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 도로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 현장.(사진=연합뉴스)
이번 조사는 30년 이상 전체 노후 하수관로 6029㎞를 관리하기 위한 장기계획의 첫 단계다. 지반침하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우선정비구역(D·E등급)’ 내 노후 원형하수관로 1848㎞를 우선 조사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관로 내부 CCTV, 육안조사 등을 통해 상태를 정밀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지보수 계획을 수립해 정비할 계획이다. 지반침하의 주된 원인이 되는 ‘원형 하수관로’를 대상으로 하며 사각형거나 차집관로 등 1199㎞는 별도의 관리계획에 따라 정비한다.
1단계 총 사업 기간은 이달부터 2027년 8월까지 24개월이며, 서울 전역을 4개 권역으로 나누어 총 13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용역을 발주한다. 서울시는 1단계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2단계 A·B·C등급 내에 있는 30년 이상 원형 하수관로 2982㎞에 대한 조사를 순차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의 하수관로 노후화는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지반침하(228건)의 가장 큰 원인이 ‘하수관로 손상’(111건·48.7%)으로 선제적인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2023년 기준 서울시 전체 하수관로 1만 866㎞ 중 30년 이상 된 관로는 절반이 넘는 6029㎞(55.5%)에 달해 잠재적 위험이 매우 크다.
이에 서울시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하수도 관리에 대한 국비 지원 제도화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제기하며, 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중앙정부에 공식 건의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시는 노후 하수관로 개보수 및 관리 예산을 시비로 부담하고 있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서다. 최근 명일동 지반침하 등 사회적 이슈 발생 시 정부 추경을 통해 한시적인 국비(338억 원) 지원을 받은 사례가 있으나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행 ‘하수도법’ 제3조는 국가의 재정적·기술적 지원 책무를 명시하고 있으나 그간 서울시는 재정 자립도가 높다는 이유로 국비 지원에서 사실상 제외됐다. 그러나 하수도 노후화는 시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지역과 무관하게 공평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이에 서울시는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합리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국비 지원 기준을 단순 재정자립도를 넘어 노후관로 연장과 지반침하 이력 및 지하시설물 밀도 등 ‘실질적 위험도’가 반영될 수 있도록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정성국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이번 전수조사는 하수도 관리 패러다임을 ‘사고 후 대응’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시민 안전에 직결된 기반시설 관리에는 국가와 지방의 구분이 있을 수 없는 만큼 국비 지원 제도화를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