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물가 안꺾인다…올해 복병은 '유가'

경제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6일, AM 10:01

[세종=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추석 이후 성수품 가격이 내려가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까지 낮아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 동안 열 번의 추석 가운데 다음 달 물가 상승률이 추석 달보다 낮아진 해는 세 번뿐이었고, 다섯 번은 오히려 상승했다. 올해는 국제유가가 5개월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명절 이후 물가의 발목을 잡을 변수로 떠올랐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26일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지수를 이용해 2016~2025년 추석 전후 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추석 다음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이 추석 달보다 낮아진 해는 2017년과 2018년, 2024년 세 번이었다. 2016년과 2019~2022년 다섯 해는 오히려 올랐고, 2023년과 2025년은 같았다. 평균으로는 0.1%포인트 상승했다.

기간을 두 달로 넓히면 내린 해가 여섯 번으로 늘지만, 상승률 변화는 평균 0.1%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추석이라는 계절 이벤트가 물가 상승률의 방향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의미다.

체감과 지표가 어긋나는 이유는 비교 기준에 있다. 성수품 가격은 명절이 끝나면 실제로 내린다. 농축수산물 지수는 추석 다음 달 열 번 중 여덟 번 전월보다 하락했고, 평균 낙폭은 2.8%였다. 사과·배·소고기처럼 명절 수요가 몰리는 품목의 값이 빠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하락이 매년 같은 시기에 반복된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것은 ‘지난달보다 싸졌다’는 전월 대비 변화지만, 공식 물가 상승률은 1년 전과 비교한 수치다. 지난해에도 같은 달에 성수품 가격이 내렸기 때문에 올해의 하락은 전년 대비 상승률에서 대부분 상쇄된다. 장바구니는 가벼워졌는데 발표되는 물가는 그대로인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다.

추석 이후 물가 흐름을 실제로 가른 것은 농산물이 아니라 유가와 서비스 가격이었다. 국제유가가 오르던 2021년에는 추석이 있던 9월 2.4%에서 11월 3.8%까지 뛰었다. 반대로 물가가 정점을 지나던 2022년에는 9월 5.5%에서 11월 5.0%로 낮아졌다. 2019년과 2020년처럼 저물가 국면에서는 추석 뒤 상승률이 0%대에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명절 전후 물가 방향은 에너지 가격과 수요 흐름에 좌우됐다는 것이다.

올해는 추석 시점이 변수다. 추석이 9월 25일로 지난해(10월 6일)보다 열흘 이상 이르다. 성수품 수요가 9월 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9월 상승률에는 위쪽 압력이 생긴다. 반대로 10월에는 지난해 추석 효과가 빠지면서 상승률이 일시적으로 둔화될 수 있다. 시점 차이에 따른 기저효과여서 물가가 안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읽기는 어렵다.

농산물이 상승률을 끌어내릴 여지도 크지 않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8월에 이미 1년 전보다 2.6% 낮았다. 명절 이후 추가로 떨어질 폭이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반면 물가의 바닥은 단단해졌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였고,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는 3.4%로 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여기에 두바이유가 이달 10일 배럴당 109.75달러로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 정세에 따라 유가가 더 오르면 추석 이후 물가는 농산물 안정과 무관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2.1%에서 2.6%로 올려잡았다. 1~8월 평균이 이미 2.6%대여서 목표를 지키려면 9~12월 평균이 2.5%대로 내려와야 한다. 8월 3.1%에서 출발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여유가 없다.

첫 시험대는 10월 초 발표되는 9월 소비자물가다. 추석 성수품 가격이 반영되는 달인 만큼 상승률이 어느 수준에서 형성되는지가 연말 물가 경로를 가늠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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