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석 한국로봇학회 회장이 10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9.10 © 뉴스1 이종수 기자
한국 로봇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순히 투자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연구개발(R&D)과 생산·실증·수요를 하나로 연결하는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최종석 한국로봇학회 회장은 <뉴스1 초대석>에서 "이제는 투자 규모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R&D 개발에만 투자해도 안 되고 산업 현장의 시설 투자만 해도 안 된다. 개발과 시설 투자, 실증과 안전 점검, 실제 수요가 잘 엮여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피지컬 AI와 로봇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정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연구개발부터 실제 산업 현장 투입까지 각각의 단계가 따로 움직여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로봇을 만들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로봇을 개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 투입해 데이터를 쌓고, 이를 다시 하드웨어와 AI 개선에 활용하는 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휴머노이드 연구 15년 공백…지속적 지원 아쉬워"
특히 최 회장은 과거 국내 휴머노이드 연구가 한때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지원과 관심이 지속되지 못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일본 혼다가 휴머노이드 '아시모'를 선보인 이후 휴보·마루 등 자체 휴머노이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당시 투입 비용에 비해 단기간에 확인할 수 있는 사업적 성과가 제한되면서 휴머노이드 연구에 대한 관심도 점차 줄었다.
최 회장은 이후 휴머노이드 연구가 활발하지 못했던 기간을 두고 "잃어버린 15년"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연구와 지원이 꾸준히 이어졌다면 현재 한국의 로봇 기술도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데 대해 "그런 아쉬움은 많은 연구자가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과거를 돌아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축적한 연구 경험이 남아 있고 최근 2~3년 사이 국내에서 다시 휴머노이드 개발이 활발해진 만큼 지금의 투자를 얼마나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생태계로 연결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그때 연구했던 경험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 다시 빠르게 붐업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정부와 학계, 연구계, 산업계가 잘 융합될 수 있는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봇 챌린지'로 현장 난제 푼다…인재·규제 개선도 과제"
로봇 산업은 하드웨어 개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 로봇을 생산해 산업 현장에 투입하고, 현장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다시 AI와 하드웨어 개선에 활용하는 과정이 반복돼야 한다.
최 회장은 로봇 기술을 산업 현장과 연결하는 방법으로 '챌린지' 방식을 주목했다. 특정 임무를 제시하고 여러 연구팀과 기업이 경쟁하며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그는 "챌린지를 하면 단순한 연구개발뿐 아니라 명확한 목표가 생긴다"며 "그 목표는 생활이나 산업 현장과 동떨어질 수 없기 때문에 R&D와 시설 투자, 수요와 실증을 연결하는 하나의 프레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휴머노이드 마라톤을 예로 들면 단순히 로봇을 걷고 뛰게 하는 기술을 넘어 수십 개의 액추에이터에서 발생하는 발열과 배터리 소모, 장시간 운용을 위한 냉각과 정비 문제까지 해결해야 한다. 경쟁 과정에서 실제 현장에 필요한 과제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국내 로봇 산업의 기반이 될 핵심 부품 확보도 같은 맥락이다. 최 회장은 "최근 2~3년간 휴머노이드 붐이 일면서 내재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아직 성능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현장 검증도 필요하지만 국내 구동계가 기대할 만한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휴머노이드는 40~50개의 관절에 모터와 감속기, 제어기 등 복잡한 구동계가 들어가는 만큼 핵심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개발 이후 양산과 유지보수 단계에서 한계가 생길 수 있다.
최 회장은 "부품을 수입해 연구개발을 하는 것까지는 가능하지만 실제로 많은 로봇을 보급하고 현장에 쓰려면 수입에 계속 의존하는 부분이 결국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개발 속도를 떨어뜨리는 행정 부담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그는 로봇 연구에 필요한 GPU 등 기자재 구매 과정을 예로 들며 장비 구입 목적과 다른 장비와의 차이, 관리 방법 등을 입증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행정력이 투입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연구자 입장에서는 안전 규제 이전에 연구하기 어렵게 만드는 행정적인 규제가 피부에 더 와닿는다"며 신속한 로봇 연구개발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으로는 인재를 꼽았다. 최 회장은 중국이 로봇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해외 우수 연구자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꼽으며 "결국 누가 이 산업을 끌고 갈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뛰어난 인재를 데려오려면 그에 걸맞은 글로벌 수준의 처우가 필요하다"며 "이제는 예전처럼 애국심에만 어필할 수 없다. 소수의 뛰어난 인재라도 큰 아이디어와 기술 개발을 촉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영입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kb1@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