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석 한국로봇학회 회장이 10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9.10 © 뉴스1 이종수 기자
휴보(HUBO)와 마루(MARU)를 아시나요?
많은 이들이 공중제비를 돌고 고스트 라보나 슛을 성공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 열광한다.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은 물론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나믹스가 만들었다는 점 때문에 관심도가 배가된다.
20여년 전에도 한국에 휴머노이드 열풍이 불었다. 그 주인공이 바로 휴보와 마루였다. 휴보는 한국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다섯 손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후 개발된 휴보2는 뛰는 동작(시속 약 3.6km)이 가능했다.
마루는 네트워크 기반 지능형 로봇으로 개발됐다. 인간과 인지적 상호작용 및 안내·응대 역할을 목표로 제작됐고 사물 인지 및 음성 인식 기술이 결합해 실생활 보조형 로봇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안타깝게도 그 이후로 약 15년간 한국형 로봇은 자취를 감췄다. 국내 로봇 산업의 잃어버린 15년인 셈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대한민국을 도약시킬 3대 메가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피지컬 인공지능(AI)을 선정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휴보와 마루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이 밑바탕이 돼 피지컬 AI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휴보와 마루의 성공과 단절이 앞으로의 연구 방향과 정책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최종석 한국로봇학회 회장은 <뉴스1 초대석>에서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로봇 경쟁에서 두 나라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자동차·반도체·배터리·조선 등 제조업 기반을 활용한 '현장형 피지컬 AI'로 승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이 정밀 제조와 고성능 부품, 배터리, 시스템 통합, 품질관리 등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제조 현장의 공정 경험을 로봇 행동 데이터로 전환하고 산업 특화 AI와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추격 그룹의 선두권"이라며 향후 2~3년간 민관이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격차가 줄어들 수도,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최 회장과의 일문일답.
-미국과 중국이 로봇 산업을 빠르게 주도하고 있다. 한국의 현재 위치는.
▶국내 로봇 기술 수준을 하나의 숫자나 연수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종합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추격 그룹의 선두권에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이나 중국의 부품 공급망과 가격 경쟁력에는 뒤처진 부분이 있지만 고정된 격차는 아니다. 향후 2~3년 동안 정부와 학계, 연구계, 산업계가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하다.
한국은 부품과 AI, 에너지, 반도체 등 로봇에 필요한 전반적인 제조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어 충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두뇌'(AI), 중국은 '피지컬'에 강하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의 승부처는 무엇인가.
▶미국은 두뇌, 중국은 몸이라고 완전히 나눠 보기는 어렵다. 미국도 고성능 하드웨어를 충분히 갖고 있고 중국 역시 자체 AI 개발이 상당히 진행됐다. 결국 두 가지는 만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을 같은 방식으로 따라가기보다 우리가 가진 제조업 기반을 활용해야 한다. 정밀 제조와 품질관리, 시스템 통합, 배터리, 전자기술을 결합해 산업 현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다.
자동차·반도체·배터리·발전소·조선 현장에서 축적한 공정 기술과 현장 수요를 로봇 행동 데이터로 전환하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 현장에 특화된 파운데이션 모델과 로봇 시스템을 개발하는 '현장형 피지컬 AI'에 집중한다면 차별화할 수 있다.
-하드웨어와 AI 가운데 어디에 먼저 투자해야 하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하는 접근은 피지컬 AI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 AI는 로봇 이외의 영역에서도 발전하고 있지만 강하고 안정적인 로봇 하드웨어와 양산 체계는 누군가 실제로 만들어야 한다. 국내 제조 기반을 활용해 로봇 몸체와 핵심 부품, 안정적인 공급망을 강화하고 여기에 국내외 AI 기술을 신속하게 결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로봇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데이터도 쌓이기 어렵고 AI 모델을 실제 현장에서 검증하거나 개선하기도 어렵다.
-한국이 가장 뒤처진 부분을 꼽는다면.
▶대규모 로봇 행동 데이터를 축적하고 공유하는 체계가 부족하다. 로봇용 AI 모델을 지속해서 고도화할 컴퓨팅과 인재, 데이터 생태계도 충분히 크지 않다. 핵심 부품의 성능을 높일 기술력은 있지만 이를 낮은 가격으로 대량 공급할 수 있는 기반도 부족하다. 결국 하드웨어와 데이터 문제가 서로 연결돼 있다.
