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GPT생성)
특히 국내 전체 산업 연구 인력 중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9.5%에서 해마다 하락해 2023년에는 8.1%까지 떨어졌다. 기술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인재 기반은 오히려 약화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는 중국 등 해외 기업들의 공격적인 인재 영입 전략이 국내 인재 유출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전략 발표 이후 전기차, 배터리, 인공지능(AI) 분야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 기술자를 높은 보상으로 적극 스카우트해 기술 및 인재 유출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 연구자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유출된 국가는 중국으로, 순유출 인재만 627명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유입 인원의 4.7배에 이르는 수치다. 아울러 한국의 ‘두뇌 유출 지수’는 2021년 5.28점(24위)에서 2024년 5.11점(30위)으로 하락했다. 한국을 떠나는 고급 인력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고품질·저가 공세는 수년간 이어진 글로벌 인재 확보 노력의 결실”이라며 “앞으로 첨단 기술 자동차 경쟁이 본격화될수록 인재 확보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진 점도 자동차 연구 인력이 감소한 원인 중 하나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전장 기술 등 융합 영역의 인재들이 ICT, 반도체 등 인접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소기업들의 R&D 축소도 산업 전환기 속 인재 이탈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투자 측면에서도 격차는 여전하다. 산업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완성차, 부품, 배터리, 타이어 기업의 R&D 총투자액은 약 15조 8789억원으로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글로벌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중국의 완성차 및 부품 기업들은 2023년 한 해에만 40조 9640억원을 투자했으며 이 중 비야디(BYD), 지리(Geely), 상하이자동차(SAIC) 3사의 합산 투자액만 14조 7210억원에 달한다. 일본은 토요타 계열 7개 부품사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1조 엔(약 9조 4359억원) 규모를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국내 주요 부품기업의 R&D 집약도는 3.92%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세계 2000대 기업에 포함된 103개 부품기업 평균(4.7%)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영업이익률 역시 국내 부품업체 평균은 3.62%로, 글로벌 평균(7.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부가가치 기술 분야로의 전환이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재 유출을 막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수년 전부터 국가 주도의 중장기 인재 양성 계획을 수립해 왔고, 최근에는 인공지능 융합학과 증설 계획도 발표하며 기반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자동차 산업은 AI와 소프트웨어 등 융합 기술 중심으로 생태계의 범위가 더 넓어지고 그만큼 전문 연구인력 수요도 급증할 것”이라며 “첨단 장비를 갖춘 지원 기관과 기업 간의 연계를 촉진하고, 재교육 시스템과 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