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소액발행 문턱 낮춰야…유통은 ‘당근마켓’처럼 설계”[인터뷰]

경제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6일, AM 07:02

[이데일리 정윤영 기자] 내년 2월 토큰증권(STO) 제도 시행을 앞두고 소규모 프로젝트의 발행 문턱을 낮추고, 유통시장은 ‘당근마켓’처럼 누구나 소액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권혁·박신애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 (사진=LKB평산 제공)
권혁·박신애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 (사진=LKB평산 제공)


권혁 법무법인 LKB평산 디지털자산센터 공동센터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토큰증권의 대부분은 소규모 프로젝트여서 상장 주식을 주로 다루는 국내 증권사의 비용 구조에 맞추기 어렵다”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발행사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토큰증권 제도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은 올해 1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 2월 4일 시행된다. 하위법규 개정안은 토큰증권으로 발행할 수 있는 대상을 조각투자증권뿐 아니라 주식·채권·펀드 등 정형증권까지 폭넓게 정했다.

권 센터장은 토큰증권 시장 형성의 핵심 요소로 분산원장 기술, 발행, 유통을 꼽았다. 기술은 비교적 잘 준비돼 있지만, 발행과 유통에는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진단이다.

우선 소규모 프로젝트는 증권사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발행 규모가 작아 증권사가 전담 인력을 투입하더라도 충분한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증권사가 한 팀을 꾸렸을 때 낼 수 있는 매출이 너무 작다”며 “처음에 팀을 꾸렸다가 철수한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논의되는 토큰증권 대부분이 발행 단계에서 증권사의 문턱을 넘지 못해 시작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증권신고 절차도 개선 과제로 꼽았다. 권 센터장은 “증권발행신고서의 접수도 만만치 않은 문턱이 될 것”이라며 소규모 토큰증권의 특성에 맞춰 신고 절차를 신속하고 간편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통시장 역시 기존 주식시장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개별 프로젝트의 규모가 작고 거래 대상이 다양한 ‘다품종 소량 거래’ 시장인 만큼, 대규모 거래를 전제로 한 운영 방식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권 센터장은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쉽게 참여해 소액으로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그는 “새로운 컨셉을 가진 거래소가 나와야 한다”며 “민간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경쟁하게 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신애 공동센터장은 하위법규의 구체적인 진입 요건을 짚었다. 먼저 전자증권법 시행령 개정안 제17조의3에 담긴 분산원장 요건을 우려했다. 개정안은 분산원장 참여자를 전자등록기관과 계좌관리기관으로 구성하고, 전자등록기관 외에 계좌관리기관이 2곳 이상 참여하도록 했다. 전자등록을 위한 분산원장 이용에 직접적인 대가를 지급하는 것도 금지했다.

박 센터장은 이 같은 요건이 발행인의 기존 금융회사 의존도를 높이고, 퍼블릭 블록체인 활용을 제약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더리움 같은 퍼블릭 체인과 가스비 구조가 배제돼 퍼블릭 체인 중심인 글로벌 토큰화 시장과의 연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발행인이 직접 증권 계좌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도입한 ‘발행인계좌관리기관’의 등록 요건도 문턱으로 꼽았다. 법률상 자기자본 하한은 10억원이지만 시행령 개정안은 이를 40억원으로 정했다. 전문인력 4명과 발행금액의 1%에 해당하는 초과분해소적립금도 갖춰야 한다. 적립금 상한은 40억원이다. 박 센터장은 “스타트업과 중소 발행인이 시장에 참여하는 데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LKB평산이 회원사로 참여하는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KBIPA)도 지난 3일 금융위원회에 하위법령 개정 의견서를 제출했다. 기술기업 등 제3자도 분산원장 검증·합의·열람용 노드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분산원장 이용 대가의 판단 기준을 시행령에 마련해달라는 내용 등을 담았다.

LKB평산 디지털자산센터는 지난 9월 출범했다. 두 센터장은 센터 출범 배경으로 디지털자산 제도화와 금융회사의 시장 진입을 꼽았다. 토큰증권 제도 시행을 앞두고 가상자산사업자 신고·갱신 요건도 강화되면서, 사업자가 여러 규제에 함께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박 센터장은 “2026년 하반기부터 2027년까지는 디지털자산에 대한 규제 공백을 채워나가는 시기”라며 토큰증권 하위법규와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동향, 가상자산사업자 신고·갱신, 과세 정책 등을 주요 현안으로 꼽았다. 그는 “고객군이 디지털자산 사업자에서 금융회사로 넓어졌다”며 “이제는 규제 자문만으로 부족하고 인허가, 소송, 대관, 입법 대응을 한 팀에서 해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최근 업계에서는 하나은행의 두나무 지분 투자,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 한국투자증권의 코인원 지분 확보 등 금융권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LKB평산 디지털자산센터에는 변호사 약 26명이 참여한다. 국내 최대 원화거래소 자문을 수행해온 권 센터장과 쟁글 법무팀장을 지낸 박 센터장을 비롯해 오지스 법무총괄 출신 김정민 변호사, STO 관련 규제 샌드박스 업무를 다수 수행한 송시현 변호사 등이 합류했다. 디지털자산 사건 경험을 갖춘 판·검사 출신과 금융당국·금융회사·수사기관 출신 변호사들도 참여한다. 유관 협회 및 주요 사업자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대외협력과 비즈니스 컨설팅, 해외 사업 대응을 지원한다.

센터는 단기적으로 토큰증권 하위법규 의견 제출과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지원, 사업자 신고·갱신 및 인허가를 지원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홍콩·싱가포르·미국 등 해외 파트너 네트워크를 강화해 국내 사업자의 해외 진출까지 돕겠다는 목표다. 권 센터장은 “가상자산 시장은 형성되고 있는 시장”이라며 “사후적인 처리뿐 아니라 같이 제도와 시장을 만들어가는 데 저희 센터가 참여하고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