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가격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상승해 특란 30구 평균 가격이 7440원까지 올랐으며, 일부 지역은 8000원에 육박하는 등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형마트는 할인 계란 구매를 제한하고, 정부는 미국·태국산에 이어 브라질산 계란까지 수입하며 할인 지원을 연장하는 등 수급 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한 시민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 2026.6.7 © 뉴스1 김진환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이번 동절기 들어 국내 가금농장에서 벌써 세 차례 발생한 가운데 계란값도 이틀 새 5% 넘게 오르며 다시 들썩이고 있다. 발생 농장 중 두 곳이 산란계 농장이어서 계란 공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계란값은 산란계 생산량 회복과 공급 확대로 한때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겨울 철새 유입이 본격화하면서 감염 확산과 추가 살처분으로 회복되던 공급이 다시 줄어들 수 있다.
정부는 농장 검사 주기를 단축하고 전국 일제 소독에 나서는 등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추가 AI 발생과 살처분 규모가 향후 계란값 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다.
여름철 고공행진 뒤 하락세…AI 재확산에 가격 변동성 우려
8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계란 특란(XL) 30개 소비자가격은 7354원으로 집계됐다. 10월 월평균 가격인 6868원보다 7.1% 높은 수준이다. 특히 11월 4일 6998원이던 가격이 이틀 만에 7354원으로 5.1% 상승하면서 최근 가격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앞서 계란값은 올해 상반기 고병원성 AI 발생에 따른 산란계 살처분 여파로 크게 뛰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중순 특란 30개 산지가격은 6321원, 소비자가격은 7421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9.4%, 5.9% 높았다. 당시 산란계 살처분 규모는 1134만 마리에 달했다.
이후 산란계 사육 마릿수가 늘고 산란 가능한 닭의 비중도 확대되면서 생산량이 회복됐다. 농식품부는 7월 말부터 계란 생산량이 회복하기 시작했고, 산지가격도 하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9월 상순 산지가격은 특란 30개 기준 6403원으로 전년보다 10.4% 높았지만, 8월 중순 6540원과 비교하면 하락한 수준이었다.
이처럼 공급 회복에 따라 가격이 안정되는 흐름이 나타났지만, 최근 AI 발생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산란계 농장에서 감염이 확산해 살처분이 늘어날 경우 계란 생산량 감소와 출하 차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란계는 사육부터 산란까지 일정 기간이 필요한 만큼 살처분 규모가 커지면 공급 회복에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다만 최근 가격 상승만으로 AI에 따른 본격적인 수급 불안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 가격은 추가 발생 농가 수와 살처분 규모, 산란계 사육 기반의 회복 속도 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쌀쌀한 늦가을 날씨를 보인 30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서호 저수지를 찾은 겨울 철새 큰기러기가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2026.10.30 © 뉴스1 김영운 기자
산란계 농장서 동절기 3건 발생…철새 유입에 방역 고삐
방역 당국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고병원성 AI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 7일 경기 여주시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H5N1형 고병원성 AI가 확진됐다. 농장주가 닭 폐사 증가를 확인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면서 정밀검사가 이뤄졌고, 최종 확진으로 이어졌다.
이번 발생으로 2026~2027년 동절기 국내 가금농장 고병원성 AI 발생은 누적 3건으로 늘었다. 지난 3일 경기 연천 산란계 농장에서 첫 발생이 확인된 데 이어 5일 전남광주 장흥 육용오리 농장, 7일 경기 여주 산란계 농장에서 잇따라 확진 판정이 나왔다. 특히 여주 농장은 닭 26만여 마리를 사육하는 대형 산란계 농장이다.
지난해 동절기 가금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 62건 가운데 절반인 31건이 산란계 농장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산란계 농장은 감염 발생 시 살처분에 따른 계란 공급 감소로 직결될 수 있어 수급 관리 측면에서도 집중적인 방역이 요구된다.
야생조류를 통한 바이러스 유입 위험도 커지고 있다. 최근 야생조류에서도 고병원성 AI 검출이 잇따르면서 관련 검출 사례는 6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겨울 철새의 국내 유입도 본격화하는 추세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달 25~27일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 10곳을 조사한 결과 물새류는 총 5만7036개체가 관찰됐다. 겨울 철새 일부가 이미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수 있는 한강하구·시화호·삽교호 3곳에서는 물새류가 1만5606개체에서 2만3893개체로 53.1% 증가했다. 특히 AI에 취약한 오리과 조류는 6448개체에서 1만8678개체로 189.7% 늘었다. 철새 이동이 본격화하는 겨울철에는 야생조류를 통한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가금농장의 차단 방역이 중요해지고 있다.
정부는 잇따른 발생에 대응해 방역 조치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여주 발생 농장과 관련해서는 출입 통제와 살처분,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발생 농장 반경 10㎞ 이내 가금농장 38곳에 대한 정밀검사와 전담관 배치 등 집중 관리에 나섰다. 경기·강원·충북 지역 닭 농장과 축산시설, 축산차량에는 24시간 일시 이동중지 명령도 발령했다.
전국 산란계 농장에 대한 정밀검사 주기도 기존 분기 1회에서 2주 1회로 단축했다. 산란계 밀집단지 14곳에서는 방역·소독 실태 점검과 농가별 폐사체 검사를 매주 실시한다. 기존 20만 마리 이상 대형 산란계 농장에 설치하던 이동통제초소도 종계·원종계·원종오리 농장과 밀집 사육단지까지 확대한다.
산란계·종계 노계는 도축장으로만 출하하도록 하고 전통시장이나 다른 가금 사육농장으로의 이동도 제한한다. 경기·충남 지역 산란계 농장에는 백신접종반 출입을 7일간 제한하고, 전국 산란계 농장의 알 환적장 운영 실태도 오는 16일까지 긴급 점검하기로 했다.
오는 17일까지는 전국 일제 소독 주간으로 지정해 가금농장과 축산시설, 차량 등에 대한 소독을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농식품부와 검역본부, 행정안전부도 방역 상황을 점검하고 농가의 방역수칙 준수를 독려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겨울 철새 유입이 본격화하는 시기인 만큼 가금농장 종사자들은 기본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의심 증상이 확인되면 즉시 방역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uni1219@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