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소유 국내 주택 수가 지난해 사상 첫 10만가구를 넘기며 ‘국민 주거 안정’에 대한 우려감이 한껏 높아진 가운데 일각에선 ‘중국인들이 모여 서울 고가 아파트를 매수하고 나섰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하며 혼란을 키우는 실정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출처=챗GPT)

(그래픽=이미나 기자)
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8일부로 수도권 주택 매수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6개월 이내 전입하지 않으면 대출을 유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대출규제를 본격 시행했다. 강남3구와 용산구를 시작으로 마포·성동구 등 한강변을 따라 치솟던 집값을 ‘대출 옥죄기’로 잡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같은 대출규제가 연초 불거졌던 외국인 부동산 거래 역차별 논란과 맞물리면서 주거 안정에 대한 국민적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대출규제 시행 직후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내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금 부자만 집사라는 얘기다. 대출 규제를 안 받는 중국인과의 형평성도 문제”, 나경원 의원은 “외국인은 자국에서 자금을 조달해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서울 강남 아파트를 ‘현금박치기’로 사들이고 있다. ‘셰셰 정부’, ‘외국인 특혜 정부’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외국인 주택·토지 보유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이 소유한 국내 주택 수는 통계가 시작된 2022년 말 8만 3512가구(0.44%)에서 2023년 말 9만 1453가구(0.49%), 그리고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10만가구를 넘긴 10만 216가구(전체 주택의 0.52%)로 꾸준히 늘었다. 절대적 수치는 크지 않지만, 가뜩이나 주택 공급 부족 우려에 휩싸인 국민들을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가구 구성과 자금 출처, 보유 주택수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 취합이 어려워 내국인들이 주택 매매거래시 받는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함께 제기된 터다. 여기에 국내 금융권 대출을 이용하는 내국인들을 겨냥한 규제까지 더해져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가령 해외에서 국내로 자금을 들여와 주택을 매매하는 경우 대출한도나 6개월 이내 전입 등 규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어서다.
재테크 관련 일부 유튜브 채널에선 ‘중국인의 서울 고가 아파트 매수’ 관련 음모론까지 흘러나온다. 구독자 100만명을 넘는 한 유명 유튜버는 최근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래미안 첼리투스’ 매매 실거래가를 공개하면서 “이건 전형적인 중국인들이 매수하는 가격”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전용면적 124㎡ 단일 평형으로 공급된 해당 단지의 실거래가를 살펴보면 1월 18일 33층이 49억 9998만원, 같은 달 20일 4층이 38억 2998만원, 가장 최근에는 4층이 39억 9998만원 등 올 들어 이뤄진 10건의 매매거래 중 7건의 가격 끝자리가 ‘8’로 맞춰졌다. 이를 두고 이 유튜버는 ‘9’나 ‘8’을 행운의 숫자로 여기는 중국인들이 매수한 증거라고 해석한 것.
다만 이는 재건축 당시 소유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조합원·상가 공유지분 2필지 때문으로 중국인 매수와는 무관하다. 조합원이 주택 매도시 해당 필지를 남겨둬야하기 때문에 1필지당 1만원씩, 2만원을 제한 가격에 매매거래 되다보니 끝자리가 ‘8’이 되는 경우가 많은 셈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음모론이 제기되는 건 그만큼 주거 안정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라며 “국민들의 자금이 부동산에 몰리는 것을 두고 생산적이지 않다며 규제하면서 외국인들의 자금이 몰리는 데엔 손을 놓고 있으니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는 셈이다. 주거 안정 측면에서도 최소한 주택 매매거래에 대해선 외국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의원은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량 전체가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강남권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며 “대출규제에서 빗겨난 외국인이 호가로 매매거래를 할 경우 강남권은 물론 일대 다른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외국인의 부동산 매매거래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이달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특히 강남권을 중심으로 현장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지난달 초 국토부에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거래신고법)’ 제7조가 정한 ‘상호주의’와 관련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고 최근 관련 회의를 한 차례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