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쇼크에 여전채 4.5%…‘싼 빚’ 만기 돌아오는 카드사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8일, PM 07:44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낮은 금리에 발행했던 카드채 만기가 돌아오면서 카드사들의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만기가 도래하는 카드채는 평균 연 3% 중반에 발행됐지만, 최근 신규 발행금리는 연 4% 중반까지 올랐다. 차환 부담에 카드대출 건전성 우려까지 겹친 가운데 8개 전업카드사의 이익잉여금도 일제히 증가했다.

21일 서울 명동에 부착된 카드대출 관련 광고물(사진=연합뉴스)
21일 서울 명동에 부착된 카드대출 관련 광고물(사진=연합뉴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 등급 3년 만기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는 지난 23일 기준 연 4.57%로 집계됐다. 올해 1월 초 연 3.46% 수준과 비교하면 1%포인트 이상 높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 급등이 국내 채권시장에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과 물가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카드사의 조달 여건이 악화된 상황이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카드채를 비롯한 시장성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 카드사들의 조달 규모도 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자금조달 평균잔액은 177조2626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평균잔액보다 3.2% 늘었다. 카드론과 할부금융 등 영업자산을 운용하기 위한 자금 규모가 확대된 가운데 조달금리까지 상승한 것이다.

실제 신규 발행금리와 만기도래 채권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7~8월 카드채 신규 발행금리는 평균 연 4.42%로, 3분기 만기도래 카드채의 평균 발행금리 연 3.51%보다 0.91%포인트 높았다. 두 금리의 차이는 올해 1분기 0.04%포인트에서 2분기 0.67%포인트, 3분기 0.91%포인트로 확대됐다. 만기 채권을 같은 규모로 차환하더라도 과거보다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구조다.

만기도래 물량도 예년보다 많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카드채 만기도래액은 12조6000억원으로, 2020~2025년 반기 평균인 10조5000억원을 웃돈다. 내년에는 상반기 16조2000억원, 하반기 15조10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카드채 발행 만기도 짧아졌다. 만기 2년 이하 카드채의 발행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3.6%에서 올해 상반기 52.4%로 높아졌다. 한은은 조달비용을 낮추려는 카드사의 수요와 금리 상승기에 장기채 투자 수요가 약해진 시장 여건이 함께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단기채 비중이 커질수록 만기가 자주 돌아와 금리 변동이 조달비용에 반영되는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조달비용 증가와 함께 카드대출 건전성도 변수로 꼽힌다. 최근 늘어난 카드대출 가운데 신용평점 하위 20%인 저신용 차주 대상 대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카드사 연체율은 지난해 말 1.92%에서 올해 6월 말 1.83%로 낮아졌지만, 금리 상승으로 취약 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지면 대손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익성은 이미 하락세다. 카드사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지난해 1.2%에서 올해 6월 말 0.9%로 낮아졌다.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와 마케팅 비용 증가로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약해진 가운데 카드대출 부실 위험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런 상황에서 8개 전업카드사의 올해 6월 말 이익잉여금은 합계 26조299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조4012억원(5.6%) 늘었다. 8개사 모두 이익잉여금이 증가했다. 이익잉여금은 회사에 남은 누적 이익으로, 카드채 상환에 곧바로 쓸 수 있는 현금은 아니다. 다만 향후 이자비용과 대손비용이 늘어날 때 손실을 감당할 자본 여력과 관련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과거 낮은 금리로 발행한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차환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연말 실적을 더 지켜봐야 하지만, 조달비용과 대손비용 증가에 대비해 이익을 내부에 유보하려는 흐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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