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홈 혜택’은 임시방편…GRDP 활성화 방안 찾아야[손바닥 부동산]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8월 16일, 오전 08:01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정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지방 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은 침체된 지방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종합 부양책이다.

(사진=챗GPT)
핵심 내용은 세컨드홈(Second Home) 특례 지역 확대, 주택 가액 제한 완화, 악성 미분양 취득 세제 혜택 연장이다. 겉으로 보면 세금 부담을 줄이고 투자 범위를 넓혀 지방 주택 시장을 살리는 데 목적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정책이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그 이유는 지역별 경제력, 즉 GRDP(지역내총생산)의 격차 때문이다.

세컨드홈 특례는 1가구 1주택자의 세금 혜택을 유지한 채 지방에 추가 주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번에 강릉, 동해, 속초, 인제, 익산, 경주, 김천, 사천, 통영 등 9개 인구감소관심지역이 추가됐다.

세제 혜택 대상 주택 가액도 크게 올랐다. 양도세·종부세·재산세 혜택은 공시가격 4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취득세 혜택은 취득가액 3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확대됐다. 이는 지방에서도 고급형 신축 아파트나 조망형 단지까지 투자 가능 범위에 들어오게 만든다.

정책이 지역 부동산 시장에 미칠 효과를 예측하려면 GRDP라는 경제 지표를 함께 살펴야 한다. 2023년 기준 시도별 실질 GRDP 자료를 보면, 경기도(약 578조 원)와 서울(약 508조 원)이 압도적으로 크다. 부산(약 103조 원), 경남(약 124조 원), 경북(약 119조 원), 인천(약 112조 원) 등 일부 광역시는 중견 수준의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강원(약 57조 원), 전북(약 59조 원), 전남(약 85조 원), 제주(약 24조 원)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를 보인다.

시도별 실질 GRDP (그래픽=도시와경제)
이 격차는 곧 정책 종료 후 가격 방어력과 직결된다. 경제 규모가 큰 지역은 내수와 산업 기반이 탄탄해 세제 혜택이 사라져도 수요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경제력이 작은 지역은 외부 투자와 정책 지원이 끊기면 매수세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정부는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취득 시 세제 혜택을 2026년까지 연장했다. 취득세 중과 배제, 최대 50% 감면, 양도·종부세 1주택 특례, 주택 수 제외 등이 포함된다. 또한 CR리츠를 통한 미분양 매입에도 세제 혜택을 부여해 민간과 기관 자본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미분양 물량을 시장에서 흡수해 건설사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악성 미분양의 근본 원인은 세금이 아니라 수요 기반의 취약성에 있다.

인구 감소, 산업 침체, 일자리 부재가 지속되는 지역에서는 미분양 해소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과거 지방 일부에서 세제 인센티브로 단기 거래량이 늘었지만, 이 후 가격이 다시 하락한 사례가 많았다.

GRDP를 기준으로 보면, 정부의 세컨드홈 특례와 미분양 대책이 가져올 효과는 지역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우선 경제 규모가 크고 산업·관광 기반이 동시에 탄탄한 경기도, 서울, 부산, 경남, 경북, 인천과 같은 지역은 자체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만큼 장기 보유에도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 특히 경주는 관광자원과 산업이 결합된 대표적인 사례로, 임대 수익과 시세 차익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경제 규모가 중간 수준이지만 특화 산업이나 관광 수요가 뚜렷한 지역도 주목할 만하다. 강릉과 속초는 사계절 관광 수요가 꾸준하고, 경남 통영은 해양관광의 중심지로 외부 수요 유입이 활발하다. 사천은 항공산업, 김천은 물류 거점으로서 산업 수요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세컨드홈을 단기 임대나 숙박업과 결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반면 경제 규모가 작고 수요 기반이 약한 전북, 제주, 일부 강원 내륙 지역은 정책 혜택이 끝난 이후 수요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지역에서는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상품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GRDP는 단순한 경제 지표를 넘어, 정책 효과의 지속성과 투자 전략의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한다.

세컨드홈 특례 확대와 미분양 대책은 단기적으로 지방 부동산 시장에 숨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가격 방어와 수익성은 해당 지역의 경제력과 수요 구조에 달려 있다. GRDP가 큰 지역일수록 정책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만, 경제 규모가 작은 지역일수록 혜택이 종료된 이후 급격한 조정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투자자는 단순히 세제 혜택만 보고 움직이기보다, 지역의 GRDP 수준과 함께 산업·관광·생활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특히 시·도 단위의 거시적 지표에만 의존하지 말고, 시·군·구 단위로 더욱 세분화해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같은 도내에서도 중심 상권과 배후 주거지, 신도시와 구도심, 관광 특구와 비관광 지역은 수요 구조와 가격 흐름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정책은 기회를 제공하지만, 이를 지속 가능한 수익으로 전환하는 것은 철저한 지역 선별과 장기 전략에 달려 있다. 결국 이번 대책은 정책이 열어준 기회일 수 있지만, 그 시간을 어떤 세부 지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투자 성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사진=도시와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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