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상한·수출 빗장·보상 지연…정유 4사 호실적 뒤 '삼중고'

경제

뉴스1,

2026년 October 25일, PM 04:03

선박들이 이란 반다르 아바스 근처 호르무즈 해협에 떠 있다./로이터=뉴스1

국내 정유 4사가 국제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강세에 힘입어 3분기 합산 5조 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다만 향후 수익성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호실적은 유가가 오르기 전 싸게 들여온 원유로 이익을 낸 '래깅 효과'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중동 전쟁이 끝나 유가가 급락하면 비싸게 산 원유가 원가에 반영되는 '역래깅'과 재고평가손실로 이익이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

전쟁이 길어지더라도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국내 공급가격 상한과 수출 제한이 수익 확대를 가로막는다. 여기에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보전 규모와 지급 시기, 제도 종료 시점도 정해지지 않아 사업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3Q 영업익 5.5조 전망…유가 급락 시 이익 반납 우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010950),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5조 4872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 967억 원)보다 약 400.3% 늘어난 규모다.

실적 개선은 중동 지역의 석유제품 공급 차질에 따른 정제마진 상승과 재고 관련 이익이 이끌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는 앞서 싸게 들여온 원유를 정제해 오른 가격에 팔 수 있어 이익이 늘어난다. 이른바 '래깅 효과'다.

문제는 이 이익이 유가 흐름에 따라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이다. 중동 전쟁이 끝나 국제유가가 급락하면 비싸게 사들인 원유가 생산원가에 반영되는 동안 석유제품 판매가격이 먼저 떨어지는 '역래깅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보유 원유와 석유제품의 가치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까지 더해지면 3분기 실적 개선 효과는 이후 분기에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 유가 하락 폭에 따라서는 손실이 그간 거둔 이익을 웃돌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전쟁이 장기화해 고유가가 이어지더라도 국내 공급가격 규제가 걸림돌이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17일부터 4주간 적용하는 11차 석유 최고가격을 직전 10차와 같은 리터(L)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동결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 달러를 웃돌고 있는데도 정유사의 국내 공급가격 상한은 지난 6월 말 이후 4개월째 같은 수준에 묶여 있다.

수출 제한도 수익성 개선을 가로막는다. 정부는 국내 수급 안정을 위해 휘발유·경유·등유의 월별 수출량을 전년 동월의 10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국제 정제마진이 올라도 정유사가 수출 물량을 늘려 이익을 키우기 어려운 구조다.

내수 부진까지 겹쳤다. 산업부에 따르면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인 3월 둘째 주부터 10월 둘째 주까지 국내 경유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6% 줄었다. 올해 1~9월 국내 경유 생산량 2억 4411만 배럴 가운데 약 62% 수준인 1억 5020만 배럴이 수출될 만큼 해외 판매 비중이 높지만, 수출 제한에 막혀 내수 감소분을 해외에서 만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국내 수급에 문제가 없는 범위에서 정유사별 경유 추가 수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원유 정제하면 경유뿐만 아니라 휘발유·등유도 함께 생산되는 만큼 경유 수출만 늘리면 다른 제품의 재고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업계가 휘발유·등유까지 수출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다.

서울의 한 주유소에 기름값이 표시돼 있다./뉴스1 이호윤 기자

최고가격제 7개월째…손실 보상 규모·시기 불확실
최고가격제 장기화에 따른손실보전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정부는 지난 3월 13일 제도를 도입하면서 정유사의 국내 공급가격을 제한하는 대신 그에 따른 손실을 재정으로 보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목적예비비 4조 2000억 원을, 내년 예산안에 4분기분 1조 4497억 원을 반영해 총 5조 6497억 원을 마련했다. 하지만 실제 지급할 보전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산업부와 최고액 정산위원회는 정유 4사가 제출한 원가 자료를 토대로 손실 규모를 산정하고 있다. 생산·판매 비용에 적정 이윤을 더한 금액이 최고가격을 초과하면 그 차액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임직원 성과급과 탄소배출권 구입비 등을 원가에 어디까지 반영할지를 두고 정부와 업계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유사마다 생산설비와 사업 구조가 달라 공통 기준을 세우기도 쉽지 않다.

산업부와 정산위는 보상 기준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감사원에 사전컨설팅을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검토 절차까지 거치면 연내 보상금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국내 공급가격이 제한된 상황에서 손실을 얼마나, 언제 보전받을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셈이다.

제도 종료 시점 역시 불투명하다. 국제유가가 높은 상황에서 최고가격제를 단번에 종료하면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반면 장기간 유지하면 정부의 재정 부담이 늘어나고 정유사의 생산·판매 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홍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고가격제 출구전략은 국제 제품가격·환율, 상한의 구속력, 소매가격 전가를 종합해 설계해야 한다"며 "후속 평가는 판매량을 반영한 소비자 절감액과 실제 손실보전액·관리비용을 동일 기간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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