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분리되면서 조세범죄 수사의 전문성과 기관 간 공조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으로, 국세청이 중수청에 고발한 쿠팡 사건은 새 체계에서 수사와 기소가 긴밀하게 이어지는지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선별해 고발해도 34% 불기소…혐의 입증·판단 기준 ‘간극’
22일 국세청이 박수영·박성훈 국민의힘 의원 등에게 제출한 자료를 종합하면, 국세청은 2021~2025년 검찰에 297건의 조세범을 고발 조치했다. 이 가운데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196건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34%인 101건은 불기소 처분됐다. 불기소 사건 중 무혐의는 59건, 기소유예 등은 42건이다.
연도별 기소율은 2021년 55.4%에서 2022년 64.6%, 2023년 71.2%, 2024년 74.3%로 높아졌다가 2025년 63.6%로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는 6월까지 고발 사건 30건 가운데 25건(83.3%)을 기소하고 5건(16.7%)을 불기소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국세청은 조사 결과 고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수사기관에 사건을 넘긴다.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중대 조세포탈 사건은 즉시 고발 대상이 된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적용 대상인 포탈세액 5억원 이상인 사건은 예외 없이 수사기관에 ‘즉시 고발’한다.
올해도 1~8월 조세포탈범을 대상으로 조세범칙조사 98건을 진행해 이 가운데 81건을 고발했다. 고발 비중은 82.7%에 달한다. 탈세 혐의를 적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형사처벌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국세청은 세금 추징이 우선 업무여서 형사체계 영역인 고발까지 이어지면 직원들의 업무가 늘어난다”며 “이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선별해 고발 조치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기소율이 30%를 넘는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한다. 국세청이 무리하게 고발했거나 과거 검찰의 자의적인 판단이 있었을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검찰은 100전 100승을 목표로 기소 여부를 따졌다”며 “세무당국이 고발과 함께 제출한 증거 이상의 증거를 요구하는 등, 엄격하게 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해 SK텔레콤이 과거 IT 계열사인 SK AX(옛 SK C&C)와 가짜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는 등의 수법으로 탈세했다고 보고 500억원대 세금을 추징한 데 이어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과거 검찰은 고발 단계의 수사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고, 불기소 처분을 하더라도 구체적인 이유를 통보하지 않았다”며 “과세당국으로선 고발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도 검찰의 판단은 다를 수 있는데, 그 이유를 명확히 알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쿠팡 사건, 새 수사체계의 전문성·공조 시험대
불기소 처분 이후 재수사를 거쳐 기소된 사례도 있다. 신천지 사건이 대표적이다.
국세청은 2020년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등을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수원지검은 2021년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과세처분 취소소송에서 신천지의 패소가 확정되고 수사 무마 의혹 등이 불거지자 합동수사본부가 사건을 재수사했다. 합수본은 올해 7월 이 총회장과 신천지 전 사업부장, 신천지 단체를 약 76억원의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했다.
조세범 사건은 복잡한 거래 구조와 세법을 함께 살펴야 하는 만큼 수사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국세청에 직접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까지 제시한다.
이춘석 무소속 의원은 지난 13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미국 국세청(IRS)처럼 한국 국세청 산하에도 세금 범죄를 수사하는 부서를 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임광현 당시 청장은 “저희가 수사권을 갖느냐 하는 부분에 대해선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당장은 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나뉜 새 체계에서 조세범 사건을 얼마나 충실하게 수사하고 기소할지가 관건이다. 세무당국이 확보한 자료를 수사기관이 분석해 혐의를 입증하고, 이를 기소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기관 간 공조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중수청에 고발한 쿠팡 사건은 새로운 수사 체계의 대응 능력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국세청이 고발 건수만 늘린다고 엄정 대응의 성과를 담보할 수는 없다”며 “혐의를 얼마나 충실히 입증하고 그 결과가 기소와 유죄 판결로 이어지는지까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