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왜 4조원이 3700억원이 됐나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의 한 피해자는 이렇게 물었다. 금융당국이 처음 산정한 과징금은 약 4조원이었다. 그런데 최종 확정된 과징금은 3712억원에 그쳤다. 무려 3조6000억원 넘게 줄었다. 과징금이 줄어든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처음 산정한 과징금은 약 4조원이었다. 지난해 11월 1차 제재심의위원회에서 2조원으로, 올해 2월 2차 제재심에서 1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금융위는 지난 5월 법리와 사실관계 보완을 요구하며 제재안을 돌려보냈다. 금감원이 6000억원 규모로 다시 제출했지만 최종적으로는 3700억원대로 낮아졌다.
물론 과징금이 줄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위반행위의 범위와 책임 정도를 따져야 하고, 금융회사의 자율배상 노력도 고려할 수 있다. 잘못 산정된 과징금을 바로잡는 것은 금융당국의 당연한 책무다.
그렇다면 더더욱 설명이 필요하다. 어떤 위반행위가 최종적으로 제외됐는지, 과징금 산정 기준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감경 사유가 얼마나 반영됐는지 밝혀야 한다. 그러나 금융위의 최종 발표에는 구체적인 조정 내역이 담기지 않았다. 여러 차례 심의를 거쳐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했다는 설명뿐이다. 금융당국은 충분히 검토했다고 하지만 국민은 무엇을 어떻게 검토했는지 알기 어렵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주요 제재에 대한 사전조율을 공식화하고 정례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금감원 제재심에는 금융위 관계자가 참여하고 있다. 협의 횟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지는 의문이다. 지나친 사전 개입은 금감원 제재심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도 있다.
필요한 것은 협의 횟수보다 명확한 기준과 책임이다. 제재 초기부터 법리와 산정 방식을 정교하게 검토하되, 최종 판단이 달라졌다면 무엇이 왜 바뀌었는지 설명해야 한다. 그 기준이 후속 제재에도 일관되게 적용돼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재로 불완전판매에 엄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회사에 책임을 묻는 것과 금융당국이 자신의 판단을 설명할 책임을 다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4조원이 3700억원이 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면 역대 최대 과징금이라는 숫자만으로 금융감독의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