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이주비만 兆단위 나갈 판…'현금전쟁'된 정비사업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7월 14일, 오전 06:18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정부가 6·27 대출규제를 통해 수도권 정비사업 기본이주비 대출한도가 6억원으로 묶이면서 조합과 건설사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규제 대상에서 시공사가 지원하는 추가이주비는 포함하지 않으면서 이를 활용하려는 조합원들로 재무적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일각에선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 건설사 수주 쏠림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함께 나온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우성7차 재건축 조합에 제시한 삼성물산 ‘래미안 루미원(위)’과 대우건설 ‘써밋 프라니티’ 조감도.(사진=각 사)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개포지구 재건축의 ‘마지막 퍼즐’로 불리는 개포우성7차의 종전자산평가액은 총 1조 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원동 615번지 일원에 총 15개 동, 전용면적 76~105㎡, 802가구 규모인 우성7차는 토지 등 소유자 802명 가운데 743명이 조합원이라는 점에서, 1인당 평균 종전자산평가액이 22억 8000만원 가량인 셈이다.

해당 사업 시공권 확보에 나선 삼성물산은 우성7차 조합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150%, 대우건설은 LTV 100%의 이주비를 공약으로 내건 상황이다. 조합원 개인이 대출을 받는 기본이주비(LTV 50%)를 제외하면,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각각 최대 LTV 100%(1조 7000억원), 50%(8500억원)까지 추가 이주비 대출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통상 이같은 이주비 공약은 해당 건설사의 탄탄한 자금력과 신용등급을 조합에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내건다. 다만 정부가 지난달 28일부터 수도권 정비사업 기본이주비 대출의 한도를 6억원으로 묶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대 시세를 고려할 때 기본이주비만으로 임시거처 마련 또는 기존 세입자 전세보증금 반환이 쉽지 않아지면서 실제 추가이주비 대출을 활용하는 조합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총 공사비 6778억원 규모의 우성7차 재건축 사업에 조 단위 추가이주비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단 얘기다.

실제로 우성7차 인근 아파트 단지들의 국민평형(전용 84㎡) 기준 전세가격은 12억원에서 최고 17억원에 이르는 만큼, 이곳으로 이주하려는 조합원은 기본이주비 한도 6억원을 모두 대출받고도 6억~11억원의 추가이주비 대출을 받아야하는 실정이다. 총 조합원 수를 고려하면 최소 4500억원의 추가이주비 대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조합은 물론 건설사들의 재무적 부담은 그만큼 커질 전망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기본이주비 대비해 추가이주비는 금리가 더 높아 조합의 이자비용이 커져 결국 조합원들의 분담금 부담으로 연결된다. 사업성이 크게 악화되는 셈”이라며 “건설사 역시 신용보강을 바탕으로 추가이주비 대출을 실행해야 해 재무제표 상 우발부채 규모가 늘게 된다”고 설명했다.

추가이주비의 원활한 지원이 정비사업 주요 과제로 부각된 만큼 대형 건설사 수주 쏠림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가뜩이나 브랜드 파워에서 밀리는 중견 건설사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 능력이 뛰어나고 높은 신용등급을 갖춘 대형 건설사 대비 경쟁력 열위에 놓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통상 LTV 50% 수준의 추가이주비를 지원하는 대형 건설사들 대비 중견 건설사들의 경우 수도권이어도 아예 추가이주비 지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민동의청원에는 지난 7일 이주비 대출규제를 전면 재검토해달라는 청원도 올라온 상황이다. 청원인은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이주비 대출 관련 규제 정책은 현실성과 정비사업의 목적 모두에 부합하지 않으며, 정비사업 현장의 안정적 추진과 조합원의 재정착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정오 기준 1만 1051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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