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에 파스까지 바구니 가득"…브라질 제약업계 홀린 K-약국[르포]

경제

뉴스1,

2026년 October 13일, AM 06:05

브라질 제약업계 관계자 약 240명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전자상가에 자리한 메디킹덤약국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최근까지 한국인들의 프랑스 파리 여행에서 필수 코스로 통하던 곳이 있다. 바로 '몽쥬약국'이다. 프랑스산 의약품과 스킨케어 제품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사려는 한국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 풍경이 반대로 펼쳐지고 있다. 외국인 바이어와 관광객들이 한국의 약국을 찾아 화장품과 의약품을 장바구니 가득 담는 '약국 쇼핑' 열풍이 불고 있다.

12일 오전, 서울 용산전자상가에 자리한 메디킹덤약국. 쇼핑 바구니를 든 외국인 관람객들이 매장 곳곳을 누볐다. 피부과 의사와 제약사가 공동 개발한 스킨케어 제품부터 파스, 영양제까지 장바구니에 차곡차곡 담겼고, 계산대 앞에는 이내 긴 줄이 늘어섰다.

관광객이 주로 몰리는 명동이나 성수동이 아닌 용산 전자상가 한복판에서 펼쳐진 이채로운 풍경이다.

이날 약국을 찾은 이들은 브라질 대형 제약기업 씨메지(CIMED)가 데려온 임직원과 주요 고객사 관계자들로, 방한단 규모만 240명에 달했다. 이들의 목적은 단순한 쇼핑을 넘어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과 약국·뷰티 매장의 선진 유통 생태계를 직접 벤치마킹하는 데 있었다.

브라질 제약업계 관계자 약 240명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전자상가에 자리한 메디킹덤약국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용산 전자상가에 웬 화장품 천국?… K-약국의 화려한 변신
메디킹덤약국은 올해 2월 문을 연 대형 약국이다. 일반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은 물론, 국내 제약사와 피부과 전문의, 대학병원 교수진이 개발에 참여한 더모코스메틱(기능성 화장품) 라인업을 폭넓게 취급한다.

매장에 들어서면 대형 뷰티 편집숍을 연상케 할 정도로 제약·의료진 개발 화장품이 카테고리별로 빼곡히 진열돼 있다.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비교하고 체험할 수 있는 구조에 종로 유명 약국 수준의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최용훈 메디킹덤약국 부장은 "한국 화장품의 우수성을 넘어 제약사와 의료진이 만든 더모코스메틱의 경쟁력을 알리고자 매장을 구성했다"며 "당초 외국인 전용 매장으로 기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본인 재방문객들 사이에서 '새로운 쇼핑 명소'로 입소문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인 방문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브라질 제약업계 관계자 약 240명이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이태원에서 열린 씨메지 공식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한국관광공사 제공)

240명 한국행 비용 전액 부담…브라질 제약사의 남다른 플렉스
그렇다면 브라질 제약기업은 왜 대규모 방한단을 한국으로 데려왔을까.

씨메지는 5년 전 한국 에스테틱 산업과 인연을 맺은 뒤 협력을 이어왔다. 지난해 브라질 주요 드럭스토어 체인 관계자를 초청한 데 이어, 올해는 그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페르난도 소드레 씨메지 이사는 "지난 5년간 한국을 오가며 브라질 사업과 연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소매 유통 생태계를 확인했다"며 "한국에서 경험한 유통 모델과 제품 경쟁력을 브라질 현지 주요 고객사에 직접 보여주기 위해 방한단을 꾸렸다"고 말했다.

현재 브라질 내 약국 수는 9만여 개에 달한다. 이번 방한단에 포함된 핵심 관계자 80여 명이 영향력을 미치는 약국만 1만 2000~1만 5000개 수준이다. 이들이 한국에서 직접 확인한 K-뷰티 및 의약 유통 시스템이 브라질 현지의 실제 구매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씨메지 측은 240명의 5박 6일 방한 비용 일체를 전액 부담했다.

소드레 이사는 "브라질에서는 통상 의사 대상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쓰지만, 우리는 유통 채널과 고객사에 직접 투자해 실질적인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을 택했다"며 "투자 이상의 확실한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방한단은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세미나를 시작으로 메디킹덤약국, 성수 올리브영, 하우스 도산·노웨어, 명동 뷰티 매장, GDK코스메틱, 올리브영 강남, 옵티마 클리닉 등을 둘러보는 5박 6일간의 산업시찰 일정을 소화한다.

명동에서 올리브영 매장을 찾은 브라질 제약업계 관계자들(인탑스 제공)

K-뷰티 타고 중남미 마이스·인센티브 관광 신시장 열린다
이번 방한은 K-뷰티 산업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고부가가치 기업회의·인센티브(MICE) 관광 수요로 결실을 본 대표적 사례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부터 K-뷰티에 관심이 높은 브라질 무역업계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대형 단체 유치를 추진해 왔다. 지난 7월 씨메지의 방한 가능성을 포착한 뒤 맞춤형 산업시찰 프로그램과 올리브영 등 국내 기업 연계를 지원했다.

공사는 향후 브라질 제약·유통업계 관계자 50여 명(11월) 및 독립 드럭스토어 협회 관계자(2027 4월) 등 후속 인센티브 단체 유치도 협의 중이다.

홍현선 한국관광공사 코리아마이스뷰로실장은 "브라질 대형 기업의 이번 방한은 중남미 시장에서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실제 대규모 기업관광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이정표"라며 "앞으로 멕시코시티지사 등을 활용해 중남미 신흥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MICE 단체 유치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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