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 돈줄 마를수록 빛나는 실탄…유럽 빅딜은 美 PE 차지

경제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2일, PM 08:13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금리 인상 여파로 유럽 사모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미국계 대형 운용사들의 자금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높아진 인수금융 비용에 전반적으로 거래가 위축됐지만, 풍부한 투자 실탄을 확보한 미국계 운용사들은 대형 인수합병(M&A)을 이어갔다. 이전부터 유럽 대형 M&A 시장을 주도해온 이들은 최근 넉넉한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와 상대적으로 유리한 자금 조달 여건을 앞세워 존재감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
(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




◇유럽 PE 거래 줄었지만…美 자본 참여 비중 46% 육박

12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유럽 PE 거래액은 1491억5000만유로(약 223조원)로 전 분기 대비 10.9%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거래 건수도 2253건으로 4.4% 줄면서 건당 평균 거래 규모가 축소됐다.

거래 위축의 주요 원인으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잇따른 금리 인상이 꼽힌다. ECB가 지난 6월과 9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올리면서 인수금융 비용이 상승했고, 이에 따른 수익성 부담으로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협상도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미국계 운용사들도 금리 인상의 영향에서 자유롭지는 않았지만, 풍부한 투자 재원과 자금 조달 능력을 바탕으로 대형 거래를 이어갔다. 피치북에 따르면 최근까지 집계된 유럽 PE 거래액 1235억유로 가운데 미국 투자자가 참여한 거래는 565억유로로 45.7%를 차지했다. 특히 거래액 기준 상위 10건 중 9건에 미국계 운용사가 참여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KKR과 에너지캐피털파트너스(ECP)의 아일랜드 더블린 소재 DCC에너지 비상장화 거래가 꼽힌다. 두 운용사는 지난 7월 DCC에너지를 약 57억5000만파운드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DCC에너지는 유럽과 미국 등에서 에너지 유통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안정적인 현금창출력과 사업 확장 가능성이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강력한 인수 배경으로 작용했다.

유럽계 운용사와의 인수 경쟁에서 미국계 운용사가 앞선 사례도 있다. 미국계 베리타스캐피털은 지난 9월 영국 열처리 전문기업 바디코트를 약 18억5000만파운드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항공우주·방산·산업재 분야에 고객 기반을 둔 바디코트의 사업 경쟁력에 주목해 인수에 나선 베리타스캐피털은 유럽계 운용사 CVC캐피털파트너스와 경쟁했고, 최종적으로 인수가를 높여 합의를 이끌어냈다.



◇풍부한 실탄·가격 매력에 美PE 투자 지속…4Q는 변수

미국계 운용사들이 유럽 시장에서 대형 거래를 이어갈 수 있는 배경에는 풍부한 자금 여력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계 대형 운용사들은 글로벌 기관투자가들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모집해온 덕분에 신규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드라이파우더도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대형 M&A에는 막대한 투자 재원과 인수금융 조달 능력이 요구되는 만큼, 자금 동원력이 높은 운용사들이 인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럽 기업들의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가치도 미국계 자본의 유입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높은 기업가치로 인해 적정한 가격의 인수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은 반면 유럽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기업을 인수할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미국계 PE 입장에서는 같은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유럽에서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 향후 투자수익률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미국계 운용사들은 인수금융 조달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여건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신용시장이 유럽보다 빠르게 회복되면서 대형 M&A에 필요한 차입금을 마련하기가 수월해진 덕분이다. 특히 운용사들은 기업 인수대금의 상당 부분을 차입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대출시장의 자금 공급 여건이 투자 규모와 거래 성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만 3분기 미국계 운용사들의 활발한 투자 행보가 4분기에도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피치북은 "올해 3분기 이뤄진 상당수 거래의 인수 가격이 ECB의 9월 금리 인상 이전에 결정된 만큼, 최근 높아진 자금 조달 비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추진되는 신규 거래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3분기까지 이어진 대형 거래의 견조한 흐름이 4분기에는 약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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