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도는 ‘임장크루’로 인한 공인중개사의 불필요한 시간 소모를 줄이고, 매도인·매수인 등 실수요자의 불편도 덜자는 취지로 논의됐지만, 중개사들 사이에서도 고객 이탈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신중론이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사진=연합뉴스)
양천구 목동의 A 공인중개 관계자는 “목동은 학군지·재건축 이슈로 젊은 층의 관심이 많아 임장크루가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방문한다”며 “실제로 집을 살 생각은 없어 보이면서도 거주 환경, 대출 등 각종 질문만 쏟아낸다. 결국 중개사와 집주인 모두 시간만 허비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노원구 중계동의 B 공인중개 관계자도 “가짜 손님이 늘면 그만큼 진짜로 집을 보러온 실수요자를 놓칠 수밖에 없고, 집주인도 매물을 보여주는 것에 더욱 조심스러워진다”며 “요즘은 임장크루 사이에서 실수요자인 척 중개사를 속이는 방법까지 공유돼 비용을 받지 않는 이상 사전에 거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임장크루 문제가 본격화하자 일부 전문가와 수요자들도 임장비 도입 취지에 공감을 표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매수 의사 없이 단순 구경 목적으로 매물을 방문하는 것은 법적으로 업무방해 행위가 될 소지도 있다”며 “임장비는 단순 중개사의 수익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중개사와 소비자를 함께 보호하는 장치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 사용자 A씨는 “집을 보여주기 위해 일정을 비우고 청소까지 해놨는데, 젊은 청년들이 동물원 구경하듯 집을 둘러보고 사진 촬영까지 시도했다”며 “최소한의 임장비라도 받으면 이런 무분별한 임장객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임장비 도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실수요자 이탈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직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을 통한 부동산 직거래 건수는 2021년 268건에서 2024년 5만 9451건으로 220배 이상 급증했다. 상승한 집값과 함께 중개수수료 부담도 커지면서 직거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금천구 가산동 D 공인중개 관계자 역시 “부동산 거래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데, 매물을 보기도 전부터 비용을 요구하면 신뢰 형성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특히 신규 개업 중개사들은 고객 유치에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소비자 유치 경쟁이 치열한 현실을 감안하면 중개사들이 실제로 임장비를 청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장의 자율에 맡기거나 임장크루를 선별할 수 있는 다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가뜩이나 거래 절벽으로 영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임장크루로 인한 민원이 많아 내부 검토 차원에서 논의된 것일 뿐, 당장 제도를 강행하겠다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제도를 공식 도입하려면 국토교통부와의 협의와 관련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