반면 정밀 제조와 고성능 부품, 배터리, 시스템 통합, 품질관리는 경쟁력이 있다. 로봇 손과 구동 모듈도 충분히 추격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본다.
-한국은 20여년 전 휴보·마루 등 휴머노이드를 개발한 경험이 있다. 당시 연구가 이어지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있을 것 같다. 그 경험이 지금 어떤 의미가 있나. ▶일본 혼다가 아시모를 선보인 이후 국내에서도 휴보·마루 등 휴머노이드 개발에 상당히 집중했던 시기가 있었다. 많은 연구자가 당시 연구가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다면 지금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갖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때의 연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당시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면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 연구 인력이 남아 있다. 최근 2~3년간 국내에서 다시 휴머노이드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그 경험들이 다시 모이고 있다. 당시 연구가 하나의 씨앗이 됐기 때문에 지금 다시 비교적 빠르게 올라올 수 있는 기반도 있다고 본다. 글로벌 선두와 격차는 있지만 지금처럼 투자가 이어지고 효율적인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면 충분히 따라갈 기회가 있다.
최종석 한국로봇학회 회장이 10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9.10 © 뉴스1 이종수 기자
-제조 현장 데이터는 기업의 영업비밀과도 연결된다.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모든 제조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는 방식은 현실적이지 않다. 기업마다 보호해야 할 데이터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구분해야 한다.
제품의 제조 조건이나 핵심 공정 기술은 기업 내부에 두되, 물체를 집고 옮기거나 작업 공간을 인식하고 사람과 충돌 없이 협업하는 것처럼 여러 산업에서 공통으로 필요한 로봇 행동 데이터는 표준화해 활용할 수 있다.
합성·시뮬레이션 데이터도 유용하지만 현실의 마찰이나 접촉, 진동, 부품 마모, 조립 오차까지 완전히 재현하기는 어렵다. 합성 데이터로 기본 능력을 학습하고 실제 로봇과 현장 데이터로 보정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핵심 부품은 어디까지 내재화해야 하나.
▶모든 부품을 국산화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러 공급처가 있고 대체 가능한 범용 센서나 표준화된 전자부품, 컴퓨팅 플랫폼 등은 해외 기술과 파트너십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핵심적인 부분은 내재화가 중요하다. 핵심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면 원가와 유지보수 비용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내재화 여부는 단순한 국산화율이 아니라 공급 안정성과 대체 가능성, 유지보수 능력, 가격 경쟁력, 시스템 설계·통합 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휴머노이드처럼 많은 관절과 구동계가 들어가는 로봇은 핵심 하드웨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는 어떻게 평가하나.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오랫동안 로봇의 동역학과 기구 설계, 이동과 조작 능력을 발전시켜 왔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의 생산기술과 제조 현장을 결합하면 실험실의 기술 시연을 실제 산업용 제품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만 몇 대를 시범적으로 공장에 투입하는 것과 대량의 로봇이 매일 안정적으로 작업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관절과 액추에이터의 내구성, 장시간 운용에 따른 발열과 배터리 관리, 작업 성공률, 사람과의 충돌 안전성, 유지보수 비용 등을 검증해야 한다. 2028년쯤 제한된 공정에서 시범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휴머노이드가 실제 산업 현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시점은.
▶처음부터 사람처럼 모든 일을 수행하는 형태로 보급되지는 않을 것이다. 자동차와 반도체 공정, 물류 현장 등에서 제한된 작업을 수행하는 시범사업이 수년 내 확대될 수 있다. 2030년 전후에는 경제성이 확인된 일부 공정에서 본격적인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다만 AI 모델뿐 아니라 하드웨어 내구성, 배터리 운용시간, 안전성, 유지보수 체계, 부품 가격 등이 안정되지 않으면 시기가 늦어질 수도 있다.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투자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의 연결 구조다. 정부 R&D와 기업의 설비투자, 데이터 구축, 실증이 각각 분리돼 있다면 더 많은 돈을 투자해도 경쟁력 있는 시스템이 나오기 어렵다.
초기 연구개발과 함께 배포, 실증, 안전, 수요를 연결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개발 이후에도 공공 선도구매 등을 통해 수요 현장에서 검증하고 단계별 안전 기준을 마련하면 데이터를 축적하고 제품을 다시 개선하는 산업적 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인재도 중요하다. 중국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도 세계적인 인재를 끌어오는 데 적극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국내외 우수 연구자에게 글로벌 수준의 처우를 제공하고 신속한 연구개발을 어렵게 만드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pkb1@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