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중국산車 득보는 보급 예산만 증액…국내생산 인센티브 절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3일, AM 04:02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국내 생산을 지원하는 국내생산세액공제 항목에 전기차를 뺀 채 내년도 전기차 보급 예산을 2조원대로 대폭 늘리면서 완성차 업계의 고심이 더 깊어지고 있다. 국내 전기차 보급 속도는 더 빨라지게 됐는데, 그 과실을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는 중국산에 뺏기리란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급 지원 확대에 걸맞은 국내 생산 유인책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요국의 전기차 산업 보호책
주요국의 전기차 산업 보호책
◇보급 지원 대폭 늘렸지만 생산 지원은 아직

2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내년도 전기차 보급 예산을 전년 대비 5289억원, 32.8% 늘어난 2조 1403억원으로 편성했다. 보조금 지원 물량도 30만대에서 43만대로 확대하고 택시 등 영업용 차량까지 전환지원금을 도입한다. 전기차 보급을 확대해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다.

반면 정부가 지난 8월 세제개편안에 담은 국내생산세액공제에는 여전히 전기차가 빠져 있다. 정부는 태양광·풍력·이차전지·반도체·핵심소재·인공지능(AI) 로봇부품 등 6개 분야만을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전기차 보급 확대에만 급급해 국내 제조기반 강화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른다. 자칫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가 정부 보급 확대 정책의 가장 큰 수혜를 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국내 전기차 시장에선 수입산, 특히 중국산의 성장 속도가 국내산을 크게 앞서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전기차 신규등록은 29만 6801대로 전년 동기보다 74.8% 증가했는데 이중 수입산은 13만 3450대로 95.1% 증가했다. 국내산도 16만 3351대로 61.1% 늘었지만, 국내 전기차가 증가할 수록 수입차 비중이 커지는 구조다.

승용차로 범위를 좁히면 수입산 비중은 이미 과반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승용 전기차 신규등록 25만 8284대 중 수입산은 13만 2438대로 51.3%를 차지했다. 특히 중국산이 11만 2417대로 전체의 43.5%를 차지했다. 올 1~9월 승용 전기차 신규등록은 전년보다 11만 1438대 늘었는데 이중 중국산 증가분이 이중 절반이 넘는 6만 882대였다.

정부는 올 들어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급 과정에서 성능과 국내기여도를 고려하기 시작했지만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만드는 테슬라 등은 여전히 정부 보조금을 받는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는 지난 15년간 약 340조원 규모의 정부 지원과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국산 대비 30% 낮은 가격으로 생산이 가능하다”며 “중국 전기차와의 경쟁이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산업생태계 간 경쟁이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생산지원 국회 논의 시작했지만 재정 부담 과제

국회 차원에서 전기차에 대한 국내생산세액공제 적용 논의는 다시 시작됐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윤후덕·윤한홍 의원 등도 이달 같은 취지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 법안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상정돼 조세소위 논의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재정 부담이다. 이언주 의원안대로 전기차 1대 생산당 400만원의 세제혜택을 줄 경우 10만대 생산당 4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한다. 올해의 경우 약 2조 1000억원, 국내 완성차 생산대수의 4분의 1에 이르는 100만대가 전기차로 전환될 경우 4조원의 세수 감소 부담이 뒤따를 것으로 추산된다.

재정 당국은 이 같은 이유로 전기차 생산 지원에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과 함께 전기차 핵심 부품인 이차전지에 대한 국내생산세액공제 등을 적용한 만큼 전기차 산업에 대한 지원은 이미 충분한 수준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그러나 업계는 중국 전기차의 거센 공세와 이에 대응한 주요국의 자국 산업 보호책을 고려했을 때 한국도 산업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미국과 인도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100% 이상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일본은 전기차를 포함한 전략분야 국내생산촉진세제를 도입했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가 세수 감소 부담 등을 이유로 논의 자체를 배제하기보다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실제 산업 기여도와 지원 효과를 따져 정교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해외 주요국이 전략산업의 자국 생산을 지원하는 상황인 만큼 우리도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할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 추세대로 수입 전기차 보급 속도가 늘어난다면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에 큰 충격이 있을 것”이라며 “적어도 국내에서 팔리는 차는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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