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후속조치 및 특별조치법 제정 방향 등을 발표하고 있다. 2026.10.8 © 뉴스1 김기남 기자
농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적발된 위반 농지 가운데 상속·관행 임대차·복잡한 소유관계·영농 곤란·미허가 시설 등 5개 유형의 경미·관행적 위반을 처분하지 않고 정상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후속 대책을 내놓으면서 농업 현장의 불안이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농업계와 전문가들은 일률적인 처분 대신 실제 농업 현장의 관행과 현실을 반영한 조치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농지 거래 위축과 지방 농지의 지가 하락, 소유 중심의 규제 등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어 후속 농지법 개정을 통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특례기간을 2~3년으로 두고 이 기간에 소유·임대차 관계 등을 정비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허위 영농계획서를 이용한 농지 취득이나 지분 투기 등 투기 목적의 위반은 처분 대상으로 남긴다는 방침이다.
"성실하게 농사짓는 농업인 불안 해소"…"농지 유동성 확보도 필요"
8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후속 조치의 핵심은 농지법 위반 여부만으로 처분을 결정하지 않고, 투기 목적과 일반적·관행적 위반을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특별조치법에는 △상속농지 △고령농·관행 임대차 농지 △종중·사찰·미등기 상속 등 소유관계가 복잡한 농지 △맹지·영농 곤란 농지 △농업용 창고 등 미허가 시설 등을 처분 제외 대상으로 세분화해 담는 방안이 추진된다. 특례기간은 2~3년을 검토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전수조사 이후 가장 컸던 "내가 실제 농사를 짓고 있는데도 농지법 위반으로 처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실제 농업 생산에 관행적으로 이용했던 부분들이 전부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던 농업인들이 많았다"며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면 다양한 형태로 정상화하고 합법화하는 방안이 나온 만큼 일정 정도 현장의 불안감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채광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도 "성실하게 경작하고 있는 농업인이 전수조사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 가장 큰 우려였다"며 "이번 발표와 특별조치법을 통해 그동안 누적된 문제를 정리할 수 있다면 실제 농업인이 겪는 피해는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농업계에서는 농지 가격 하락과 거래 위축 문제까지 이번 대책만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사무총장은 "전수조사로 농지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지가가 떨어지는 부분에 대한 불안도 현장에 있다"며 "투기지역을 제외한 인구소멸지역 등에서는 농지법상 규제를 일정 부분 완화해 농지의 유동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 박사 역시 "농지 거래가 잘 안되고 가격이 하락하는 문제는 전수조사 이전부터 이어져 온 구조적 문제"라며 "인구 감소지역이나 거래가 어려운 지역을 중심으로 농지의 유동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채 박사는 향후 농지법 개정 과정에서 "소유 중심의 농지 관리에서 이용·관리 중심으로 관리 축을 옮겨갈 필요가 있다"며 "농지를 누가 소유하느냐보다 실제 이용 농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전향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후속 조치를 발표하며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일반적인 농지법 위반 사례는 처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농지조사 이후 일정 기간 처분을 유예한 뒤 다시 처분 절차가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현장의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취지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정부, 관행 임대차·미허가 시설도 '사후 적법화'…투기 농지는 처분
정부는 이번 후속 대책을 농지조사→특별조치법→농지법 개정의 3단계로 추진한다.
우선 농지조사를 통해 실제 농지 이용 실태와 위반 유형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특별조치법을 마련한다. 특별조치법에는 일반적·관행적 위반에 대한 처분 유예와 정상화 절차를 담는다.
관행적으로 이뤄진 임대차는 특례기간 안에 서면계약을 체결하면 적법한 임대차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농지은행을 이용할 경우 기존 실경작자를 지정해 계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미허가 농업용 시설도 다른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고 사전에 전용허가 등을 신청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사후 허가 신청 기회를 부여한다. 농업용 창고나 농업인 주택, 간이 농산물 처리시설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목과 실제 이용 상태가 다른 농지도 장기간 농지로 이용한 임야나 장기간 임야처럼 변한 농지·묘지 등을 대상으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현실에 맞게 지목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다.
반면 투기 목적의 농지는 특별조치 대상에서 제외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농지를 취득한 뒤 농사를 짓지 않고 방치하거나 임대한 경우, 경매 등으로 농지 지분을 취득한 뒤 가격 상승을 노리고 허위 영농계획서를 제출한 경우, 농업법인을 이용해 농지를 취득한 뒤 쪼개 팔거나 임대해 부동산 수익을 올린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농지은행의 역할도 확대한다. 농지를 팔거나 맡기려는 소유자의 수요에 대응해 매입·수탁 범위를 넓히고, 비농업진흥지역이라도 농업 활용이 가능하면 매입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고령농의 은퇴 농지를 농지은행이 확보해 청년농·전업농에게 공급하는 세대교체 기능도 강화한다.
정부는 10월 특별조치법을 발의해 연내 국회 절차를 마무리하고, 특별조치법 시행 과정에서 축적된 현장 자료와 의견을 토대로 2027년 상반기 농지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농지 임대차와 휴경 인정 사유를 확대하고 소유관계가 복잡한 농지의 적법한 임대차를 허용하는 한편, 농업용 시설 규제와 영농이 어려운 농지의 관리·활용 방안도 손질한다.
결국 이번 대책의 관건은 전수조사를 통해 확인된 위반 농지를 일률적으로 처분하는 것이 아니라 투기와 관행적 위반을 구분해 정리하고, 이를 계기로 농지법 자체를 현실에 맞게 바꾸는 데 있다는 평가다.
송미령 농림장관은 "아직 농지법 개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특조법을 통해 처분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영하고, 그다음 농지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사항을 적법한 상태로 바꾸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치유하고 현실과 맞지 않는 위법 사항은 제도에 반영해 개선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uni1219@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