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 통과해도 사업화 안 돼"…中企 '규제 핑퐁'에 성장 발목

경제

뉴스1,

2026년 October 13일, AM 06:10

최승재 중소기업 옴부즈만 2026.10.12 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국내 중소기업이 한시적으로 규제 예외를 허용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받고도 부처 내 각종 규칙과 법률로 인해 실제 시행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승재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과거 승인 과제를 전면 재점검하고 관계 부처 간 규제 충돌을 조정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샌드박스' 무용론…부처간 규제 충돌 조정 역할 있어야
최 옴부즈만은 전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규제 샌드박스의 실효성에 대해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더라도 안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규제 샌드박스 무용론이 나올 정도"라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기술·신사업이 기존 규제에 가로막히지 않도록 정부가 일정 조건에서 실증과 사업화를 허용하는 제도다. 하지만 제도를 통과한 이후에도 관계 부처의 법령과 규칙 등에 막혀 사업 실행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최 옴부즈만의 설명이다.

그는 "규제 샌드박스에 들어가는 것도 어렵지만 들어간 다음에도 실행하기까지 중소기업이 그사이에 사라져 버린다""며 "그동안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했는데도 지금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규제 샌드박스 승인 이후에도 사업이 막히는 원인으로는 부처 간 조정 부재를 꼽았다. 각 부처가 소관 법률과 규칙을 근거로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서로 다른 정책적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을 조정할 주체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어 "우리는 미래 산업보다 환경 규제를 하겠다는 것도 중요한 가치이고, 산업 경쟁력을 갖춰야겠다는 것도 중요한 가치"라며 "이 가치들이 계속 충돌하는 중에 기업들은 망해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과거 정부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한 과제부터 다시 살펴보자는 제안도 내놨다. 최 옴부즈만은 "정부가 정말 의지가 있다면 과거 정부에서부터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한 것부터 펼쳐놓고 대토론회를 해 볼 필요가 있다"며 "장관들이 모여서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했는데 왜 안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러 부처 걸친 규제…기업은 '규제 핑퐁'에 진땀
창업기업이 겪는 규제 부담도 언급했다. 기업이 사업을 시작한 뒤 인증을 받거나 투자를 유치하고, 공장을 신설·증설하거나 인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여러 부처의 규제를 동시에 마주한다는 설명이다.

최 옴부즈만은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를 상대하지 부처를 상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환경부 규제와 산업부 규제, 국토부 규제가 다르다 보니 서로 핑퐁을 세 번만 왔다 갔다 해도 기업에는 버거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례로 모빌리티와 같은 신산업은 여러 부처의 규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기업 혼자 문제를 해결하기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모빌리티의 경우 국토부, 산업부, 환경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여러 부처에 걸쳐있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두는 등 전문가를 고용해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중소기업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규제 개선 건의가 부처의 '장기검토' 답변에 묶여 진척되지 않는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최 옴부즈만은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현장에서 발굴해 건의한 과제 가운데 부처가 장기검토로 회신한 과제를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옴부즈만은 장기검토 과제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 중이라면서, 실제로 해결이 어려운 과제와 별다른 이유 없이 뒤로 미뤄지는 과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규제 개선을 위해서는 현장 과제를 발굴하는 것뿐 아니라 부처 간 조정과 후속 실행을 뒷받침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규제 개선을 건의할 수 있지만, 다른 부처가 이를 이행하도록 직접 강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취지다.

"'규제개혁 의지' 장관 긍정적…부처 간 협조·조정 필수"
최근 이소영 중기부 장관이 '규제개혁부 장관'으로서 의지를 밝힌 데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규제가 풀리도록 부처 간 협조와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옴부즈만은 "이 장관께서 취임하면서 '규제개혁부 장관'이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옴부즈만으로서 이보다 든든한 일은 없다"며 "주무 부처가 앞장서 준다면 현장의 해묵은 난제들을 훨씬 속도감 있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소기업 규제를 다 푼다고 해서 모든 게 정답이라고 할 순 없다. 다만 정답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라며 "장관의 관심이라는 것이 많은 규제를 풀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stop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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