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건 중 반대 2건…"거수기 사외이사 역할 강화하려면, 임기·보수 손봐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1일, AM 06:04

[이데일리 임유경 최정훈 정민주 기자] 8대 금융지주 중 6곳의 은행장 임기 만료를 3개월 앞두고 각 지주사의 차기 행장 선임 절차가 본격화한 가운데,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역할이 인선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이 지주 회장의 ‘참호 구축’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견제 장치로 임추위의 역할 강화를 주문하면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가 30일 인터뷰한 금융권 사외이사 경험이 있는 8인의 전문가들은 임추위가 CEO 선임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면서도, 절차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이런 관행을 바꾸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사외이사가 독립적으로 후보를 검증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활동 여건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참호 구축’ 경계하는 당국…은행 임추위 역할 확대

금융당국이 경계하는 것은 지주 회장이 자신과 가까운 인물들로 계열사 경영진을 채우고, 이들을 통해 연임과 영향력 유지의 기반을 다지는 이른바 ‘참호 구축’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3일 금융지주 회장들을 소집해 “CEO 선임이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한 배경이다.

은행장 선임에는 지주의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와 은행 임추위가 참여하도록 돼 있다. 2023년 마련된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도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자회사 임추위의 역할을 충분히 보장하도록 했다.

그러나 여전히 은행 임추위가 지주에서 정한 후보를 형식적으로 검토하고 추천하는 데 머물고 있다는 것이 당국의 문제의식이다. 실제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견이 드러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이데일리가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 5년간 5대 은행의 이사회 결의 안건 1973건 중 사외이사의 반대가 나온 안건은 4건으로 0.20%에 그쳤다. 사외이사의 독립적인 검증과 견제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금융지주들은 차기 은행장 등 계열사 CEO 선임 절차 개시를 공식화하면서 임추위의 역할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기존에 은행 임추위에서 행장 자격 요건을 전달받던 방식에서 나아가, 올해는 승계 후보군 정보를 공유하고 후보군에 포함할 인사를 추천할 권한도 부여했다. 하나금융은 그룹 자추위가 압축한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을 은행 임추위와 공유하고, 최종 후보자 선정을 위한 평가에도 임추위원장이 참석하도록 했다. BNK금융도 은행 임추위에 상시 후보군 추천 권한을 부여했다.

◇짧은 재임 기간·낮은 보수…“후보 검증 여건부터 개선해야”

하지만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국의 지침대로 후보 정보를 공유하고 평가 의견을 받는 절차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기존의 형식적인 참여 관행이 달라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자회사 사외이사의 최초 임기가 통상 2년이고 이후 짧은 주기로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에서는 후보를 충분히 관찰하고 독립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2021~2025년 5대 은행의 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난 34명 중 전체 재임 기간이 3년 미만인 사람은 26.5%에 이르렀다.

조 교수는 “임추위는 구성원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후보를 여러 해에 걸쳐 관찰하기 어렵다”며 “후보를 제대로 평가하거나 지주가 낙점한 후보를 반대할 근거를 갖기도 어려운 구조다. 지주 입장에서도 정보를 공유할 필요성과 의미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상적인 승계 관리가 이뤄지려면 임추위원들이 후보들을 1년에 한두 차례 만나 생각을 듣고, 몇 년간 쌓은 정보를 바탕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사외이사의 임기를 3년 단임으로 정하거나 2년씩 두 차례 맡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수 측면에서도 은행장 검증에 책임감을 가지고 나설 유인이 부족하다. 지난해 감사위원인 사외이사를 포함한 5대 은행 사외이사의 평균 보수는 7196만원으로, 5대 금융지주 평균 8002만원보다 10.1% 적었다. 하나은행은 6934만원으로 하나금융지주 8608만원보다 19.4% 낮았다. 후보 검증 책임을 확대하려면 활동 시간과 정보 접근성, 보수 등 이를 뒷받침할 여건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배구조 개선, 금융산업 경쟁력·성장으로 이어져야

전문가들은 또 임추위가 인선 때만 후보 자료를 받아 검토하는 조직에서 벗어나, 평소 후보의 역량과 경영 구상을 살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후보가 경영 구상을 직접 발표하고 사외이사들이 독자적으로 판단하는 절차를 제안했다. 현직 은행 사외이사는 자회사 사외이사가 지주에 이견을 전달할 창구와 지주·자회사 사외이사 간 정기적인 소통 경로가 필요하다고 봤다. 지주가 그룹 전략에 맞춰 CEO를 선택하더라도 은행 임추위의 평가와 우려가 의사결정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이 모든 금융그룹에 세부 인선 절차를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자회사 지분을 전부 보유한 지주가 그룹 전략을 실행하려면 계열사 CEO와 경영 방향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자율성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전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은 “지주 회장이 함께 일할 역량 있는 계열사 CEO 후보를 제시하고 이사회가 적합성을 검토·논의한다면 공정성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승계 절차를 일찍 시작하고 충분한 검증 시간을 확보하도록 하되, 모든 그룹에 같은 절차를 강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국제 원칙도 모회사 이사회의 그룹 전체 지배구조·감독 책임을 보장하는 방향이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모회사 이사회가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에 책임을 지고 자회사를 감독하되, 자회사 이사회의 독립적인 법적·지배구조상 책임을 존중하도록 규정했다. 자회사 이사회 역시 그룹 정책을 따르면서도 해당 정책이 자회사의 건전한 경영을 해칠 경우 필요한 조정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당국이 산업 성장 관점에서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을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 29일 종가 기준 7개 상장 금융지주의 시가총액 합계는 약 190조 6800억원으로 전체 코스피·코스닥 시장 시가총액의 3%에 불과했다.

조 교수는 “당국이 금융회사의 수익을 인허가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만 보는 시각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금융회사의 경쟁력과 성장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감독의 초점을 넓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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