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은 노벨상, 제자는 명예교수"…우드퍼드와 韓 제자의 37년 인연

경제

뉴스1,

2026년 October 12일, PM 10:20

젊었을 때 같이 공부하기 시작해 스승님은 노벨상을 탔고, 저는 이제 퇴직해 명예교수가 됐습니다. 제 학문적 경력의 전부가 들어간 인연인 셈이죠."
윤택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12일 스승인 마이클 우드퍼드 컬럼비아대 교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 소식에 이같이 말했다. 시카고대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37년 가까이 이어졌다. 윤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은 우드퍼드 교수가 현대 통화정책의 이론을 세우는 데 토대가 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날 우드퍼드 교수와 로버트 E. 홀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를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가계와 기업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행동을 반영해 경기 안정화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공로다.

시카고대서 시작된 인연…2003년 저서에도 제자 연구 인용
윤 교수에게 우드퍼드 교수는 학생의 질문 하나에도 꼼꼼하게 답하는 스승이었다. 그는 "우드퍼드 선생님은 학생들이 질문하면 잘 듣고 정확한 표현으로 설명해 주신다"며 "지금도 연구 과정에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 있으면 논문을 보내 의견을 구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우드퍼드 교수가 시카고대에서 길러낸 초창기 제자 중 한 명이다. 당시 30대 교수였던 우드퍼드 교수가 거시경제학으로 연구 영역을 옮기던 시기와 윤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던 시기가 맞물렸다.

윤 교수는 "그 분야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셈"이라며 "제가 쓴 논문이 미시적 기초가 되고, 선생님은 거기에 거시경제적 의미를 더하셨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이어진 연구는 우드퍼드 교수가 2003년 펴낸 '이자와 물가'(Interest and Prices)에 담겼다. 중앙은행이 금리로 물가를 조절할 수 있는지, 물가안정목표제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에 이론적 답을 제시한 책이다.

윤 교수는 "중앙은행이 물가안정목표제를 시행하는 이론적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이 책을 이야기할 수 있다"며 "그 책에 제가 한 연구를 인용해 주셨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대에서 우드퍼드 교수의 강의 조교(TA)를 맡았던 김형석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윤 교수의 기여를 높이 평가했다. 김 교수는 "윤 교수의 가격 경직성 모형이 우드퍼드 교수의 통화정책 이론 정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이번 수상에는 한국인 학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드퍼드 교수의 업적을 "새케인스학파 통화정책의 이론적 기초를 완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계와 기업이 각자의 목표에 따라 소비와 투자를 결정하는 행동을 반영해 중앙은행의 금리 판단을 뒷받침하는 이론을 세웠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학계에 전해지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 시카고대 교수가 우드퍼드의 시카고대 채용 발표를 듣고 '빌어먹을 정도로 천재'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다.

소비의 랜덤워크 가설부터 금리·재정정책까지
박사과정 시절 홀 교수의 거시경제학 강의를 들었던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두 수상자를 "경제 안정화 정책의 기초를 닦은 학자들"이라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홀 교수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1978년 발표한 '소비의 랜덤워크 가설'을 꼽았다. 현재 소비가 미래 소득에 대한 예상의 영향을 받으며,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정보에 따라 소비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이론적으로 설명한 연구다.

두 수상자의 연구를 관통하는 의미로는 '경제 안정화 정책의 기반'을 꼽았다. 시장이 언제나 완전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 아래 정부와 중앙은행의 경기 대응을 뒷받침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두 학자의 연구는 가격이나 임금이 수요·공급 변화에 따라 즉각 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번 수상은 경제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국가부채 증가와 물가 불안을 겪은 세계 경제에 두 학자의 연구가 주는 시사점으로 경기 상황에 맞는 정부 대응을 꼽았다.

그는 "물가가 오를 때는 금리를 올리고 정부 지출도 적절히 줄여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라며 "경기가 좋을 때 재정 여력을 확보해 뒀다가 불황일 때 지출을 늘리는 것이 안정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번 수상이 현대 통화정책의 기틀을 세운 공로를 인정하고, 나아가 새로운 경제 환경에 대응할 연구의 필요성을 환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두 학자가 세운 이론은 오늘날 전 세계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토대"라며 "이를 바탕으로 현대 통화정책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eohyun.sh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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