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트론은 지난 2024년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제2공장 건설 비용 일부와 운영비를 확보했지만, 추가 기술수출 또는 수익 확보 없이는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병행할 여력이 빠르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펩트론)
지난 7일 펩트론은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스마트데포’(SmartDepot)에 대한 릴리의 기술평가 기간이 종료됐으며, 종료 시점까지 후속 상업화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펩트론에 따르면 평가 종료일 내 상업화 계약을 반드시 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사업화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추가적인 계약금 유입 여부가 불확실해진 것에 더해 이미 조달한 자금이 설비투자와 운영비로 쓰이고 있으며 여러 파이프라인 임상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펩트론의 자금 운용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반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펩트론은 2024년 11월 유상증자로 1383억원을 조달했다. 조달한 자금은 시설 약 650억원, 운영 약 550억원, 예비비 약 183억원으로 구분돼 사용될 예정이다. 지난해 8월에는 약 242억원 규모 교환사채(EB)를 추가로 발행했으며 이 자금도 전액 시설투자 목적으로 조달했다.
시설투자 핵심은 오송 제2공장이다. 펩트론이 시설투자를 위해 확보한 890억원 가운데 올해 6월 말까지 약 100억원이 집행됐으며, 향후 추가로 들어갈 투자 금액은 약 790억원에 달한다.
또 운영 목적으로 배정한 유상증자 자금은 이미 상당 부분 소진됐다. 펩트론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유상증자 당시 운영자금으로 배정한 약 550억원 가운데 증자부대비용과 연구개발비 등으로 약 513억원이 사용됐다. 남은 자금은 약 37억원이다. 예비비 약 183억원 가운데 35억원은 대출 상환에 사용돼 약 148억원이 남았다.
◇한정된 자금, 늘어나는 지출
펩트론은 지난해 매출 56억원에 영업손실 21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34억원, 영업손실 137억원, 영업활동 현금 순유출 80억원을 기록했다.
2026년 반기말 재무제표상 펩트론의 현금및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등은 약 1167억원이다.제2공장 잔여 투자 예정액 약 790억원을 빼면 약 300억원대 여유만 남는다. 펩트론은 지난해 연말부터 루프원을 LG화학을 통해 판매하고 있지만 수익이 크지 않아 운영비와 연구개발비를 충당하기엔 어려움이 있고 확보한 자금은 계속 소진되는 상황이다.
제2공장 건설비가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변수다. 펩트론은 지난해 연말 공장 투자 예정액을 기존 650억원에서 890억원으로 240억원 가량 늘렸다. 이는 최근 이어지는 건설비 상승세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펩트론은 시설투자 종료 시점을 2028년 2월로 연장한 만큼 공사비 상승에 따른 추가적인 투자 부담 발생 가능성이 있다. 설비 구축 이후에도 GMP 관련 검증과 허가 등 상업 생산을 위한 절차가 필요한 만큼, 제2공장이 실제 매출에 기여하기까지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연구개발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펩트론 연구개발비는 2024년 약 132억원에서 지난해 약 160억원으로 21%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약 96억원으로 전년 동기 약 76억원보다 26% 늘었다. 올해 하반기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비용이 들어가는 경우 연구개발비가 약 19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펩트론이 본격적으로 자체 파이프라인에 대한 연구개발에 나서면서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펩트론은 올해 8월 월 1회 투여 세마글루타이드 제형 ‘PT403’ 국내 임상 1상 계획을 신청해 이르면 올해 안으로 승인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터제파타이드 기반 ‘PT404’와 플랫폼 연구도 계속되면서 앞으로 연구개발 비용은 빠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지난해 발행한 약 242억원 규모 교환사채(EB)도 잠재적인 자금 부담 요인이다. 해당 EB는 표면·만기이자율이 모두 0%지만, 투자자는 내년 6월부터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특히 펩트론 주가가 교환가액인 주당 32만6895원을 밑돌 경우 투자자들은 주식교환보다 원금 상환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교환되지 않은 EB 전액에 대해 조기상환 청구가 이뤄지면 최대 약 242억원의 현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 공장 건설과 임상개발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시기에 EB 상환 부담까지 겹치면서 자금조달 압박이 한층 커질 수 있다.
이에 신규 기술수출 계약금 유입이나 영업현금흐름 개선이 지연될 경우 내년부터 펩트론의 자금 운용 부담은 커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공장 투자와 자체 임상개발을 계획대로 병행하려면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해질 수 있는 만큼 외부 자금 확보가 어려워질 경우 시설투자 일정이나 연구개발비 집행 규모를 조정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펩트론 관계자는 “릴리와 공동연구는 종료됐지만 여전히 추가 협력 가능성은 열려있어 자금에 대해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루프원과 관련해서도 해외 판권에 대해 논의 중인 만큼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