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초과 거래 2.7배↑…똘똘한 한 채 더 세졌다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4월 27일, 오후 07:15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과 조기 대선 국면 등 부동산 시장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똘똘한 한채’ 수요 쏠림 현장이 짙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부동산 규제는 결국 일부 지역의 수요 쏠림으로 나타나 양극화가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7일 이데일리가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에 요청해 받은 서울 아파트 금액 구간별 매매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3억~9억원대 사이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보다 9억원을 초과한 아파트 거래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기준 서울에서 3억원 초과~6억원 이하 아파트는 484건 거래된 것이 3월에는 1005건으로 2.08배 가량 증가했다.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은 같은 기간 788건에서 1729건으로 2.19배 늘었다.

반면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은 1월 1009건에서 3월 2736건으로 2.71배 , 같은 기간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 거래는 823건에서 2193건으로 2.66배로 3억원 초과~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보다 증가속도가 빨랐다.

양도세·취득세 중과 등 다주택자 규제가 지속되는 한편 정치적 변동성으로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하면서 집값이 덜 내리고 더 오르는 상급지, 대단지에 집중하는 경향이 굳어지고 있단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똘똘한 한 채 선호가 다시 강해지는 이유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규제 회귀 가능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정권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향후 규제가 다시 강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퍼졌고,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규제가 걸리더라도 가치가 유지되는 핵심지로 수요를 집중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똘똘한 한채 선호 현상은 지역별 양극화로도 나타나지만 지역 내에서도 대장 아파트 단지 선호도를 높이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일대. (사진=연합뉴스)
KB부동산에 따르면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2015년 3월 40.6에서 올해 3월 108.8로 168% 상승했다. 10년 동안 2.7배가량 오른 것으로 전국과 서울 아파트 오름폭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68.8에서 89.3으로 29.8%,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56.4에서 94로 66.7% 상승했다.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국 아파트 중에서 시가총액(가구 수×가격) 상위 50개 단지를 선정해 만든 지표로 일명 지역 내 대장아파트로 불리는 곳의 가격 추이를 살펴볼 수 있는 지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초고가 아파트 선호 현상은 양극화를 더 부추길 수 있단 분석이다.

송 대표는 “금리 고점 인식 이후 대출 여건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자, 고가 아파트나 대단지 위주로 현금 여유가 있는 실수요자와 투자자의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10억 이상, 50억 이상 아파트 거래 비중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이는 곧 중저가 단지에 대한 수요 위축과 가격 정체로 이어져 시장 양극화를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주거용부동산팀장은 “강남 3구를 비롯해 인기 지역 아파트를 찾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예전보다 주택 시장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며 “때문에 시장이 침체가 지속되며 서울 외곽 지역은 하락하더라도 중심지는 가격을 유지하거나 내림 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