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김 vs 반김'…달아오르는 '중기 대통령' 선거

경제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3일, PM 08:07

[이데일리 권아인 김아름 기자] ‘중소기업 대통령’으로 불리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의 임기가 내년 2월 마무리되는 가운데 차기 회장 자리를 둘러싼 물밑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소기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가 ‘친 김기문 대 반 김기문’의 구도로 치열한 경쟁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중기중앙회장은 국내 중소기업 830만곳을 대표하는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부총리급 의전을 받으며 대통령 해외 순방 등 정부 주요 행사에 동행하는 등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상당하다.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상징성과 정책적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차기 회장 선거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3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차기 중기중앙회장을 뽑는 제28대 선거가 내년 2월 2일 치러지는 가운데 중기중앙회장 선거 후보군으로 강동한·심승일·박장선·이재광 현 중기중앙회 부회장과 이민형 전 부회장 등 5명이 유력 거론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최근 600여 개 협동조합 등 협단체로 한정된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접촉을 늘리며 사실상 선거를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여 과열 양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김기문 현 회장의 중앙회 조직 내 영향력이다. 김 회장은 2007년 처음 회장직에 선출된 후 2015년까지 8년간 재임했다. 이후 2019년 회장에 재당선됐으며 2023년에는 연임에 성공했다. 총 네 차례에 걸쳐 16년간 중앙회를 이끌었던 셈이다. 김 회장이 오랜 재임 기간동안 형성한 조직 내 인맥과 입지가 이번 선거 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번 선거는 김 회장을 지지하는 세력과 그 반대 세력의 경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김 인사로 거론되는 대표 인물로는 강동한 부회장이 있다. 강 부회장은 한국단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전국조합이사장협의회 회장을 맡는 등 중앙회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경험했다. 김 회장의 신임을 받는 만큼 기존 중앙회 체제와의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다. 업계 일부에서는 김기문 회장이 강 부회장에 대한 비공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반김 유력 후보에는 심승일 부회장이 꼽힌다. 심 부회장은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으로, 중기중앙회 인천지역회장과 전국연합회장협의회 회장 등을 거쳤다. 오랜 기간 현장과 중앙회 활동을 두루 경험한 인사로, 업계 일각에선 중앙회 운영의 개혁을 이야기 하는 인사 중 하나로 평가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심 부회장이 속해 있는 업종이 전통 제조업이 아니라는 점을 단점으로 꼽는다.

이외에도 중부흄관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인 이민형 전 부회장과 K팝 굿즈 등을 제작하는 인쇄기업 투데이아트를 창업하고 한국인쇄협동조합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기업인 박장선 부회장이 반김 성향이 뚜렷한 인사로 평가된다.

한국전기에너지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이자 광명전기 회장인 이재광 부회장은 친김·반김 구도 속에서 결선투표를 염두에 둔 독자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인물로 전해진다. 이번 선거가 2015년과 2019년 회장 선거 이후 세 번째 도전인 이 부회장은 과거 선거 경험을 바탕으로 결선 진출 이후 다른 후보의 지지층을 흡수하는 투표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들의 결선투표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기중앙회장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시 득표수 상위 2명이 당일 결선투표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2015년과 2019년 선거 모두 5명의 후보가 1차 투표에서 당락을 가리지 못해 결선투표까지 진행됐다. 두 선거 모두 1차 투표 1위가 최종 당선됐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들의 지지 기반에 따라 표심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후보들이 여러 명이다 보니 1차 투표에서는 표가 분산될 수 있다”며 “특정 성향 후보가 결선에 진출할 경우 탈락 후보들의 지지층이 결집해 역전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선거 구도 외에도 차기 회장에게는 회원 단체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해야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한 중소기업 관련 단체장은 “중기중앙회가 추진하는 사업의 혜택이 특정 단체나 관계자가 아닌 회원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며 “회원사들에 실질적으로 공평하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뽑고 싶다”고 밝혔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친김 후보가 당선된다면 중기중앙회는 사실상 김기문 회장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거가 진행될수록 김기문 체제에 대한 평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결선투표에서는 후보 개인의 지지 기반뿐 아니라 친김·반김 성향에 따른 표심 이동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르면 중기중앙회장의 임기는 4년으로 연임은 한 차례 가능하다. 그러나 중임에는 횟수 제한이 없다. 김 회장 역시 2015년 임기를 마친 후 2019년에 재당선됐다. 이에 따라 1955년생인 김 회장이 이번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더라도 현행법상 2031년 선거에는 다시 도전할 수 있다. 지난 3월에 김 회장이 이번 임기를 끝으로 회장직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으나 법률상 재출마 자체가 제한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친김 인사가 당선될 경우에는 다음 선거에서 김 회장이 다시 출마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국회에서는 중기중앙회장의 장기 재임을 둘러싼 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중앙회장 및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의 연임 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 논의에 대해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지난 3월 제시한 바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이거나 산하 기관이 아닌 민간 기관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에 조심스럽다”라며 “당시 국회 보고서에 있는 검토 의견이 중기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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