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거래소 기능에 맞춘 자체 블록체인을 구축하는 방식도 나타나고 있다.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는 이러한 변화를 대표하는 프로젝트이며, HYPE는 이 네트워크의 네이티브 코인이다.
HYPE가 짧은 기간 안에 주요 코인으로 부상한 과정도 일반적인 암호자산 프로젝트와는 다소 달랐다. 암호자산 시장에서는 토큰 발행과 자금조달이 서비스의 본격적인 성장보다 앞서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하이퍼리퀴드는 서비스를 먼저 구축했다. HYPE가 등장하기 전부터 무기한선물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며 실제 이용자와 거래량을 확보했다.
시장에 HYPE를 널리 알린 계기 중 하나는 2024년 11월 말 대규모 에어드롭이었다. 총공급량 10억개 가운데 약 31%인 3억1천만개가 초기 이용자들에게 배분됐다. 초기 투자자나 벤처캐피털보다 실제 이용자에게 상당한 물량을 배분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사진=챗GPT)
기존의 대표적 DEX인 유니스왑은 유동성 풀과 자동시장조성자(AMM)를 이용한다. 반면 하이퍼리퀴드는 중앙화거래소의 매수·매도 호가창, 즉 오더북(order book)을 블록체인 위에 구현했다. 이용자는 일반 거래소처럼 주문을 내지만, 주문과 체결의 핵심 과정은 온체인에서 처리된다.
하이퍼리퀴드의 구조는 크게 HyperCore와 HyperEVM으로 나뉜다. HyperCore는 현물과 무기한선물의 주문 및 체결을 담당하고, HyperEVM은 개발자들이 이더리움과 호환되는 스마트계약과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이퍼리퀴드는 HYPE를 스테이킹한 검증자들이 거래를 확인하고 블록을 확정하는 지분증명(PoS) 계열의 HyperBFT 방식을 사용한다. BFT(Byzantine Fault Tolerance·비잔틴 장애 허용)는 일부 검증자에게 문제가 생겨도 나머지 검증자들이 합의에 도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HYPE는 하이퍼리퀴드 네트워크의 기본 기능을 담당한다. HYPE 보유자는 코인을 검증자에게 위임해 스테이킹할 수 있고, HyperEVM에서는 HYPE가 가스비로 사용된다. 일부 가스비는 소각된다. ETH가 이더리움에서, SOL이 솔라나에서 수행하는 역할과 비슷하다.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하이퍼리퀴드의 성장이 HYPE의 경제적 가치와 연결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일부 암호자산에서는 프로토콜 이용과 수익이 늘더라도 그 성장이 해당 토큰의 수요로 직접 이어지는 구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하이퍼리퀴드에서 발생한 거래수수료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청산을 지원하는 HLP(Hyperliquidity Provider)와 HYPE 매입에 활용되는 어시스턴스 펀드(Assistance Fund) 등으로 배분된다. 특히 Assistance Fund에 들어간 자금은 HYPE를 시장에서 매입하는 데 사용되고, 확보된 HYPE는 소각된다. 따라서 거래량이 늘면 HYPE의 매입과 소각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HIP-3도 중요한 성장 요소다. HIP-3는 외부 개발자가 하이퍼리퀴드 인프라를 이용해 새로운 무기한선물 시장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시장을 개설하려면 일정 규모의 HYPE를 스테이킹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하이퍼리퀴드는 암호자산을 넘어 주식이나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의 온체인 파생상품 시장으로 확대될 수 있다.
미국의 규제 환경 변화도 관심을 높였다. 2026년 8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마이클 셀릭 위원장이 하이퍼리퀴드를 미국 시장에 규정을 준수하는 합법적인 방식으로 들여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아직 미국 내 영업이 공식적으로 허용된 것은 아니지만, 하이퍼리퀴드의 미국 규제체계 편입 가능성이 공개적으로 거론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흐름을 종합하면 HYPE의 급부상은 하나의 사건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하이퍼리퀴드는 먼저 무기한선물 서비스를 구축해 실제 이용자와 거래량을 확보한 뒤 HYPE를 발행했고, 대규모 에어드롭과 HIP-3 등을 통해 생태계를 확장해 나갔다. 서비스와 이용자 기반을 먼저 확보한 뒤 토큰 생태계를 키웠다는 점이 특징이다.
물론 위험요인도 있다. 무기한선물 DEX 시장에서는 dYdX, GMX, Jupiter 같은 기존 사업자뿐 아니라 최근에는 Aster와 Lighter 등도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하이퍼리퀴드의 더 큰 경쟁 상대는 바이낸스와 같은 중앙화거래소일 수 있다. 중앙화거래소는 여전히 높은 유동성과 익숙한 거래환경,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규제 문제도 중요하다.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파생상품은 현물 암호자산보다 강한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규제체계에 편입되는 것이 시장 확대의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규제 준수비용과 제약을 가져올 수도 있다.
합의구조 역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이퍼리퀴드는 PoS 계열의 HyperBFT를 사용하지만, 네트워크의 안전성과 탈중앙화 수준은 검증자 수와 스테이킹의 분산 정도에 영향을 받는다. 일부 검증자에게 지분이 집중된다면 네트워크 운영의 분산성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 있다.
HYPE의 공급구조도 중요하다. 최대 공급량은 10억개이고 아직 유통되지 않은 상당한 물량이 남아 있다. 수요가 늘더라도 토큰 언락(unlock)과 신규 공급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 가격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시가총액뿐 아니라 유통량, 완전희석가치, 향후 언락 일정도 함께 살펴야 한다.
그럼에도 하이퍼리퀴드는 최근 암호자산 시장의 변화 방향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희소성을 구현하고, 이더리움이 스마트계약의 시대를 열었으며, 솔라나가 빠른 블록체인을 추구했다면, 하이퍼리퀴드는 거래소 기능에 특화된 독립적인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지를 시험하고 있다.
따라서 HYPE의 미래는 하이퍼리퀴드의 성장과 그 성과가 HYPE에 얼마나 연결되는지에 달려 있다. 거래량이 계속 증가하는지, HIP-3를 통해 주식과 원자재 등으로 거래 영역이 확대되는지, HyperEVM 생태계가 성장하는지, HyperBFT가 안정성과 분산성을 유지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성장이 HYPE의 매입·소각, 가스비, 스테이킹 수요로 얼마나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결국 하이퍼리퀴드의 실험은 DEX가 기존 블록체인 위의 하나의 서비스에 머무르지 않고, 거래소 기능에 특화된 독립적인 블록체인 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태계의 성장이 네이티브 코인 HYPE의 수요로 얼마나 이어질 수 있는지가 또 하나의 관건이다. 하이퍼리퀴드와 HYPE는 지금 그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 / 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특임교수 / 법무법인 SL파트너스 고문. △1960년 부산 출생 △서강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회계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법학(조세법) 박사 및 경영학(회계학) 박사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심리학 석사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공학석사(블록체인전공) △공인회계사, 세무사, 증권분석사 △전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현 한국조세정책학회 이사장 △한국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업회생지원위원회 위원장 △한국회계학회·삼일회계법인 저명교수 △전 국세청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본위원 △전 국세청 국세심사위원 △전 한국도로공사 비상임이사 △전 국회미래연구원 이사 △전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블록체인 유튜브 오문성의 Pick Show 운영 중. (사진=이영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