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있는경제]물 없이 옷 만든다…유럽 VC들, 패션 제조혁신에 베팅

경제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8일, PM 07:43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유럽 패션테크 시장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친환경 소재를 넘어 생산공정 혁신으로 확대되고 있다. 생산기간과 인건비를 줄이는 동시에 재고 부담까지 낮출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환경 대응과 비용 절감을 함께 노릴 수 있다는 점이 새로운 투자 포인트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사진=로디니아 제너레이션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로디니아 제너레이션 홈페이지 갈무리)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덴마크 패션테크 스타트업 '로디니아 제너레이션'은 최근 다수의 글로벌 벤처캐피털(VC)로부터 400만유로(약 6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덴마크 기반의 로디니아 제네레이션은 의류 생산공정을 자동화해 주문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핵심은 자체 개발한 소형 생산시설 'O-팩토리'로, 원단 프린팅과 열처리, 재단 등을 한 공정으로 묶어 필요한 물량만 빠르게 생산한다. 통상 수개월이 걸리는 의류 생산기간을 수일로 줄이고, 주문 후 48시간 내 생산도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한 셈이다.

환경 부담을 줄인 것도 큰 특징이다. 전통적인 의류 염색·후가공 과정에서는 대량의 물과 화학물질이 사용되지만 로디니아는 디지털 방식의 프린팅과 열처리를 활용해 해당 공정에서 물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O-팩토리 한 곳은 약 200㎡ 규모에서도 연간 최대 70만벌을 생산하는데다가 기존 방식과 비교해 제품당 탄소배출량을 평균 40% 줄이고 있다.

VC들은 로디니아가 친환경성을 넘어 의류 생산의 비용 구조와 재고 부담까지 낮출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이번 투자를 집행했다. 패션업체들이 실제 수요에 맞춰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만큼 재고 할인이나 폐기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인기 상품은 빠르게 추가 생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자동화를 통해 인건비 비중까지 낮출 경우 소비시장과 가까운 유럽 내 생산도 가능해진다.

VC들의 이러한 투자는 최근 유럽 패션테크 시장에서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데서 나아가 생산과 재활용 등 제조 전반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로 투자 범위가 넓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특히 기존 패션산업의 환경 부담을 줄이면서도 생산비와 폐기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기술에 자금이 잇따라 유입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코펜하겐의 옥타린 바이오는 친환경 색소 생산 확대를 위해 500만유로를 조달했고, 영국 스팍셀은 식물성 색소 기술로 420만유로를 유치했다. 프랑스 신테티카도 폐나일론을 다시 원료로 만드는 기술을 상업 규모로 확대하기 위해 3000만달러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유럽연합(EU)의 규제 강화도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 수요를 키우고 있다. 유럽에서는 폐섬유의 재활용 비율이 1%에도 미치지 않을 만큼 순환 체계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에 EU는 섬유제품 생산자가 폐기물 처리 비용을 부담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확대하고 미판매 의류 폐기 제한 등 관련 규제를 잇따라 강화하고 있다.

규제 대응을 위해서는 재활용 설비 확충과 생산공정 개선이 불가피한 만큼 관련 투자 수요도 자연스럽게 커지는 분위기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유럽의 섬유 간 재활용(T2T) 규모를 2035년까지 연 270만톤 수준으로 확대하려면 80억~110억유로의 추가 설비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소재 개발뿐 아니라 생산과 재고, 폐기까지 공급망 전반의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기술에 자금이 더욱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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