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방인권 기자)
전문가들은 채권입찰제 도입은 실수요자 중심의 분양 환경 조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의견과 함께 환수된 금액의 사용처가 공공주택 공급 등 명확하지 않을때 시장 반발, 실수요자 부담 등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로또 청약의 문제를 지적하며 “공공 영역에서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을 환수하는 방법을 찾으면 시장이 이렇게 난리 나는 것은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채권입찰제를 주목하고 있다. 채권입찰제는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시세 차익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청약자에게 시세 차익의 일부를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하도록 하는 제도다. 1983년 분양가 상한제와 함께 도입됐지만 1999년 주택경기로 폐지된 후 2006년 재도입, 성남 판교신도시와 고양시 일산2지구 휴먼시아에 두 차례 적용된 후 다시 폐지됐다. 담당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주택기금과는 “당장은 도입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로또 청약의 문제를 해결안 대안으로 채권입찰제 말고는 또 다른 뾰족한 수가 없어 업계와 시장에서는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채권입찰제 도입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시장 투명성을 제고 하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과도한 환수는 재산권 침해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채권입찰제를 통해 개발이익을 일부 환수해 그 돈을 주거복지 비용으로 쓰는 것은 어느 정도 바람직해 보인다”며 “특히 LH 재정난도 기금 활용을 통해 해결하면서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투기 수요 억제에는 긍정적일 수는 있지만, 민간 자산을 공공이 과도하게 환수하면 재산권 침해 논란과 시장 위축이 발생할 수 있다”며 “또 채권을 매입할 자금 여력이 있는 고자산층이 상대적으로 유리해, 실수요자 보호보다 자금력 경쟁으로 변질될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채권입찰제를 도입한다면 시장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시세 차익 대비 어느 정도 비율을 환수할지 정하고, 환수한 금액을 어느 목적으로 사용할지에 대한 명확한 합의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조합원들의 공사비 증액분 정도에서의 채권입찰제라면 나름 합리적일 수도 있다고 본다”며 “즉 얼마나 현실타협 가능한 채권입찰제를 제도화 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환수 재원의 용처를 공공주택·기반시설 등으로 명확히 하고, 저소득·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금융지원 장치를 병행해야 하며, 제도의 목적과 효과, 부작용까지 다각도로 검토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분양가 상한제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국 분양가가 비싼 지역에서 로또 분양 문제가 거론되는 것으로 이 지역에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하지 않으면 된다”며 “물론 채권입찰제가 로또 분양 부작용을 완화하는 효과는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