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접 시행'에 중견건설사 '긴장'…"이익 줄고 경쟁 가열된다“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9월 11일, 오전 05:00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9·7 부동산 대책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시행사’로 나서며 어려운 상황 속 버티고 있던 중견 건설사들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중견 건설업계의 돌파구였던 공공 공사마저 대형 건설사와 경쟁할 위기에 놓이며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익률 높은 ‘시행’ 수익 LH로…중견 ‘울상’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LH는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주택을 시행해 공공주택으로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민간 토지를 수용해 이를 주택용 택지로 개발, 개발 택지 절반 가량을 민간 건설사에 매각하던 방식을 버리고 직접 ‘시행’을 하겠다는 의미다. 시행으로 얻은 수익을 통해 분양가를 낮춰 비교적 저렴한 공공주택을 제공하겠다는 게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건설업에서 수익은 크게 ‘시행’과 ‘시공’으로 나뉜다. 시행은 미분양 등이 발생할 경우 큰 손실이 발생하지만 분양에 성공한다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고위험·고수익’의 구조다. 반면 시공은 단순 도급만 맡기 때문에 손실 발생 가능성은 적지만 그만큼 수익도 제한적인 ‘저위험·저수익’ 구조다.

LH의 직접 시행으로 매출의 절반 이상이 시행인 중견 건설업계에선 긴장감이 돌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5~2023년까지 아파트 준공 중 33.6%가 공공택지에서 공급됐다. 나머지는 정비사업이나 민간이 택지를 조성해 준공한 사례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민간 도시재생과 공공 주택 사업이 두 개의 축 인데 한쪽이 무너지다 보니 시행과 시공을 같이하는 회사 입장에선 기회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중견 건설사들은 시행을 통한 ‘자체 분양수익’이 시공을 통한 ‘도급 공사수익’보다 더 큰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가 호반건설의 감사보고서 및 대한건설협회의 자료를 통해 재구성한 결과 작년 호반건설의 자체 분양수익은 1조1476억원으로 도급 공사수익 9108억원보다 많았다. 매출이익률을 살펴보면 분양 매출이익률은 23.6%인 반면 공사 매출이익률은 3.7%다.

시행 매출 비중이 큰 건설사로선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종전에는 민간 시행사나 건설사가 신규 택지를 분양 받아 분양 사업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민간이 못하는 상황”이라며 “시행사와 시행을 병행하는 건설사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건설현장에서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이데일리DB)
◇ 낮은 민참사업 시공비…대형사와 경쟁 가능성도

국토교통부는 ‘LH 직접 시행’을 발표하면서 LH가 직접 주택을 짓는 ‘시공’까진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LH가 택지를 제공하면 민간 건설사가 설계와 시공을 맡는 ‘도급형 민간참여사업’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 없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건설업계에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시행 위주의 중견건설사들도 시공으로 사업 영역을 전환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모 건설사는 LH 직접 시행 방침이 발표되자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시공으로의 사업영역 확장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공공 공사에서 공사 예정비용(입찰 전 계약금액의 결정 기준), 즉 시공비가 워낙 낮게 설정돼 있어 수익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안전사고 등으로 공사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사비가 현실화된다고 해도 대형 건설사에 입찰에서 밀릴 가능성도 크다. 현재 공공입찰은 종합심사낙찰제로 이뤄지는데 중견 건설사가 경쟁력 있는 ‘가격’ 점수는 5~20%에 불과한 반면, 대형 건설사가 강점을 지닌 기술 등 점수가 80~95%에 달한다. 단순 입찰로 경쟁한다면 이길 수가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중견·중소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지난 8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형 건설사 위주 사업추진에 우려를 표한다”며 “중견·중소 건설사도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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