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갈아타기 포기할래요"…수십억 '계약파기' 속출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7월 03일, 오전 11:11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한강변을 따라 들썩이는 서울 집값을 잡고자 정부가 초강력 대출규제를 내놓으면서 여의도·마포·목동 등 이른바 준상급지를 중심으로 매매거래 계약 해지(해약)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현금부자’들의 투자수요가 많은 강남3구 등 상급지 대비 이들 준상급지는 ‘영끌’해 ‘갈아타기’를 하려는 실거주 수요가 주를 이룬 만큼 이번 대출규제의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매물 정보가 내걸려 있다.(사진=연합뉴스)


◇목동·여의도·마포 계약 해지 잇따라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양천구 목동·신정동 일대 목동신시가지1~14단지에서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총 4건의 아파트 매매거래가 해약 신고됐다.

구체적으로 목동2단지 전용면적 65㎡ 1층은 지난달 27일 22억 3000만원에 매매거래 계약을 신고했지만 나흘만인 지난 1일 해약했다. 5단지 전용 143㎡ 2층 역시 지난달 27일 37억원에 계약을 맺었다가 같은달 30일 해약했고, 9단지 전용 53㎡ 5층의 경우 지난달 27일 18억 8000만원에 계약 신고를 했다가 당일 바로 취소되기도 했다. 10단지는 지난 5월 31일 26억 9000만원에 매매거래 계약을 신고한 전용 127㎡ 13층이 한달 여 만인 지난달 27일 해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 이중 5단지와 10단지 해약 2건은 곧장 매매거래 계약 재신고가 이뤄졌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기치로 지난달 27일 수도권 주택 매수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6개월 이내 전입하지 않으면 대출을 유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대출규제를 내놓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 옥죄기로 매매거래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지자 해약 사례가 잇따른 셈이다.

마포구, 영등포구, 성동구 등에서도 해약 사례가 잇따랐다. 먼저 영등포구 여의도동 진주아파트는 지난달 30일에만 전용 48㎡ 5층(20억원)과 6층(21억원), 2건의 매매거래 계약이 취소됐다. 인근 한양아파트도 지난달 19일 45억원에 매매거래 계약을 체결한 전용 193㎡ 1층이 같은달 27일 해약됐다.

성동구 대장주로 꼽히는 하왕십리동 센트라스는 18억 600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 84㎡ 2층이, 인근 텐즈힐 1단지는 20억 300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 129㎡ 3층이 각각 지난달 27일 계약 취소됐다. 옥수동에 위치한 옥수삼성아파트의 경우 전용 84㎡ 9층(19억 8000만원)과 17층(20억원)이 지난달 27일 각각 해약됐다. 마포구의 경우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59㎡ 7층·19억 5000만원), 클래시(전용 59㎡ 22층·19억 4000만원), 공덕자이(전용 59㎡ 2층·17억 5000만원)을 비롯해 공덕동 래미안공덕3차(전용 114㎡ 13층·21억 1000만원), 도화동 마포삼성아파트(전용 136㎡ 2층·17억 8500만원)이 연달아 매매거래 계약을 취소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대출 의존도 낮은 강남3구는 잠잠

주목할 대목은 서울 부동산 시장 불장을 주도했던 강남3구 주요 단지들 대비해서도 눈에 띄게 해약이 많다. ‘압구정 현대’로 일컬어지는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 단지 중에선 정부의 대출규제 발표 이후 해약 신고된 사례는 단 1건(한양6차 전용 110㎡ 1층·38억원)에 그쳤다. 송파구 잠실동 대장주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에서도 지난달 27일 트리지움 전용 84㎡ 20층, 32억원 매매거래 계약 1건만이 해약됐다. 서초구 주요 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원펜타스·퍼스티지, 아크로리버파크, 반포센트럴자이, 반포르엘, 반포자이 등에선 아직 해약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상급지와 준상급지에서 주택매매거래 대출 의존도에서 이같은 차이를 빚어낸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지역별 현황에 따르면 올해 1~5월 강남구 주담대 증가율은 1.5%로 지난해 하반기(5.5%) 대비 증가세가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서초구는 4.7%에서 1.1%로, 송파구는 7.7%에서 3.1%로 줄면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올 들어 강남3구 집값이 8% 가까이 치솟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출 의존도는 오히려 낮아진 셈으로, 이번 대출규제가 상급지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제한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현장 경험상 목동이나 마포, 여의도와 같은 준상급지는 대출을 적극 활용해 갈아타기를 하려는 실수요자가 다수인 지역인 반면, 강남 등 상급지는 실거주와 함께 투자를 목적으로 한 수요도 적잖아 성격이 다소 다르다”며 “실제로 대출규제 시행 이후 오히려 압구정 등 초고가 주택군에 대한 상담문의가 들어오는 등 규제가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모습으로, 준상급지에서도 이같은 해약 사례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