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GS리테일 채소팀 MD(왼쪽)와 최우식 예소담 산지관리팀 이사가 지난달 27일 충북 괴산군 배추밭에서 수확을 앞둔 '청명가을' 배추를 반으로 갈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괴산이 김장배추 산지로 떠오른 건 기후 때문이다. 배추는 찬 기온을 좋아하는 작물이다. 이날 낮 기온은 17도. 김 MD는 “딱 속이 차는 온도”라고 했다. 예전엔 10월까지 나오던 강원 고랭지 배추는 기후변화로 이 시기 공급이 줄었고, 해남 배추는 월동배추가 나오는 12월 이후가 제철이다. 그 사이 11월 김장철을 메우는 게 괴산이다. 남부보다 일교차가 커 잎이 단단하고 아삭하면서도 강원보다 재배가 쉽다. 김 MD는 “강원도와 남부 배추의 장점만 가진 하이브리드”라고 했다.
지난달 27일 찾은 괴산군 예소담 계약재배 농가의 배추밭. ‘청명가을’ 품종의 배추가 수확을 앞두고 자라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18~24시간 절이고 세 번 씻고…하루 100t 김장 채비
차로 30분을 달려 도착한 인근 예소담 본사 공장은 김장철 준비가 한창이었다. 절임실에서는 반으로 가른 배추가 컨베이어를 타고 스테인리스 탱크로 쏟아져 들어갔다. 소금을 뿌리는 대신 염도 9~12%의 염수를 6시간 채웠다가 2시간 빼기를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배추 속 수분이 빠지고 소금기가 스며든다. 18~24시간 절인 배추는 겉잎과 밑동을 다듬는 정선을 거쳐 세 차례 세척한다. 마지막에는 작업자가 손으로 씻어 소비자가 다시 헹굴 필요가 없도록 한다. 컨베이어 양쪽으로 늘어선 작업자들은 배추를 다듬고 씻느라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지난달 27일 예소담 본사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절임배추를 다듬고 세척하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예소담 공장의 김치 양념 라인. 절임과 세척을 마친 배추가 양념 공정으로 넘어가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대량 공급을 지탱하는 건 배추 4000t의 신선도를 관리하며 석 달간 보관할 수 있는 저온 저장고다. 윤 대표는 “제조장이 1000평이면 저장고는 2000평이 있어야 한다”며 “이상기후로 배추 공급이 줄 때도 저장 물량으로 버텼다”고 했다. 괴산은 농가 하우스에서 절임배추를 만들어 팔아왔지만 품질에 비해 규모화는 더뎠다. 김 MD는 “괴산 배추를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은 드물다”며 “예소담의 품질 기준이 높다는 점도 신뢰하는 이유”라고 했다.
윤병학 예소담 대표가 지난달 27일 예소담 본사에서 절임배추 생산 공정과 품질 관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김치는 한 번 맛없으면 끝”…한 해 입맛 건 절임배추 선택
절임배추 수요도 커지고 있다. GS더프레시 절임배추 판매량은 지난달 1~27일 전년 동기대비 20% 늘었다. 강원 절임배추가 29%, 괴산 절임배추가 26.6% 신장했다. 최근 중국산 배추 안전성 논란 이후 산지가 분명한 국내산 절임배추를 찾는 수요가 늘었다는 게 GS리테일의 분석이다. 특히 김장은 한 해 먹을 김치를 한 번에 담그는 일이라 실패 비용이 크다. 윤 대표는 “김치는 배추와 절임 상태가 맛을 좌우해 좋으면 이듬해도 찾지만, 한 번 실망하면 다시 찾지 않는 상품”이라고 했다.
절임배추는 대부분 사전예약으로 판매된다. 올해 괴산·강원 절임배추는 이달 5일부터 점포에 공급되며, 해남은 11일부터다. 피크는 11월 21일과 28일 전후. 해당 시기 물량은 이미 추가 발주를 제한하고 있다. 배추 MD는 매년 수능 날짜부터 확인한다. 김 MD는 “김장이 집안 행사다 보니 수능 끝나고 담그는 집이 많다”며 “올해는 19일이라 그 뒤 주말에 주문이 몰릴 것”이라고 했다.
김장하는 가구는 줄어도 절임배추 판매량은 매년 늘고 있다. 산지가 키우고 공장이 절이고 유통이 파는 분업 구조가 달라진 김장 풍경을 받친다. 김 MD는 “김장을 아예 안 하기보다 절임배추를 사서 집 입맛대로 담그는 집이 늘면서 절임배추가 핵심 상품이 됐다”며 “산지 선별부터 절임 공정까지 관리해 올해도 믿고 찾을 수 있는 품질과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