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생고생 성과를 대형거래소에"…루센트블록 탈락 논란 도마

경제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8일, PM 04:54

[이데일리 서민지 최훈길 기자]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제21조에 따라 혁신금융사업자가 정식 인가를 신청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습니다. 4년간의 실증 성과와 규제 준수 능력을 정식으로 심사받고, 요건을 충족한다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싶습니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 정책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이 같이 호소했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 의사중계시스템)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 의사중계시스템)
허 대표는 “냉정하게 이 사업은 당장 금전적 이득이 없을 수도 있고 인가 이후에도 몇 년간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할 수 있는 사업”이라면서 “고객과 주주, 직원을 지키고 모든 사람에게 소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들겠다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금융업의 특성상 새로운 사업모델을 처음 만드는 데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이를 모방하기는 쉽다고 강조했다. 그는 “업계에서 이 사업을 위해 유치한 벤처투자금이 1000억원을 넘는다”며 “혁신금융지원 특별법에 배타적 운영권이 명시된 것도 혁신사업자의 선행 투자와 노력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고 주장했다.

이날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를 둘러싼 논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수년간 사업성을 검증한 스타트업 대신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등 대형 사업자에 시장 진입 기회를 열어준 것이 공정하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으로 2018년 설립된 루센트블록은 충청권 유일의 핀테크 기업으로 현 조각투자 구조를 최초 설계했다. 1112개 이상의 규제 샌드박스 참여 기업 중 관련 사업을 초기에 시작해 현재(8일 기준 창업 2878일째)까지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조각투자 스타트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루센트블록은 지난 2월13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확정된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에서 탈락했다. 내년 2월 토큰증권 제도화를 앞두고 탈락 통보를 받은 셈이다. 반면 한국거래소가 참여한 KDX, 넥스트레이드가 주도한 NXT컨소시엄은 예비인가를 통과했다.

허 대표를 참고인으로 신청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스타트업들이 7년 동안 생고생하며 규제 샌드박스 허가를 받아 사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는데 한국거래소(KDX)와 넥스트레이드(NXT)라는 거인들이 이를 빼앗아 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조 의원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4년 동안 실증한 기업에는 인허가권을 주지 않고 대형 사업자에만 인가를 내주는 것이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의 가치에 맞느냐”며 “뽑아먹을 대로 뽑아먹고 버리면 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거래소가 반드시 두 개만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느냐”며 “매우 잘못된 정책적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넥스트레이드(NXT) 대표가 여러 가지 관여한 정황이 있다”며 넥스트레이드 대표를 22일 종합감사 증인으로 부를 것도 여야 간사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금융위원회가 창업 생태계에서 엄청난 비난과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스타트업의 주주와 직원에 대한 책임감에서 나온 문제 제기인 만큼 관련 내용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 의사중계시스템)
그러나 금융당국은 기존 혁신금융서비스와 신규 장외거래소의 업무 범위가 다르다며 충분한 기회를 줬다는 입장을 펼쳤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스타트업은 한국 사회의 미래 희망이고 젊은 창업가들의 열정이 발휘될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인가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에 불리하지 않도록 벤처캐피털(VC) 펀드의 출자 관련 규제에 예외를 인정하고 기존 컨소시엄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허용한 것은 조각투자 상품의 발행이고 이번에 인가하려는 것은 조각투자 상품의 유통”이라며 두 제도의 차이를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발행을 하려면 일부 유통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발행한 상품에 한정해 유통을 허용한 것”이라며 “이번 장외거래소 인가는 모든 발행인의 상품을 유통하는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제도 안내가 충분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젊은 혁신가들에게 미리 제도의 취지를 설명하고 컨설팅을 해줬다면 더 나은 결과가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술 탈취 의혹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유동수 정무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루센트블록의 사업모델에 대한 지식재산권 확보 여부를 묻자 이억원 위원장은 넥스트레이드와 관련한 기술 탈취 주장이 제기돼 인가 절차를 한때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기술 탈취 여부를 심사했고 기술 탈취가 없다는 결과가 나와 중단했던 인가 절차를 재개했다”며 “기술 탈취가 확인됐다면 넥스트레이드의 인가를 취소하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인가 사업자를 두 곳으로 정한 것은 시장 상황과 효율성 등을 고려한 것”이라며 “앞으로 시장이 형성되는 상황을 보면서 인가를 추가로 내줄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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