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10.8 © 뉴스1 김도우 기자
최근 증시 폭락 사태를 계기로 책임론이 불거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놓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충돌했다. 야당은 '최악의 정책 실패'라며 금융당국의 책임을 추궁했고, 여당은 당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맞섰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사과하면서도 청와대 지시로 도입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8일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매도로 확정된 손실만 2조 3000억 원이다. 개인·기관 손실은 계산이 안 돼 금감원이 축소 발표한 게 2조 3000억 원"이라며 "코스피가 9385에서 5262까지 44% 하락하는 동안의 간접 손실까지 따지면 국민 자산 수십조 원이 약탈된 것과 마찬가지다. 최악의 정책 실패"라고 비판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당시 자산운용사들은 '여기에 돈을 넣지 않으면 바보다' 이런 분위기를 많이 조성했다"며 "금융당국은 이를 말리지 않았다. 정치적 배임이다"라고 주장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도 "이 사태는 주식을 도박판으로 만든 바다이야기 시즌2"라고 강조했다.
여당 의원들은 도입 당시엔 필요성이 있었다며 반박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개미들의 (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로) 자금이 계속 유출돼 환율이 올랐다"며 "이런 긴박한 상황에 정부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 있었다면 비판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걸 왜 도입했느냐고 묻는 건 정쟁을 위한 정쟁"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범여권 내에서도 정부 판단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있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 수요를 돌리기 위한 상품이 필요했다는 건 이해하지만 그게 왜 단일종목 레버리지였느냐"라며 "실제 도입한 결과는 정부의 분석과 다르게 흘러갔다. 그럼 분석 자체에 오류가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이후 발생한 상황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필요성 등 여러가지를 보면서 도입했지만 결과적으로 여러가지 상황들을 만들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것에 대해 금융당국의 수장으로서 진심으로 송구하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선서 후 유동수 정무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제출하고 있다. 2026.10.8 © 뉴스1 김도우 기자
국힘 "청와대가 주도"…출시 속도·투자자 보호 문제 제기
이날 국감에선 야당을 중심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도입 과정에 대한 의혹 제기와 질타가 이어졌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1월 6일 금융위 주재 증권사 회의에선 이 상품을 건의한 회사가 없었다. 다만 1월 13일 청와대 비공개 회의에선 김용범 전 정책실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이야기를 꺼냈다는 복수의 진술이 나왔다. 김 전 실장의 주도로 도입이 확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상품 출시를 주도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렇게 부담이 큰 결정을 대통령실에서 주도하고 결정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 그럼 금융위가 '우리가 필요하니까 하겠습니다' 하고 대통령실을 설득했단 말인가"라며 "이건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가 주범이고 금융투자협회와 금융위원회가 공범"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출시를 밀어붙이면서 금융당국이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ETF 상장심사는 평균 62일 걸리는데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29일 걸렸다. 고위험 상품이 절반도 안 되는 시간에 출시된 것"이라며 "제가 아는 금융위는 이렇게 허술하지 않다. 누군가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투자자 보호장치 없이도 출시를 강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품 출시 과정을 주도한 금융당국 주요 인사들이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아 사실 규명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재섭 의원은 "관련자들이 하나도 없는 바람에 약간 허공에 질문하는 느낌"이라고 했고,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도 "주범이 누구인지 의혹이 제기되는데 밝혀낼 수 있는 증인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우려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10.8 © 뉴스1 김도우 기자
이억원 "靑 지시 없었다"…도입 필요성 강조
이 위원장은 이같은 의혹들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그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청와대 지시로 도입했느냐'는 질의에 "그렇지 않다"며 "저희가 여러 의견을 들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도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단일종목 레버리지 도입을 보고했다는 김 전 실장의 이야기는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없었다"고 답했다. '금융위에서 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에는 이 정책의 도입 필요성이 있었다. '해외에선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되고 국내에선 안 되는 비대칭 규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시장, 언론, 전문가 등이 필요성을 제기했다"며 "어느 특정 시점에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2025년부터 계속 나왔던 얘기"라고 강조했다.
도입 과정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와 협의해 금융위 전체회의에 상정했고, 1월 30일 입법예고해 의견 수렴을 거쳤다. 이후 상품을 출시하는 데 자산운용사가 상품을 만들었고 증권신고서 심사 및 상장심사 단계를 거쳐 도입됐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이 이례적으로 빨랐다는 지적에 대해선 "조기 출시가 아니라 일정에 따라서 출시된 것"이라며 "상품 출시는 증권신고서 심사 등 일정에 따라서 하는 것이지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지금 홍콩에 상장돼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그동안 일반 국민들이 아무런 조치 없이 (투자를) 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저희가 이 상품을 도입하면서 사전교육도 받아야 하고 기본예탁금도 해야 되고 신용융자도 금지했다. 나름대로 다양한 투자자 보호장치를 가미하면서 도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themo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