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2025.7.1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비트코인이 사상 최초로 12만 달러를 돌파하며 가상자산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여기에 미국 의회가 가상자산 법안 처리를 위해 이번 주를 '크립토 위크'로 지정하며 가상자산 제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제도화 물결이 확산하면 기관 자금 유입 증가로 가상자산 시장이 더욱 활황을 띨 것이란 관측이다.
15일 오전 11시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0.22% 오른 11만 9232달러다. 전날 사상 처음으로 12만 달러를 돌파한 뒤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지만, 여전히 12만 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 시장도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엑스알피(XRP)는 이날 오전 한때 5개월 만에 처음으로 3달러를 돌파했다. 시가총액 2위 가상자산 이더리움(ETH)도 지난주 5개월 만에 3000달러를 회복한 뒤 현재 2900~3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 훈풍이 부는 이유는 최근 기관투자가의 자금 유입과 투자 확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가총액이 큰 종목들을 중심으로 제도권 편입이 이뤄지면서 가상자산이 기업의 전략적 투자 자산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가상자산 마켓메이커(MM) 윈터뮤트는 보고서를 통해 "기관들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메이저 코인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며 "밈 코인과 중소형 코인에 주로 투자한 개인투자자와 상반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번스타인은 "기관이 강세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에 대한 기관의 신뢰가 어느 때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관의 자금 유입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 10일(현지시간)부터 이틀 동안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총 21억 달러(약 2조 9000억 원)가 넘는 자금이 흘러들어왔다. 이더리움 현물 ETF 역시 지난 14일(현지시간) 기준 7거래일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 센터장은 "미국 정부가 소송을 철회하는 등 규제를 혁파하고 이더리움 재단도 리더십 교체, 로드맵 업데이트 등 여러 변화를 보인다"며 "엑스알피나 수이(SUI) 등 탈중앙화금융(디파이) 관련 자산도 규제 개혁과 ETF 승인 기대에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국 의회가 가상자산 관련 입법 논의에 본격 착수하자 시장의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미 의회는 이번 주를 '크립토 위크'로 지정하고 '가상자산 3법'으로 불리는 △가상자산 구조화 법안(클래리티법) △스테이블코인 법안(지니어스법) △중앙은행 가상자산 감시 중단 법안(CBDC법)을 논의한다.
미 의회가 가상자산에 대한 논의를 위해 특정 주간을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클래리티법은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에 따라 증권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디지털 상품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관할하도록 규정했다.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요건, 준비금 확보, 감사 의무 등을 규정했다. 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열풍이 불자 제도화를 통해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CBDC법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업계는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가상자산 산업 육성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상황에서, 관련 법안도 빠르게 통과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가상자산 제도화 흐름이 확산하면, 기관 자금 유입에 더욱 속도가 붙어 가상자산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센터장은 "크립토 위크에 대한 기대로 (가상자산 가격)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며 "클래리티법과 지니어스법 통과는 법적 명확성을 부여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특히 SEC와 CFTC의 관할권을 규정한 클래리티법은 업계를 상대로 한 'SEC의 무차별 소송전'의 안전장치로 작용해 알트코인에 호재"라며 "정부, 입법부, 업계 모두에서 가상자산을 포용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져 다른 불확실성이 없다면 올해 하반기 (가상자산 시장은)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전했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