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3일 금융지주 회장들을 소집해 ‘회장의 참호 구축 가능성’을 경고했다. 회장이 자신과 가까운 인사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에 앉혀 영향력과 지위를 공고히 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특히 자회사 사외이사가 주축인 임추위가 CEO 선임 과정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도록 주문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놓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연말 8대 금융지주가 계열사 CEO 약 70명의 인사 절차를 앞둔 상황에서 그룹 전체 경영을 책임지는 지주 회장의 자회사 인사 관여를 어디까지 제한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30일 이데일리가 이와 관련해 금융회사 사외이사 경력이 있는 전문가 등 8명을 인터뷰한 결과, 상당수는 지주 회장의 자회사 CEO 인사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다는 금융당국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회장의 과도한 영향력을 견제하는 것과 지주의 자회사 인사권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짚었다. 금융지주가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고 그룹 경영의 최종 책임을 지는 만큼 CEO 선임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신 전문가들은 인사권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임추위가 후보를 실질적으로 검증하도록 하며,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이는 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 전 행장은 “지주가 은행장을 선택한 뒤 경영 성과가 나쁘면 은행장을 교체해버릴 뿐, 지주 회장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도 책임을 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회사 임추위의 역할 강화에 대해서도 단순히 절차를 추가하는 방식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절차만 복잡하게 만든다면 실제 인사권자의 영향력을 뒤로 숨긴 채 책임을 피할 수 있는 벽만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는 지주의 인사 관여를 인정하되 임추위의 후보 검증 기능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교수는“지주 회장과 자회사 CEO는 한 팀으로 일할 수 밖에 없다”며 “자회사에서 지주 회장과 뜻이 맞지 않는 CEO를 독자적으로 선임하면 양측 간 갈등으로 그룹 경영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현재처럼 수십 명을 후보군에 올려 형식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후보를 5명 안팎으로 좁혀 임추위원들이 수년에 걸쳐 직접 만나고 평가하는 승계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사외이사와 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 확보에 무게를 뒀다. 그는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하면 지주 자회사대표후보추천위원회에서 회장의 의결권은 1인분일 뿐”이라며 “사외이사가가 법적으로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후보 발굴에 참여하는 서치펌 역시 지주나 이사회 사무국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