있는 유쾌한 위트 광고로도 유명한 칙필레는, 최근 국내에 진출한 유명 미국 버거 브랜드들이 대다수 과도하게 헤비하고 느끼하다는 평을 받으며 초기 유행이 식어가는 것과 확실한 대조를 이룬다.

특유의 부담 없는 담백함으로 국내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쉐이크쉑처럼, 칙필레 역시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법한 담백함을 갖추고 있어 향후 국내에 상륙한다면 독자적이고 견고한 포지션을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됐다.

카드 결제 내역을 살펴보니 스파이시 세트는 원화로 약 1만 4328원, 일반 치킨 샌드위치 세트는 약 1만 2930원이었다. 단순함 속에 담긴 깊은 담백함과 현지의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체감한 뜻깊은 미식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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