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위 슈퍼마켓 울워스 내 농심 신라면을 일반 라면 매대로 옮긴다는 안내문.(농심 제공)
최근 호주 시드니의 슈퍼마켓 1위 업체 울워스(Woolworths) 매장에 안내문 하나가 붙었다. 아시안 식품 코너에 있던 농심(004370) 신라면 5종이 일반 라면 매대로 자리를 옮겼다는 내용이다.
한국 교민이나 아시아계 소비자가 주로 찾아 아시안 코너에 진열되던 신라면이 현지인이 찾는 일상 품목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출시 40주년을 맞은 신라면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송하 농심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은 이달 5일 부산 강서구 녹산 수출전문공장에서 열린 미디어 투어에서 "울워스는 판매량을 철저히 분석해 잘 팔리는 제품만 메인 매대로 옮긴다"며 "돈을 주고 산 자리가 아니라 소비자 선택이 만든 결과"라고 말했다.
호주에서 농심의 입지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농심이 호주에서 판매하는 제품 수는 2021년 19개에서 올해 43개로 늘었다. '신라면 툼바' 등이 인기를 끌면서 구매층도 10~30대 현지인으로 넓어졌다.
농심은 '울워스 효과'를 세계 시장으로 넓혀 203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상반기 40.2%에서 20%포인트(p) 가까이 높여야 하는 만큼 녹산 수출전문공장 가동으로 늘어난 물량을 발판 삼아 공세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지송하 농심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이 5일 미디어 투어에서 글로벌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농심 제공)
출시 40년 신라면, 매출 71%가 해외…툼바 이어 로제 출격
해외 매출 확대 전략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제품은 신라면 고유의 맛을 지키면서 볶음면 등으로 확대하고, 아시안 코너를 벗어나 일반 매대와 온라인·퀵커머스로 유통 판로를 늘린다. 아울러 10~30대 젊은 소비자 마케팅도 집중한다.
수출의 선봉에는 신라면이 있다. 신라면의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은 651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늘었다. 브랜드 전체 매출의 71%가 해외에서 나올 만큼 글로벌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해외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비(非)국물 라면 라인업도 넓힌다. 대표 주자는 2024년 출시한 '신라면 툼바'로, 올해 9월까지 해외 누적 판매량이 1억4700만 개에 달한다.
올해 5월 출시한 '신라면 로제'는 툼바의 바통을 이어받아 글로벌 공략에 나선다. 연말까지 판매국을 20여 개국으로 늘리고 내년 1분기부터 유럽 등에서 본격 판매에 들어간다.
내년 1분기에는 툼바와 로제의 뒤를 잇는 새로운 콘셉트의 볶음면도 글로벌 시장에 내놓고, 품질을 최우선으로 신제품 출시에 신중했던 기조도 바꾼다.
지 부문장은 "로제는 처음부터 해외를 겨냥해 토마토 맛에 한국의 고추장 맛을 더했다"면서 "1년에 한두 개 이상 신제품을 내도록 기획 역량도 보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라면 외 제품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짜파게티와 너구리, 순라면은 80여 개국에 진출해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짜파게티는 유럽과 미국, 너구리는 동아시아, 비건 라면인 순라면은 매운맛을 즐기지 않는 국가를 중심으로 판매를 늘린다.
농심이 인도에서 선보인 신라면 푸드트럭.(농심 제공)
코스트코·편의점·퀵커머스로 판로 확대…中 재도약 준비
울워스 같은 사례는 다른 국가에서도 나오고 있다. 북미에서는 코스트코 판매가 크게 늘었고 일본에서는 세븐일레븐·로손 등 대형 편의점에 입점했다. 유럽에서도 영국 세인스버리·모리슨, 독일 에데카 등 현지 대형 유통채널에서 매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인도에서는 20분 내 배송하는 퀵커머스 채널 공략에 속도를 낸다. 현지 퀵커머스 점유율 45~50%를 차지하는 블링킷에서 '프리미엄 라면'을 검색하면 농심 제품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 독립국가연합(CIS) 지역도 개척 대상이다.
최근 주춤했던 중국 시장에서는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 부문장은 "코로나19 이후 거래처 관계에 변화가 있어 개선점을 찾고 있다"며 “2027년부터 소비자 마케팅과 유통을 본격 확대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은 K컬처를 마중물 삼아 K푸드의 영향력을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민텔에 따르면 해외 라면 제조사 신제품 가운데 '한국풍 라면'의 비중은 2021년 3.3%에서 지난해 7.3%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지 부문장은 "K컬처의 영향으로 탄력을 받는 건 첫 구매"라며 "두 번째, 세 번째 반복 구매로 이어지는 건 결국 맛과 품질 덕분"이라고 자신했다.
ausur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