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무인화·국산화·현지화를 세 축으로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 등 수출 주력 무기는 인공지능(AI) 기반 무인 전력으로 진화시킨다. 이를 위해GPU 팜과 국방 AI 인프라 구축을 통한 생산·개발 분야 AI 전환(AX)·디지털 전환(DX)을 추진한다.
KF-21에 탑재할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등 핵심 무장의 국산화도 추진한다. 해외에서는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생산 기반을 넓혀 가성비와 빠른 납기를 넘어설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같은 전략을 토대로 수출 확대와 실적 개선을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5조 439억 원, 영업이익은 2조 4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5%, 44.1% 늘었다. 지상방산 부문 2분기 말 수주 잔고도 38조 3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 37조 2000억 원 대비 3%가량 증가했다.
AI로 개발·생산 바꾸고 K9·천무 무인화…'미래 전장' 대비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연구개발과 생산 현장부터 AI·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고 있다. AI 모델 학습·추론용 GPU 팜 구축에 350억 원, AI 인프라 구축에 50억 원 등 총 400억 원을 투자한다. 지난 7월 구축에 들어간 GPU 팜은 내년 3월 완공이 목표다.
GPU 팜은 다수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를 연결해 대규모 연산을 처리하는 인프라다. 엔비디아의 최신 칩인 H200과 B300 등을 도입해 무기체계에 적용할 AI 기술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유도무기·탄약 사업장에는 약 105억 원을 투입해 통합모니터링·생산계획시스템을 구축한다. 기존 창고관리시스템(WMS)이 자재 흐름을 관리하는 수준이었다면 새 시스템은 생산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생산계획까지 디지털로 관리한다.
무기체계 개발 과정의 AX와 생산 현장의 DX를 함께 추진해 개발·양산 속도를 높이고, 무기 체계 자체의 지능화로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K9·천무·차기 장갑차 등 주력 지상무기체계의 무인화 로드맵을 공개했다. 2029년까지 기존 무기체계를 유·무인복합전투체계(MUM-T)로 전환할 기술을 확보하고, 2030년까지 소형부터 대형까지 무인지상차량(UGV) 6종의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무인화는 병력 투입이 어려운 고위험 지역에서 정찰·감시와 화력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어 미래 전장 핵심 기술로 꼽힌다.
AI가 주변 상황과 위협을 빠르게 파악해 유인 전력과 정보를 공유하면 보다 넓은 지역을 적은 병력으로 운용할 수 있다. 병력 감소 속에서도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무인화 전환의 배경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목적 UGV '아리온스멧' 2026.8.25 © 뉴스1 오대일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육군과 해병대 보병 부대에 납품할 UGV 아리온스멧(Arion-SMET)의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 무인수색차량, 한국형 공병전투차량(K-CEV), 유무인복합 화생방정찰차 등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개별 무기체계 무인화를 넘어 지상·해상·공중을 AI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한화그룹은 2040년까지 전장 데이터를 학습·추론하는 국방 AI 모델 '디펜스 OS'를 개발해 K9 자주포, 무인수상정, 자율형 드론·무인기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한화시스템과 함께 창원에 총 10조 원 규모의 국방 AI 데이터센터도 구축한다.
KF-21 '한국산 무장'으로 수출 걸림돌 낮춘다
핵심 무장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대표 사례가 한국형 전투기 KF-21에 탑재할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이다. KF-21은 현재 미티어 등 외산 항공무장을 사용하고 있어 수출 과정에서 원산지 국가의 승인이 필요할 수 있다. 국산 무장을 확보하면 이런 제약을 줄일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의 핵심 기술인 덕티드 램제트 추진기관을 약 20년간 연구해 왔다. 덕티드 램제트는 공기 흡입구(덕트)로 외부 산소를 들여와 연료를 태우는 추진기관이다. 산화제를 따로 싣는 일반 로켓보다 더 많은 연료를 실을 수 있어 사거리와 속도를 늘릴 수 있다. 산소 유입량을 조절해 연료 소비를 제어할 수 있어 표적 근처에서도 기동성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1년 이후 정부가 발주한 덕티드 램제트 적용 무기체계 선행연구 6개 중 5개에 참여하며 기술을 축적했다. 현재 정부가 2035년 양산을 목표로 총 1조 9000억 원을 투입하는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체계개발 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지난 2월에는 KF-21 체계종합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항공무장 사업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양사는 KF-21과 FA-50에 국산 항공무장을 체계통합하고 해외 마케팅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KF-21과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통합 분야 협력을 위한 MOU를 추가로 체결했다.
양산을 앞둔 UGV도 98%의 국산화율을 목표로 한다. 주요 부품 대부분을 국산화해 후속 군수지원과 유지보수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안정적 양산을 위해 구조물, 배터리, 항법장치, 라이다, 원격 통제 관련 부품 등 공급 협력사 40여곳과 상호협력 체계도 갖췄다.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001호기(공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9.22 © 뉴스1 박지혜 기자
'메이드 인' 넘어 '메이드 위드'…현지 방산 생태계 파고든다
수출 현장에서는 현지화 범위를 넓히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현지 방산업체 WB그룹과 합작법인을 세워 천무 유도탄 생산 체계를 구축했고, 루마니아에는 K9 자주포 생산 공장을 세운 게 대표적이다.
크로아티아 천무 수출 사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사례로 평가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0일 크로아티아 정부와 4억 1800만 유로 규모의 천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현지 기업과 협력해 유지·보수·정비(MRO) 체계의 기반을 조성하는 중장기 현지화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지 기업과 안정적 군수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장기적 협력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며 "메이드 인 유럽(Made in Europe)에서 메이드 위드 유럽(Made with Europe)으로 나아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에서도 현지화를 확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자회사 한화디펜스USA는 지난달 미 육군과 K9 차륜형 자주포(K9MH) 시제품 6문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K9 자주포 수출 확대를 위해 아칸소주에 약 3조 원을 들여 탄약 생산거점을 조성한다.
한화는 한화디펜스USA의 기능을 미국 방산 시장 컨트롤타워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화시스템이 보유하고 있던 필리조선소 지분을 한화디펜스USA로 넘기기로 했고, 현지 조선·방산업체 오스탈USA 인수도 한화디펜스USA를 통해 추진하고 있다. 이외 중동 지역에서도 기존 법인 외에 별도 법인을 신설하며 현지 대응력을 강화한 상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이제는 가성비와 빠른 납기만으로는 방산 수출 시장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AX·DX, 핵심 기술 확보, 현지화 전략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이재명 대통령, 조쉬 샤피로 펜실베니아 주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선박 명명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한화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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