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김일환 기자)
11일 업계에 따르면 문 정부는 2018년 6월 ‘건설산업 혁신 방안’을 내놓았다. 기술·시장질서·일자리 혁신 등과 함께 불법 하도급 문제와 관련 생산구조 혁신 방안이 담겼는데,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당시 정부는 “상당수 전문건설업체들이 무등록 시공팀(십장)을 활용, 다단계 하도급을 통해 시공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선진국의 경우 건설업체가 시공팀을 직접 고용하거나 소규모 건설업체로 등록을 거쳐 시공에 참여하는 등 제도권 내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즉 불법 하도급이 끊이지 않는 핵심 배경으로 십장을 주목, 이들을 제도권 내로 끌어들이는 양성화 방안을 제시하고 나선 셈이다.
실제로 영국은 경력근로자가 지역단위로 영업하는 프리랜서 회사를 설립, 시공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건설업체가 십장팀은 물론 중장비 운전자까지 직접 고용할 수 있으며, 일본은 소형 건설업체 등록이 가능토록 해 1인 건설업자만 10만여건에 이른다.
이에 정부는 십장을 고용, 등록, 퇴출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제도권 내에서 투명하게 관리해 다단계 하도급을 근절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구체적으로 △5명 내외 소규모 시공팀을 이끌며 실제 시공을 담당하는 십장에 대해선 전문건설업체가 직접 고용해 공공공사를 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20~30명의 대규모 시공팀을 이끌며 여러 십장에 공사를 분배하는 십장에 대해선 업체 설립시 시공능력평가 등 우대해 건설업체 등록을 촉진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단 시공에 참여하지 않고 다른 숙련공 고용만 알선하는 형태의 십장에 대해선 ‘퇴출’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숙련공 십장들이 건설업체 설립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는 건설업 등록기준 정비 방안도 담겼다. 건설업 등록을 위해 확보해야 할 자본금 기준(2억~10억원)을 일본(5000만원)이나 미국 캘리포니아(800만원 내외) 등 세계적 기준에 맞춰 하향하는 안을 마련했다. 또 기술자 2인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기술자격 역시 건설업체 3년 이상 근무 등 경력요건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문제는 이같은 생산구조 혁신 방안이 현재까지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2018년 발표된 생산구조 혁신 방안이 현재까지 이행없이 방치되는 사이 공사비는 치솟고 전문건설업체는 폭증하는 등 불법 재하도급을 할 수밖에 없게 하는 요인들은 너무나 늘어났다”며 “여기에 하도급 관련 규제는 1차 하도급에만 집중돼 온 반면 1차 이하 하도급은 제도권 밖으로 아예 밀려나면서 사각지대로 남은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상당수 건설업체들은 십장제 부활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실제 시공능력도 없이 십장을 적극 활용해 온 ‘페이퍼 컴퍼니’ 수준의 일부 전문건설업체들이 이를 반대하고 나설 정도로 불공정 관행이 자리잡은 실정”이라며 “이 대통령이 불법 하도급 근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이같은 생산구조 혁신 방안을 살피고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