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AI 승부수…SK 솔리다임, 최대 200조 미 상장 가시화

경제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7일, PM 06:41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플래시 손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이 이르면 내년 미국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 붐 덕에 기업가치는 1500억달러(약 2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SK그룹 내부에서는 전통적인 메모리 사이클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판단 하에 추가 자금 조달을 늘려 대대적인 증설에 나서겠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27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투자은행(IB)과 IPO 주관사 제안 회의를 진행했다. 로이터는 솔리다임의 기업가치가 최대 1500억달러로 평가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2023년 상장한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540억달러), 올해 상장한 AI 반도체 기업 세레브라스(560억달러) 등을 뛰어넘는 미국 증시 역대 최대 반도체 IPO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솔리다임은 2021년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미국 법인이다. AI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기업용 SSD(eSSD)를 주로 생산하는데, AI 붐에 힘입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올해 초 미국에 설립한 투자 자회사 ‘AI 컴퍼니’의 자회사다. SK그룹 반도체 사업의 지배구조는 SK㈜→SK스퀘어→SK하이닉스→AI 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진다.

솔리다임 상장설은 업계에서는 공공연하게 퍼진 얘기다. 솔리다임은 미국 동부에 낸드 생산거점 공장 구축을 검토 중이고, 최근에는 공시 책임자 공고를 냈다. SK하이닉스는 이번달 초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에 대해 미확정 공시를 냈는데, 이는 상장 부인이 아니라 시점과 조건 검토로 읽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AFP)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AFP)
다만 이번 상장은 특히 자본시장 측면에서 논란이 있다. SK㈜와 SK스퀘어, SK하이닉스가 모두 상장돼 있는 와중에 솔리다임까지 나서는 것은 이른바 ‘쪼개기 상장’이라는 목소리 때문이다. 솔리다임이 상장하면 외국인 등 투자자들이 SK하이닉스를 더 떠날 수 있고, 이는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 주주들은 솔리다임 eSSD 사업 성장의 과실을 누리지 못하고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논란에도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SK그룹이 반도체를 보는 시각이 과거와 확 달라져서다. SK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규격화된 범용 메모리와 달리 사전에 빅테크 고객사와 공동 설계하고 장기 계약을 맺는 주문형 AI 메모리는 이전과 같은 사이클을 타지 않는다”며 “SK그룹 내에서는 메모리 사이클이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업계가 본능적으로 느끼는 공급 과잉 공포가 과거보다 현격히 작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최태원 회장이 연일 ‘공격 증설’을 언급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솔리다임 상장설 이전에 나온 △SK하이닉스의 미국 ADR 상장 △SK하이닉스가 2대 주주인 일본 낸드 업체 키옥시아의 미국 ADR 상장 추진설 등도 모두 그 궤가 같다. ‘AI 본토’ 미국에서 외부 자금을 유치해 공장을 더 짓고 반도체 사업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포석 역시 있어 보인다. 솔리다임은 현재 중국 다롄 공장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다. 미국에 추가로 공장을 지으면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일본 등에서 메모리 자체를 생산하는 전공정 시설 신설 옵션까지 검토하고 있다. 한 재계 고위인사는 “반도체 같은 전략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압박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이에 대비한 카드들을 들고 있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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